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학술팀 이인복 기자
성장성 특례상장제도가 도입된지 만 5년이 넘어가면서 마침내 그 성적표들이 공개되고 있다.
결과는 우려와 같았다. 제도를 이용해 증시에 입성한 수십여개의 기업 중 말 그대로 특례에 어울릴만한 가능성을 보여주는 곳은 손가락에 꼽을 상황이다.
일부 기업들은 이미 관리종목 편입이 가시화되고 있고 상장폐지 위기에 놓인 기업들도 나타나고 있다. 결과적으로 보면 극히 일부 기업들을 제외하고는 다 낙제 위기에 몰린 셈이다.
성장특례제도는 말 그대로 성장성 잠재력이 높은 기업들에게 자금을 수혈한다는 취지로 2017년 도입됐다.
당장 적자가 나고 매출이 없는 등 상장조건에 미치지 못해도 주관을 맡은 증권사가 성장 잠재력만 보장하면 증시에 입성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준 셈이다.
도입 당시에도 수많은 논란이 있었지만 일단 열차는 출발했다. 출발의 논리는 미국과 유럽 등의 성공 사례들이 기반이 됐다.
이 제도의 가장 큰 혜택을 본 것은 바로 바이오기업과 헬스케어 스타트업들이었다. 수년째 차세대 먹거리로 부각되는 만큼 말 그대로 일정한 가능성만 증명하면 속속 증시에 들어왔다.
그렇게 만 5년이 지난 지금. 이들 대부분은 만성적자에 허덕이며 속속 관리종목의 길로 들어서고 있다.
사실상 실적이 전무하다는 점에서 특례상장 기업에게 5년간 관리종목 지정을 유예하는 특혜가 아니었다면 이미 다 관리종목에 들어갔어야 할 기업들이다.
실제로 성장특례상장을 통해 증시에 입성한 1호 기업인 신약 개발 기업 셀리버리는 사실상 상장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이후 들어온 신테카바이오, 브릿지바이오테라퓨틱스 등도 이미 관리종목 지정이 확실시 되고 있다.
이외 특례상장제도를 통해 증시에 입성한 기업들의 성적표도 그리 좋지 않다. 오히려 실적이 나오는 기업을 찾는 것이 더 어려울 정도다.
아직까지 특례상장제도를 옹호하는 측에서는 장기적 관점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신약 개발 등에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는 만큼 이들에게 더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파이프라인이 망가져 아예 존재하지 않는 기업들도 많다는 점에서 이들의 주장은 힘을 잃는다. 일부 바이오기업들에게 '사실상의 사기'라는 꼬리표가 붙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문제는 지금도 특례상장을 통해 증시 입성을 노리는 기업들이 계속해서 늘고 있다는 점이다. 개미 투자자들의 돈으로 사업놀이를 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러한 기업들이 늘면서 정말 성장성이 있고 우수한 기술이 있는 기업들조차 한데 묶여 비난을 받는 일도 일어나고 있는 것도 또 하나의 문제가 되고 있다.
그렇기에 지금이라도 제대로된 성장성과 기술을 가진 기업들이 건전하게 제도를 활용할 수 있도록 옥석을 가릴 수 있는 명확한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제도의 허점이 있다면 어서 구멍을 메워야하고 더욱 꼼꼼하게 기업들에게 성장성을 입증하는 의무를 부여해야 한다. 제도를 통해 증시 트랙에 오른 기업들이 줄줄이 탈선을 하고 있는 상황에 그래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은 사기에 대한 공모일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