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정총, 의료인력 논의 없었다…간호법 대응 비대위 연장

발행날짜: 2023-04-24 05:30:00
  • 간호법 대응·분석심사·수가협상 등 산적한 의협 현안 논의
    분석심사 1년 더 참여키로…"수가협상 거부" 주장도 제기

의료계가 반대 여론이 거센 분석심사에 1년 더 참여해 보기로 했다. 다음 달로 다가온 수가협상에서 최소 5% 이상의 수가 인상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간호법 및 의사면허 취소법 대응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활동 기한도 미뤄졌다.

대한의사협회는 23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열린 제75차 정기대의원총회에서 다양한 현안에 대한 방향성을 설정했다. 다만, 보건복지부가 거듭 요청했던 의사인력 확대 방안 관련해서는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의협은 23일 서울 더케이호텔에서 제75차 정기대의원총회를 열었다.

■분석심사 참여 1년 더 하기로 "아직 근거 부족"

1년 동안 한시적으로 참여하기로 했던 분석심사는 1년 '더' 해보기로 했다. 전문분과심의위원회(Special Review Committee, SRC)와 전문가심사위원회(Professional Review Committee, PRC)에 참여한 시간이 얼마 되지 않아 아직 제도 참여 여부를 결정지을 정도의 근거가 쌓이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의협 대의원회 보험·학술분과위원회는 6개월 후 분석심사에 대한 중간평가를 진행하는 것을 전제로 SRC와 PRC에 1년 더 참여하기로 했다.

박상준 위원장(대의원회 부의장)은 "분석심사에 한시적 참여를 결정한 후 1년이 지났지만 평가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라며 "기준 자료를 갖고 제도 참여 지속 여부에 대해 평가를 해야 하는데 SRC와 PRC 위원 구성 자체가 늦어지고 하다 보니 근거 자체가 전혀 만들어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분석심사에 대한 큰 피해가 드러나지 않고 있다면 1년 정도 데이터를 수집해 평가하는 게 적절하겠다는 결론을 내렸다"라며 "6개월 안에 의협 주무이사가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 보고토록 조치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의협은 SRC와 PRC에 참여하고 있는 위원을 대상으로 제도 지속 여부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88명의 위원 중 60명이 응답했는데 이 중 68%가 제도 참여를 일단은 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의협 박준일 보험이사는 "고혈압, 당뇨병 위원회는 의협이 참여를 결정한 후 2회 정도 됐고, 견관절은 1회, 우울증은 아직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라며 "위원 구성 자체가 늦어진 점도 있어 제도를 파악하고 있는 단계다. 이미 위원회 경험을 여러 차례 해본 위원들은 분석심사가 질 이외 비용까지 관리해야 하는 점을 지적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20명은 제도 참여 반대 의견을 냈는데 그 이유를 질보다는 비용 절감에 중점을 두는 심사이기 때문이라고 했다"라며 "데이터가 현재로서는 너무 없기 때문에 수집되는 데로 분석해서 보고하겠다"고 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수가협상에서 최소 5% 이상의 인상률을 받아야 한다고 권고했다.

다만 반대하고 있는 제도에 지속적으로 참여함으로써 결국에는 빠져나오지 못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왔다.

좌훈정 대변인(대한개원의협의회 기획부회장, 일반과의사회장)은 "어떤 제도든 오래 참여하다 보면 빠져나오고 싶어도 못 빠져나오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다"라며 "현재 실제로 삭감률이 많이 줄었다. 언제든지 실사로 털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최근 만성질환관리료, 검사에 대한 전방위적인 실사가 이뤄지고 있다"라며 "분석심사가 정착되면 더 심해질 것이다. 6개월 안에 빨리 데이터를 수집해 내년 정총에서는 확실하게 입장을 결정할 수 있는 근거를 도출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수가협상 코앞 "최소 5% 이상 받아내야" 권고문 등장

대의원회는 오는 5월 예정된 수가협상에서 최소 5% 이상의 인상률을 받아내야 한다는 의견도 냈다. 아예 "수가협상 과정에서 높은 임금인상률과 물가인상률 등을 고려하고 수가가 OECD 국가 수준에 조금이라도 근접할 수 있도록 최소 5% 이상의 수가 인상률을 얻어낼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권고문까지 냈다.

지난 2년간 실제 수가협상을 주도했던 김동석 대의원(대한개원의협의회장)은 이같은 대의원회의 권고에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며 수가협상을 거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실제 의협은 대개협에 수가협상 권한을 위임했지만 대개협은 수가협상의 불합리함을 앞세워 올해 협상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한 상태다.

김 대의원은 "수가협상을 지난 2년 동안 했는데 첫해는 3%였고 그 다음 해는 2.1%였다. 대의원회가 권고한 5% 이상은 건의안이라고 하더라도 이뤄질 수 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하며 "어떤 수가협상이 되더라도 이미 정해진 틀에 갇힌 비합리적이고 모멸적인 협상"이라고 토로했다.

이어 "수가협상이 끝날 때마다 거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라며 "올해는 단장을 그만뒀다. 내년에도 똑같은 모형을 적용할 것이기 때문이다. 협상에 투입할 재정 규모를 설정하는 재정운영위원회에 공급자 단체는 들어가지도 않는다. 의협 집행부는 각 직역 회장과 만나서 수가협상 거부를 선언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 저지를 위해 구성된 비대위 활동 기한을 연기하고 적극 지지하기로 했다.

■의협 산하에 중증응급의료 대응 TFT 만들기로

대한의사협회는 앞으로 산하에 별도 TFT와 자문위원단을 구성해 중증응급의료체계에 대한 정부 정책에 적극 목소리를 내기로 했다.

한재민 대의원(전공의 대표)은 "대구에서 발생한 응급실 뺑뺑이 사건을 계기로 중증응급의료의 공급 부족이 문제가 되고 있는데 정부와 정치인이 교묘하게 이용해서 공공의대 내지는 의사정원 확대 같은 시도가 계속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의협 산하에 TFT를 만들어 대정부 활동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TFT에서 응급의료센터 평가기준 제도 개선안을 마련하고 효과적 응급의료 통신망 구축을 위한 예산 확보를 요구하며 민간 의료기관 참여 유도를 위한 정부 지원을 확대하는 사안 등을 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대의원의 주장에 대의원들도 적극 공감, 147명 중 138명이 찬성(반대 7명, 기관 2명) 해 가볍게 통과했다.

■"악법 폐기될 때까지" 비대위 활동기한 연장

의협은 간호법과 의사면허취소법 저지를 위해 임시대의원총회까지 열어 비상대책위원회를 꾸린 바 있다. 정기대의원총회가 열리는 23일 현재까지도 해당 법안 통과 여부는 의료계 최대 이슈인 만큼 비대위 활동도 자동 연장됐다.

박명하 비대위원장은 "비대위 목적이 간호법과 면허취소법 저지를 위한 것"이라며 "목적을 완수하려면 법안이 최종 폐기되는 수순을 밟아야 한다. 비대위 임기도 법안의 운명과 함께 가야 한다고 본다"고 호소했다.

의협 대의원회는 투표를 통해 비대위 임기 종료 시점을 대의원회 운영위원회에 맡기기로 했다. 더불어 행사 말미에 대의원들은 "다가오는 27일 국회 본회의에서 처리될 악법 저지를 위해 의협 집행부와 비상대책위원회가 최선을 다해주길 바란다"라며 "비대위 활동 연장에 전 대의원이 만장일치로 지지하고 동참할 것"이라고 결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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