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초대석 최성희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대외협력이사
PCSK9 억제제 강력한 효과만으로 불충분…"편의성이 열쇠"
"The Lower, The Better." LDL 콜레스테롤을 낮추면 낮출수록 좋다는 말이 상식으로 통용되고 있는 현재 효과를 내세운 강력한 이상지질혈증 신약의 등장은 단비와 같다.
전세계 주요 학회들 역시 LDL-C 목표치를 더욱 낮추고 있어 이에 대응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다양한 약제 옵션이 무엇보다 절실하기 때문.
특히 LDL 콜레스테롤을 25mg/dL 미만까지 달성 가능한 PCSK9 억제제가 등장하면서 효과면에선 도달 가능한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PCSK9 억제제가 주요 학회들의 진료지침에 반영된 이후 임상 현장에서 LDL 콜레스테롤 목표치 달성은 수월해졌을까. 아니 내분비내과 의료진이나 이상지질혈증 환자들에게 남은 미충족 수요는 없을까.
최성희 한국지질동맥경화학회 대외협력이사(분당서울대병원 내분비대사내과 교수)를 만나 최근 부상하고 있는 이상지질혈증 신약 및 임상 현장에서의 치료 관련 미충족 수요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연 2회 투약으로 이상지질을 관리하는 차세대 신약 인클리시란이 최근 장기 투약 임상 결과(오리온3)를 공개하면서 효과를 증명했다.
앞서 상용화된 PCSK9 억제제 에볼로쿠맙이 2주에 한번 주사를 맞아야 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인클리시란은 환자의 편의성을 획기적으로 증대시킨 것.
다만 콜레스테롤 저감 효과는 기존 PCSK9 억제제가 기준선 대비 -60% 반면 인클리시란은 -45%에 그친다. 편의성을 내세웠지만 효과는 떨어지는 이 부분을 어떻게 해석해야할까.
최 교수는 "최근 공개된 오리온3 임상에 에볼로쿠맙을 인클리시란으로 스위칭한 후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어떻게 변화됐는지 그런 부분이 포함됐다"며 "결과적으로 보면 인클리시란이 효과면에서 떨어지는 것으로 나오지만 이를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긴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두 약제 모두 PCSK9 억제 효과를 노리지만 작용 층위가 달라 기전이 같다고 볼 수 없다"며 "에볼로쿠맙은 2주마다 한번 맞은 반면 인클리시란은 6개월마다 한번 맞기 때문에 약의 반감기 측면에서도 동등한 비교가 아니"라고 설명했다.
그는 "따라서 두 약제가 어떤 경향성을 갖는지 비교해보는 정도로 결과를 받아들여야 한다"며 "15%의 LDL 저감 절대 수치가 중요한 환자군이 있지만 보통은 가족성 고콜레스테롤혈증 등 고위험군에 제한적으로 해당한다"고 설명했다.
100명의 이상지질혈증 환자를 볼 때 유전형질 등의 문제로 콜레스테롤 목표치 달성이 어려운 고위험군은 5~10% 내로 추산된다. 이들에겐 한 자리 수의 LDL 수치 변화도 중요한만큼 에볼로쿠맙이 효과적일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대다수 이상지질혈증환자에겐 인클리시란은 적절한 옵션이 될 수 있다는 것.
최 교수는 "콜레스테롤 저감은 연구 디자인·목표에 따라 다르게 나올 수도 있다"며 "오리온3 임상이 아닌 다른 연구에선 인클리시란의 기저치 대비 LDL 콜레스테롤 저감률이 최대 60%에 달한다는 결과도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만일 연 2회에서 투약 주기를 3개월에 1회로 늘리거나 용량을 높이는 등의 시도를 했다면 더 좋은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며 "오리온3 외에도 다양한 임상이 진행되는 것 또한 최적의 효과-투약 주기를 찾기 위한 시도"라고 설명했다.
오히려 강력한 PCSK9 억제제가 나왔지만 2주에 한번 맞는 불편함이 미충족 수요로 남아있다는 것이 그의 진단. 효과를 차치하더라도 연 2회 투약 방식의 약제가 나온다면 수요는 자연스레 신약으로 몰릴 수 있다는 판단이다.
실제로 인클리시란 투약 결과는 연 2회에도 불구하고 합격점을 받았다. 인클리시란 투약군에서 LDL 콜레스테롤은 210일째 47.5% 감소했고 1440일 동안 지속됐다. LDL 콜레스테롤의 4년 평균 감소는 44.2%였으며, PCSK9의 감소 범위는 62.2~77.8%로 장기적인 효과를 증명했다.
최 교수는 "고위험군은 스스로 위험성을 알기 때문에 투약을 미루는 일이 별로 없지만 2주마다 한번씩 의료기관을 방문하는 건 여건상 성가실 수밖에 없다"며 "복약순응도가 좋아도 콜레스테롤 수치가 눈에 띄게 낮아지면 환자들은 투약 주기를 늘려달라는 주문을 종종 한다"고 언급했다.
그는 "실제로 그런 환자들의 경우엔 목표치 유지가 잘 되는 선에서 투약 주기를 한달로 바꾸기도 하는데 이런 환자들에서 연 2회 투약 방식의 등장은 상당히 매력적인 옵션"이라며 "효과가 조금 떨어지더라도 일주일이나 한달에 한번 맞는 인슐린이 나오면 환자 수요는 그에 몰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효과가 강력해야만 게임체인저가 되는 것은 아닐 뿐더러 이상지질혈증 치료제엔 빈번한 투약 주기라는 미충족 수요가 남아있다"며 "적어도 3개월마다 한번, 6개월마다 한번 투약할 수 있는 신약 출시에 대해선 환자들뿐 아니라 의료진의 기대치도 상당히 높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