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현장 의료진들, 국회 토론회서 지정기준 개선 요구
희귀질환 미지정으로 사각지대 존재…환우들 부담 여전
윤석열 대통령이 국정과제로 희귀질환 치료에 대한 과감한 정부지원을 내걸었지만 여전히 희귀질환 지정 문턱이 여전히 높아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국회 강선우 의원은 6일 희귀질환 국가관리 강화방안 모색 토론회를 열고 의료현장의 의료진을 통해 실제 임상사례를 바탕으로 어떤 개선점이 필요한지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날 토론회에서 충남대병원 정경은 교수(피부과)와 서울대병원 김현영 교수(소아외과)는 각각 환자 사례를 제시하며 해당 희귀질환으로 인해 어떤 고통을 받고 있으며 어떤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지 짚었다.
주제발제에 나선 교수들은 공통적으로 희귀질환 지정절차를 개선하고 평가과정을 투명하게 전환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봤다.
현행법상 희귀질환으로 지정받으면 산정특례를 적용해 진료비 본인부담률을 10%까지 낮출 수 있다. 문제는 중증 희귀질환임에도 여전히 인정 받지 못하는 영역이 상당수 존재한다는 점이다.
정경은 교수는 전신농포건선으로 5년째 희귀질환으로 지정 받고자 대기 중인 환자 사례를 들었다. 김모씨는 지난 2018년 전신농포건선 국가관리대상 희귀질환으로 신청했지만 2023년 현재까지도 재검토 대상에 머물고 있다.
김씨가 2018년 최초로 신청한 이후 지난 2019년 심의 결과 보류된 데 이어 2020년에는 대한건선학회의 자문과 질환자료를 보완해 심의를 진행했음에도 문턱을 넘기 못했다. 2022년에도 또 다시 건선학회사 직접 재신청했지만 검토 대상에서 제외된 바 있다.
정 교수는 "해당 질환은 방치할 경우 입원 및 사망으로 이어지는 심각한 증상과 합병증을 유발한다"면서 "판상건선에 비해 예후가 더욱 중증임에도 희귀질환 또는 중증난치질환으로 지정받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시말해 다른 피부질환에 비해 중증도가 더 높지만 국가지원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전신농포건선 질환은 희귀질환 지정이 시급하다는 얘기다.
김현영 교수는 희귀질환 지정 및 산정특례 적용의 한계점을 짚었다. 그는 생후 18일째 울고 보채는 증상 이후 다량의 혈변과 설사를 한 후 괴사성 장염으로 전원조치 된 소아환자를 사례를 들었다.
소아환자는 소장 절제술 이후 소장이 20cm정도만 남은 상태로 이후로 계속 단장증후군을 겪고 있다. 단장증후군이란 선천성 또는 생후 수술적 절제로 전체 소장의 50%이상이 소실돼 흡수 장애와 영양실조를 일으킨다.
해당 소아환자는 1년에 10회 이상 중심정맥 감염증, 대사성 산증, 탈수 등으로 입·퇴원을 반복하고 있지만 희귀난치질환으로 지정되지 않았다.
일단 희귀질환으로 지정되려면 유병인구 수가 2만명 미만이어야 하고 감염성, 일과성 질환은 제외한다. 또 중증도가 낮거나 사회경제적 비용이 낮은 경우, 이차성질환이고 진단 및 진단기준도 불명확한 경우에도 제외한다.
김 교수는 "이차성 질환이라도 질환의 특성이나 환자의 고통을 고려해 희귀질환 또는 산정특례 지정이 필요하다"면서 "동일질환인데 선천성과 후천성을 구분하면 형평성 문제가 발생해 동일한 혜택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대상환자가 적은 극희귀질환의 경우, 특히 경증과 섞인 진단명인 질환은 진단 및 진단기준 정의가 어려울 수 있다"며 "세부분류를 통해 극희귀질환으로 지정을 검토해야한다"고 말했다.
(사)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김재학 회장 또한 "제2차 희귀질환관리 종합계획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그동안 정책적으로 많은 논의의 장이 마련됐고 미미하게 변화가 이뤄지고 있다"면서도 "안타깝게도 환자 치료현장은 종합계획과의 간극은 여전히 존재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희귀질환 지정에 있어 진단기준이 불명확한 경우 희귀질환 지정이 어렵고 이는 곧 환우들의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토론회를 주최한 강선우 의원은 "희귀질환자들에게 '약자복지'와 '필수의료'를 강화하겠다는 현 정부의 말이 공허한 메아리로 남지 않길 바란다"면서 "건보재정 건전성을 우려하는 목소리에 혁신 치료제 접근이 멀어질까 가슴을 쓸어내리는 환자와 가족들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국가 관리 대상 희귀질환으로 지정받지 못해 치료지원은 언감생심이고 주변의 시선으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는 희귀질환자가 있다"며 "희귀질환에 대한 국가 관리 강화방안을 마련하고자 국회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토론회에 패널로 참석한 복지부 오창현 보험약제과장은 "삶의 질을 개선하고 임상적 효과가 높다면 범위를 확대해나가려고 한다"며 "물론 고가약제인 경우 제약사가 일정부분 재정을 분담해야 하지만 등재할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전했다.
질병관리청 이지원 희귀질환관리과장은 "현재 희귀질환 미지정 질환에 24개월 이내 재심의를 신청할 수 있는 기간을 1년으로 단축하고 위원회 구성에서 전문가 위원을 확대하는 등 제도를 개편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