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민 회장 "새로운 내용 없었던 당정 대책" 비판
권역센터 응급의학과장들 "한번의 대책으로 해결안되"
지난 31일, 당·정협의회에서 중·경증 이원화와 더불어 응급환자 이송시스템 컨트롤 타워 마련 등을 내놨지만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의 표정은 시큰둥하다.
수도권 대형 대학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는 "당장 대책을 내놓는다고 해결될 수 있는 단계는 지났다"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대한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당정은 응급의료 대책이 없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할 때가 됐다고 본다"며 "이번에 발표한 대책도 새로운 내용은 없다"고 평가절하했다.
국민의힘과 보건복지부는 31일 응급의료 긴급대책 당정협의회를 열고 대책을 내놨다.
박대출 정책위의장은 "응급환자가 병상을 찾지 못해 이른바 뺑뺑이를 돌다가 구급차에서 숨지는 안타까운 사고가 잇따르고 있다"며 "지난달 5일, 당정협의를 통해 원스톱 환자 이송 시스템을 구축하고 의료진 근무여건 개선 등을 포함한 대책을 발표헀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의 '고질병'을 이제 뜯어 고쳐야 한다"며 구급대원이 병원별로 연락해 병상 여부를 확인하고, 응급실 경증과 중증을 분리해 받는 이원화 제도 추진 계획도 내놨다.
이날 당정협의체가 제시한 응급의료 대책은 경증 환자 이원화 시스템과 구급대-의료기관간 정보공유 시스템으로 크게 2가지.
당정이 고심끝에 대책을 내놨지만 막상 응급의학과 전문의들이 이번 대책에 큰 기대감은 없었다.
A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의학과장은 "손 놓고 있는 것보다는 낫겠지만 당장 의료현장에서 필수의료를 지탱할 의료인력이 없는 현실에서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이 나올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B권역응급의료센터 응급의학과장은 "지금까지 응급실을 버텨온 것은 사명감을 갖고 있는 의료진으로 밤샘하고 다음날 외래 진료를 이어가면서 버텨왔던 이들이 어느새 50대가 되면서 체력적으로 불가능해졌다"면서 "그 자리를 이어갈 젊은 세대가 없다는 게 문제"라고 했다.
그는 필수의료 분야에 파격적이고 지속적인 지원대책을 통해 젊은 의사들이 자연스럽게 유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는 게 급선무라고 봤다.
응급의학의사회 이형민 회장은 당정협의체 2가지 대책을 조목조목 짚으며 현실적으로 실현할 수 없는 이유를 짚었다.
먼저 경증 응급환자 이원화 시스템과 관련해서는 '경증' 구분이 모호성을 들었다. 그는 "응급실에 온 모든 환자는 자신을 경증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실제로 걸어서 들어온 환자가 사망에 이르기도 하는 곳이 응급실"이라며 경증과 중증의 경계에서 명확하게 선을 긋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봤다.
만약 응급환자 중증도 분류기준에 따라 환자를 구분해도 추후 중증도가 낮은 환자라고 판단했던 환자가 추후 알고보니 중증도가 높은 환자일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또한 이 회장은 구급대-병원간 이송 컨트롤 타워 구축과 관련 오히려 우려를 표명했다.
그는 "이는 앞서 복지부가 발표한 바 있다. 새로운 내용이 아니다"라며 "실시간 응급상황판 시스템은 오히려 응급의학과 전문의 이탈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당정이 언급한 응급상황판 시스템은 구급대가 실시간으로 병원의 상황을 파악해 환자를 이송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다. 하지만 의료현장에선 실시간으로 중환자실, 수술실 등 상황을 모니터링하고 업데이트하고 만약 응급상황판에서 가능함에도 응급환자를 거부할 수 없는 구조가 만들어 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회장은 "차라리 응급의료 대책에 한계가 있음을 인정하고, 하나씩 대책을 마련해 가야한다"면서 "이번 대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처럼 생각한다면 무리가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