[메디칼타임즈 2022년 10대 뉴스] 간호법 논란 등 굵직한 현안 이어져
렉라자 등 국산 신약 열풍…졸겐스마 등 고가약 진입 등 산업계도 후끈
코로나 대유행이 바야흐로 엔데믹으로 접어들고 있는 현재. 2022년도 의료계와 산업계는 격변의 한해를 지났다. 비대면 진료 열풍부터 필수의료 논의, 간호법 제정 논란 등 굵직한 이슈가 이어졌고 렉라자 등 국산 신약 등장과 졸겐스마 등 고가약 등장으로 산업계도 뜨거운 한해를 보냈다. 이에 따라 메디칼타임즈는 한해를 정리하는 10대 뉴스를 정리했다.
①간호법, 양보없는 싸움…간호협회·범의료계 갈등 촉발
올 한해 간호법안 제정을 두고 간호협회와 보건의료단체의 양보 없는 싸움이 지속됐다.
지난 3월 여야의 간호법 제정안 대표 발의를 시작으로 촉발된 논쟁은 의료계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5월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 의결로 고조됐다.
간호협회는 국민 건강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법안이라고 주장하면서 간호사와 간호대 학생 참여 속에 국회 앞 정기집회와 대규모 궐기대회로 법 제정을 촉구했다.
반면, 의사협회와 병원협회는 간호사 단독법으로 파생될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간호조무사협회와 응급구조사협회 등 13개 보건의료단체와 공동 연대해 국회 앞 시위를 이어가며 간호법 폐기로 맞섰다.
국회도 여야로 입장이 양분됐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범의료단체의 반대 목소리를 의식해 법안 처리를 미루고 있는 가운데,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간호법 단독 처리 입장을 표명하며 간호사 끌어안기 입장을 보였다.
이태원 사태 국정조사와 전정부 주요 인사 구속 등으로 여야의 정쟁이 고조되면서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 중인 간호법안의 연내 처리 가능성은 희박한 상황이다.
간호법 제정의 불씨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간호협회와 범의료단체의 갈등은 내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②복지부 장관 줄 낙마 초유의 사태
올해 보건복지부는 2명의 장관 후보자가 낙마하면서 5개월째 장관 공석이라는 초유의 사태를 겪었다.
윤 정부는 정권 출범 이전부터 '과학방역'을 내세웠던 윤석열 정부는 복지부 장관직에 의·약사 전문가를 장관 후보자로 지목했다.
하지만 정호영 후보자는 자녀 의과대학 특혜논란으로 김승희 후보자는 정치자금 의혹 등에 휘말리면서 끝내 임명되지 못했다.
두번째 후보자까지 낙마하면서 장관 후보자의 무덤으로 각인되면서 장관 임명은 점점 더 어려워졌다. 검증 단계에 올랐다는 하마평은 쏟아졌지만 후보자 지명으로 이어지지 않은 채 종결되기도 했다. 결국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당시 제1차관이었던 조규홍 장관이 그 자리에 올랐다.
어렵사리 복지부장관이 탄생했지만 초유의 사태는 향후에도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청문회에서 후보자 개인은 물론 자녀, 부모, 형제자매 등 가족들의 신상까지 파헤쳐지는 것에 대한 부담감이 커졌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해 복지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상당수의 의사들이 장관직을 고사하면서 장관 인사가 지체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장관직 청문회 제도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③윤 정부, 문케어 지우기 가속화 "보장성 강화로 의료남용"
윤석열 정부의 전 정부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 흔적 지우기가 올 한해 가속화됐다.
새 정부 출범 이후 지난 7월 감사원은 보건복지부 감사결과를 공개하며 문케어 시행 후 과다 보상과 과잉 진료 유발, 지출관리 미흡 등을 지적하고 시정을 요구했다.
기재부 역시 코로나 장기화에 따른 경제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며 보건복지 분야 재정 압박에 가세했다.
의료계 우려에도 불구하고 지난 5년 지속된 문케어는 건강보험 재정 건전성을 위한 의료 압박 정책 명분으로 돌변한 형국이다.
지난해 1조원 이상 지출된 MRI와 초음파 검사의 급여기준 재정비를 필두로 비급여 관리, 현지조사 확대 등 의료기관을 향한 강력한 통제 방안이 빠르게 진행될 전망이다.
12월 국무회의에서 윤 대통령은 "지난 5년간 보장성 강화에 20조원을 넘게 쏟아 부었지만, 정부가 의료남용과 건강보험 무임승차를 방치하면서 대다수 국민에게 부담이 전가되고 있다"고 문케어를 직격 비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진보시민단체는 건강보험 보장성 축소로 규정하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필수의료 기치를 내건 윤정부의 건강보험 새판 짜기에서 윤케어 지우기 정책과 보장성에 길들여진 환자 사이에 놓인 의료계 생존 전략 찾기가 쉽지 않은 형국이다.
④불법행위 난무하는 비대면 플랫폼 시장
코로나19 완화세로 드러난 비대면진료 플랫폼의 불법행위 정황이 속속 드러났다. 코로나19 환자가 줄어들면서 새로운 수익창출 수단을 찾던 플랫폼들이 의료법과 약사법을 위반하는 서비스를 내놓은 것.
신호탄을 쏜 것은 닥터나우의 '원하는 약 처방받기' 서비스다. 의사의 처방 없이는 수령이 불가능한 전문의약품을 아예 환자가 선택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의료계 반발을 샀다.
이후 솔닥 등의 플랫폼들이 삭센다 같은 전문의약품을 한 글자만 바꾸거나 블라인드 처리해 광고하는 행태를 보이면서 의사단체가 이를 고발하는 사례도 나왔다.
더욱이 전문의약품은 부작용 우려가 큰 약물이기 때문에 이 같은 문제가 환자 건강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플랫폼의 의료정보 수집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특히 올라케어는 임의로 개인정보보호법을 개인 '민감' 정보보호법으로 명시해 지난 국정감사에서 빈축을 사기도 했다.
규정 자체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별도 동의 사항을 필수 사항으로 명시하고, 의료법에 반하는 정보를 수집하며 보관 기관 역시 과하다는 이유에서다.
이 같은 문제들로 의료계 반발이 더욱 거세지면서, 비대면진료 제도화 논의에 참여해달라는 산업계 외침이 메아리로 남아있는 상황이다.
⑤건강보험 재정 꿀꺽 건보공단, 역대급 횡령사건 발생
건강보험공단 직원이 수십억원에 달하는 돈을 횡령하는 일이 벌어졌다. 재정관리실 채권관리 업무를 담당하던 최 모 팀장은 계좌정보를 조작해 자신의 계좌로 입금하는 방식을 사용, 약 46억원에 달하는 금액을 횡령했다. 최 팀장이 빼돌린 돈은 채권압류 등으로 지급보류됐던 의료기관의 진료비다.
최 씨는 올해 4월 1000원을 시작으로 7차례에 걸쳐 총 46억2325만원을 횡령했는데 9월 21일 41억7149만원을 빼돌리고 잠적했다.
업무점검 과정에서 횡령 정황을 인지한 건보공단은 즉각 경찰에 형사고발을 하고 예금 채권에 대한 계좌 동결을 비롯해 가압류 조치를 진행하고 있다.
이후 강도태 이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비상대책반을 가동해 현금지급 업무 전반에 대해 집중 점검에 나섰다.
해당 금액은 건강보험 재정 손실로 이어지는 만큼 사회적 관심을 집중적으로 받았다. 국정감사에서도 허술한 시스템에 대해 집중 질타를 받았다.
보건복지부는 특별감사를 추진해 기관경고를 비롯해 관련 상급자 3명에 대해 중징계 처분을 내렸다.
건보공단 역시 지난 11월 재발방지 대책을 내놨다. 71개 현금지출 및 관리 업무를 전수조사해 직원의 채권업무 권한을 분산하고 계좌정보를 직원이 임의로 수정할 수 없도록 했다.
현금 지출 관리를 담당하는 직원은 3년 넘게 연속근무를 할 수 없도록 했다. 4억원을 들여 내부 현금흐름 전반을 점검하기 위한 재무회계 컨설팅도 진행할 예정이다.
⑥필수의료 지원·건보재정 효율화 대책 드디어 공개
윤석열 정부가 국정과제로 제시했던 필수의료 강화대책이 공개됐다. 지난 7월,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사망사건이 터지면서 복지부는 즉각 필수의료확충추진단과 더불어 건강보험 재정개혁추진단을 구성, 빠르게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나섰지만 이태원 참사 등 대응으로 늦어지면서 결국 12월, 공청회를 통해 발표했다.
이번 대책과 관련해 필수의료의 핵심은 의료인력 대책인데 그 부분이 빠져 있다는 주장이 다수 제기됐으며 건강보험 재정 대책 관련해서도 필수의료는 건강보험 이외 별도의 재정투입이 필요하다는 의료계 의견이 빠져 아쉽다는 불만이 나왔다.
핵심은 MRI 등 불필요하게 이용하는 의료서비스를 정리함으로써 여기서 줄인 예산을 생명을 살리는 필수의료에 투입하겠다는 것인데 일각에선 기대보다는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이를 두고 보장성 후퇴라는 지적이 제기되자 윤석열 대통령은 불필요한 의료이용을 줄여 이를 필수의료 강화에 투입하겠다고 건보개혁 의미를 거듭 밝히고 나섰다.
한편, 복지부는 공청회 이후 의견을 수렴해 조만간 대책을 공식 발표할 예정이다.
⑦미국발 금리인상 한파…의료기기·바이오산업 직격탄
미국발 금리인상과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투자 심리가 얼어붙으면서 승승장구하던 의료기기와 바이오산업이 직격탄을 맞았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국내 의료기기·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금이 지난해 1조 6천억원에서 올해 9천억원대로 곤두박질쳤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기업공개(IPO)의 꿈에 부풀어있던 기업들은 온 몸으로 한파를 견뎌야 했고 집념으로 도전한 기업들은 깊은 한숨을 피하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해부터 유니콘 등장으로 기대를 모았던 루닛은 기관 투자자 수요 예측에서 7.1대 1로 저조한 성적표를 받아들며 희망 밴드가 무너졌고 에이프릴바이오 또한 밴드를 자진해서 대폭 낮춘 채 증시에 입성해야 했다.
특히 이러한 상황을 본 IPO 예비 기업들은 줄줄이 상장을 철회하거나 무기한 연기하는 등 투자 한파에 대한 영향을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
이에 따라 급성장하던 국내 의료기기, 바이오기업들이 과연 2023년에 이러한 한파를 이겨내고 또 다시 꽃을 피울 수 있을지에 산업계의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⑧졸겐스마 등 고가약 급여권 진입 약가제도 요동
킴리아, 졸겐스마 등 초고가 치료제가 연달아 건강보험에 등재되면서 약가제도가 요동치고 있다.
소위 ‘억’ 단위를 호가하는 초고가 치료제가 앞으로도 급여권의 문을 두드릴 것으로 예측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도 합리적인 급여관리 방안에 대한 고민도 커지는 모습이다.
현재 정부는 초고가 치료제 급여관리를 위해 ▲환자 접근성 향상 ▲치료효과 및 안전성 모니터링 강화 ▲급여관리 강화로 건강보험 지속성 확보 등의 단기계획부터 중장기계획까지 구상하고 있는 상태다.
이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의료기관의 고가약 투여 환자에 대한 고가약 관리 시스템을 운영하는 등 초고가 치료제 등장 이후 크고 작은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고가약 관리 시스템 구축을 통한 초고가 신약의 성과기반 사후관리 체계 마련 등 기존에 없던 제도가 만들어짐에 따른 영향도 추후 초고가 치료제와 관련된 주요 관심사항이기도 하다.
내년부터는 초고가 치료제 접근성 개선을 위한 시범사업이 시작되는 만큼 정부와 산업계 모두 새로운 도전을 앞두고 있는 만큼 초고가 치료제에 대한 논의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⑨렉라자, 펙수클루 등 국내 대형 신약 선전
올 한 해 국내 제약사 중심 의약품 시장에서 가장 큰 흐름은 '국산 신약' 개발이다.
그동안 글로벌 제약사 오리지널 치료제에 밀려 존재감이 약했던 국산 신약 혹은 개량 신약들이 선전하며 제약사의 '신약 개발' 이유를 증명해냈다.
국산 신약들의 경우 '국산'이라는 타이틀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성공을 거둔 품목은 많지 않았다. 그동안 총 36호 신약이 발매됐지만 글로벌 제약사 오리지널 치료제에 밀려 제힘을 못 쓰는 사례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발매되고 있는 국산 신약들의 경우는 이전과 다른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고 있다.
구체적으로 올해 출시된 국산 신약 중에서는 대웅제약 P-CAB 제제인 펙수클루(펙수프라잔)이 큰 주목을 받았다. 출시 4개월만인 매출 100억원을 달성하는 등 처방시장에서 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웅제약이 출시와 동시에 목표로 내걸었던 발매 1년 1000억원 달성이 허언이 아니었다는 평가다.
또한 대웅제약은 당뇨병 신약으로 '엔블로(이나보글리플로진)'의 국내 허가를 취득해 내년 제품 발매를 눈앞에 두고 있다. 펙수클루와 엔블로까지 연 이어 토종 신약을 출시하면서 대웅제약은 신약 개발에 있어 주목할 만한 성과를 내놓고 있다.
또한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레이저티닙)은 전 세계 두 번째 3세대 EGFR-TKI(상피세포성장인자수용체-티로신키나제억제제) 1차 치료제라는 타이틀 획득을 눈앞에 두고 있다.
2차 치료제를 넘어 1차 치료제 시장에서도 경쟁약물인 아스트라제네카 타그리소(오시머티닙)과의 글로벌 시장 정면 승부가 기대된다.
아울러 최근 열린 유럽임상종양학회 아시아(ESMO-ASIA)에서 LASER301 연구 최종 결과를 발표하며 국내 시장에서의 급여 확대 추진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⑩저무는 3년간의 온라인 시대 오프라인 학회 개막
2020년 본격적인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되면서 오프라인 모임 중심의 학술대회가 직격탄을 맞았다. 각 학회별로 춘계 학술대회 일정을 무기한 연장하거나 온라인 대회로 전환하는 현상이 발생했다.
특히 밀접 접촉을 막기 위해 전시, 행사를 온라인으로 유도하기 위한 정부의 온라인 학술대회 부스·광고 허용 등 지원기준이 공표되면서 온라인 전환이 급물살을 탔다.
2020년 하반기부터 학술대회장에서는 발표 연자와 소규모 회원들이 참석하고 나머지는 온라인으로 참여하는 하이브리드 방식 및 연자와 회원 모두 온라인으로 참석하는 전면 온라인 방식이 '뉴노멀'로 자리잡았다.
학회들도 메타버스와 같은 기술실험으로 거리, 공간, 시간 등 물리적 제약이 없는 온라인이 향후 학술대회의 표준이 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오래가지 않았다.
팬데믹의 소강 상태로 일상회복이 가속화되면서 2022년 춘계학술대회 시즌부터 다수의 학회가 오프라인 회귀를 선언한 것. 인적 교류라는 학회의 주요 기능을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없다는 판단 및 억눌린 수요가 오프라인 회귀에 배경이 됐다.
정부는 온라인 학술대회 지원을 내년 6월까지 1년 더 연장한다고 밝혔지만 전세계적인 마스크 의무화 해제 및 위드코로나 정책 등을 감안하면 오프라인 전환 및 하이브리드 혼용은 가속화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