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번한 ARIA 발생 및 일부 뇌출혈 사망자 보고
임상 전문가 "특정 유전자형에 국한…관리 가능 수준"
바이오젠과 에자이의 두 번째 알츠하이머 치료 신약 레카네맙이 미국 식품의약국(FDA) 조전부 허가(가속승인)를 받은 가운데 임상적 활용성에 대한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위약 대비 임상치매평가척도(CDR-SB)에서 인지기능 저하 속도를 27% 지연시켰지만 뇌출혈, 뇌부종 관련 3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면서 제한적인 활용도를 가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 것.
전문가들은 뇌출혈과 같은 해당 부작용이 주로 APOE4 유전자형에서 발견된다며 약제 가이드라인에서 고위험군을 배제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활용성이 있다는 데 방점을 찍고 있다.
레카네맙은 베타-아밀로이드를 표적으로 하는 항체 신약으로 알츠하이머병으로 인한 경도인지장애 및 초기 알츠하이머병을 대상으로 한다.
9일 레카네맙이 FDA 문턱을 넘었지만 처방 정보에는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amyloid-related imaging abnormalities, ARIA) 부작용 경고가 포함됐다.
같은 기전의 치매신약 아두카누맙 역시 고용량 투약자에서 ARIA 발생률이 40%를 넘기면서 베타-아밀로이드 기반 신약의 '고질병'이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 것. 레카네맙 투약군에서 2명의 다발성 뇌출혈 사망자까지 나오면서 이런 의혹에 불을 지폈다.
이달 초 국제학술지 NEJM은 레카네맙 임상 3상 풀데이터 공개와 함께 별도로 다발성 뇌출혈 사례를 게재했다. 연구진은 사망 사례 외에도 "정맥내 레카네맙을 3회 투여받은 환자에서 발생한 수많은 급성 뇌내 출혈 사례를 보고한다"고 언급해 다수의 급성 뇌출혈 사례가 있었음을 시사했다.
이와 관련 베타-아밀로이드 기반 치매 신약 임상에 참여한 A 신경과 교수는 "여러 연구를 보면 APOE δ4 유전자를 가진 환자들에게 ARIA 부작용이 자주 발생한다"며 "ARIA가 발생한다고 해서 무조건 중증으로 가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ARIA 발생 여부 자체가 약제의 활용성을 결정 짓는 것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임상 과정에서 ARIA를 경험한 환자들이 몇몇 있었지만 금방 회복했고 이후 별다른 증상이 이어지진 않았다"며 "베타-아밀로이드를 타겟으로 하는 치매신약이 같은 기전을 가졌다고 해도 모두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공개된 레카네맙 사망 사례에서 해당 환자는 APOE δ4 대립 유전자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인지 저하 초기 단계에 있던 65세 환자는 세 번의 정맥 내 레카네맙 주입(2주에 한 번 주입)을 받았고, 뇌졸중 81일 전에 수행된 자기공명영상(MRI)에서 미세출혈, 부종, 아밀로이드 관련 영상 이상이 없었다.
A 교수는 "레카네맙은 단백질 피브릴을 제거하지만 아두카누맙은 좀 더 진행된 형태의 단백질 덩어리 플라크를 제거해 임상적인 효과뿐 아니라 부작용에서도 차이가 발생할 수 있다"며 "따라서 아두카누맙에서 ARIA 부작용이 빈번해 레카네맙도 비슷한 부작용을 가질 것으로 예단하는 것은 성급하기 때문에 추가 데이터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그는 "해외에서 특정 APOE 유전자형에서 뇌 관련 부작용이 빈번하다는 점에 착안해 국내에서도 APOE 특정 유전자형에서만 부작용 발생 여부를 확인한 바 있다"며 "국내 조사에선 발생률이 특별히 더 높지 않아 뇌 관련 부작용이 APOE 유전자형에 기인한 것인지, 인종별 차이인지는 불분명하다"고 말했다.
이어 "신약이 FDA 문턱을 넘으면서 활용성에 대해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이해하지만 모든 약제는 이익과 불이익의 균형을 찾는 게 중요하다"며 "임상의 관점에서 봤을 때 레카네맙의 부작용 위험은 APOE δ4 유전자형 보유자나 항혈전제 투약자를 배제하는 방식으로 충분히 현장에서 관리가 가능한 수준으로 보인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