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헬스케어vs알고케어 논란에 정부 부처들 등판
전방위 확산 우려감 팽배…일각에선 기대감도 표출
롯데헬스케어와 스타트업 알고케어 사이에 불붙은 기술도용 논란이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면서 의료기기 스타트업들도 뒤숭숭한 분위기로 빠져들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물론 공정거래위원회 등 굵직한 정부 부처들이 잇따라 등판하자 혹여 전방위로 조사가 확산되며 업계 전체가 폭풍속으로 빠져들까 우려하고 있는 것.
반면 일각에서는 기업간 관계가 재정립되는 계기가 될까 기대감도 표출하는 모습이다.
7일 의료산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는 롯데헬스케어가 알고케어의 기술을 도용했다는 민원에 따라 관련 기업들에 대한 대대적인 현장 조사를 진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가 사업 제휴을 빌미로 영양제 디스펜서 아이디어를 도용해 같은 제품을 출시했다며 공정위에 신고했던 상황.
알고케어는 롯데헬스케어와 영양제 디스펜서와 관련해 3차례 투자 미팅을 진행했고 이후 MOU 등이 불발되며 관계가 정리됐지만 롯데헬스케어가 같은 아이디어로 제품을 출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롯데헬스케어는 신사업 추진 과정에서 이미 검토했던 아이디어로 알고케어와 협력 관계를 도모했지만 여의치 않아 자체적으로 상용화했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이러한 논란이 사회적 문제로 비화되면서 겉잡을 수 없이 확산되고 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공정위 조사 뿐 아니라 각 정부 부처가 조사를 시사하며 움직이고 있기 때문.
실제로 지난달 미국에서 진행된 CES 2023에서 이같은 문제가 제기된 뒤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중소벤처기업부는 즉시 기술침해 행정 조사 전담 공무원을 알고케어에 파견해 피해 상황 조사에 나선 상황이다.
또한 이번 논란을 중소기업 기술 탈취 근절 사례로 선정하고 디지털포렌식은 물론 법무지원단을 보내 대응을 돕겠다는 입장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가장 까다로운 정부 부처인 공정위와 중기부가 동시에 이번 논란에 뛰어든 셈이다.
이로 인해 의료기기 업계에서는 이번 논란의 향방에 촉각을 기울이면서도 혹여 파장이 확산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의료기기 스타트업인 A사 임원은 "지금까지 정부 부처가 나서면 산업계 전반에 강도 높은 규제 조치가 따라온 것이 사실 아니냐"며 "기술 도용이냐 아니냐를 떠나서 이에 대한 걱정이 크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투자부터 기술 개발, 상용화, 유통에 이르기까지 대기업의 파워는 정말 어마어마하다는 점에서 스타트업 입장에서는 어떻게든 관계를 맺고자 노력할 수 밖에 없다"며 "솔직히 말해 대기업에서 이번 사태로 이러한 연결들에 소극적으로 변할까 걱정이 많다"고 덧붙였다.
다른 기업들도 마찬가지 반응을 보이고 있다. 혹여 이번 사태가 의료기기 스타트업 전체에 영향을 주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는 것.
혹여 공정위와 중기부가 업계 전반에 대한 실사나 조사에 들어가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감을 보이는 기업들도 많다.
의료기기 스타트업 B사 임원은 "나도 대기업에 있어봤지만 공정위 같은 조직이 한번 움직이면 그 사건만 보고 끝나지 않는다"며 "그 사건이 관행인지, 갑질인지 등등을 파악하기 위해 업계 전반을 들여다보는 것이 상식"이라고 귀띔했다.
이어 그는 "결국 문제가 있건 없건 어떤 방식으로든 기업들이 그 뒤숭숭한 상황에 말려들어갈 수 있다는 의미"라며 "개인적으로는 알고케어를 응원하지만 그렇다고 마냥 관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다"고 토로했다.
반면 이번 사태가 대기업과 중소기업, 나아가 스타트업 간에 어쩔 수 없이 형성되는 불공정한 관행을 재편하는데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의견도 있다.
대기업의 압도적인 인프라와 영향력에 눌릴 수 밖에 없는 중소기업이나 스타트업 입장에서 장기적으로 봤을때 도움이 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다.
국내 의료기기 기업 C사 임원은 "사실 대기업과의 관계에 있어 중소기업은 물론이고 스타트업들은 을을 넘어 병, 정, 그 이하"라며 "정말 입김만 스쳐도 기업이 흔들릴만한 기회가 될 수도, 리스크가 될 수도 있는 것이 현실"이라고 전했다.
아울러 그는 "산업 생태계 차원에서 보면 이러한 관계는 결코 건전하지 않은 것 아니냐"며 "이 과정에서 경종을 울리는 결과가 나온다면 그 또한 나쁘지 않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