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협 건강보험 재정 순증, 보험자 다양화 등 제안
"의사 수 늘리기와 함께 기피과 유인책도 고민해야"
필수의료 관련 진료과를 기피하는 현상이 팽배해지자 젊은의사들이 우려감을 표시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와 의료계가 '의대정원 증원'을 합의하고 세부안을 논의해야 하는 상황에서 단기대책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지적이다. 의사 인력 양성까지 긴 시간이 필요한 만큼 젊은의사들이 기피 진료과를 찾을수있도록 하는 유인책이 무엇보다 중요한 상황이라는 것.
대한전공의협의회는 "고령화에 대비하고 필수의료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간접세 등을 활용해 건강보험 재정을 선진국 수준으로 확충해야 한다"라며 "소아청소년과, 뇌혈관 수술 등 기피 분야에 대한 보상을 확대하기 위한 단기적 대책도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12일 밝혔다.
소아청소년과 전문의 부족, 서울아산병원 간호사 뇌출혈 사망사건 이후 필수의료 문제가 사회적 화두로 떠오른 상황. 실제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는 '탈소아과'를 외치며 피부미용, 만성질환 치료 습득을 위한 학술대회를 열기도 했다.
그런 상황에서 정부는 올해 1월부터 필수의료 지원대책, 소아의료체계 개선대책 등을 잇따라 발표하며 필수의료 환경 개선을 약속하고 있다.
대전협은 "정부는 필수의료 및 지역 공공의료 기피 현상에 대한 해결 의지를 밝히고 있지만 구체적인 건강보험 재정 투입 계획이 없어 역부족이라는 평가가 의료계에서는 팽배하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기피영역 의료인력 수급 정책에서 단순히 의사 총량에 대한 논의만이 아니라 각국 보건의료체계의 경로, 재원조달 방식, 의료공급체계, 의료인 사이 업무 분장, 의료이용 제한 기전 유무 등을 고려해 기존 의료인력 재배치 방안을 포함한 여러 정책 조합이 필요하다"라며 "특히 필수의료 및 지역공공의료 기피 현상은 명백한 건강보험 제도의 구매 기능 실패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대전협은 건강보험 재정의 순증, 보험자 다양화를 통한 구매 기능 확대를 꺼냈다.
우선 현재 국민건강보험법에서 명시하고 있는 건강보험료율 8% 상한을 폐지하고 영구적인 건강보험 국고보조금이 필요하다고 했다.
대전협은 "건강보험료를 선진국 수준으로 무턱대고 급여의 15%로 인상하는 것은 현재 불가능하다"라며 "소아청소년과, 외과 등 필수의료 분야 기피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건강보험 재정 순증 없이는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건의료 인력을 갈아넣는 현 체계를 개혁하기 전까지는 기금화 논의등을 보류해야 한다"라며 "점진적으로 재정의 최소 30% 수준을 국고지원금에서 담당할 수 있도록 지출 구조 개편이 필요하다. 특히 중증 진료에 대해 조세기반 국고보조금 확충이 없으면 필수의료 전반에 대한 기피 현상은 가속화 될 것"이라고 밝혔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한 곳뿐인 단일 보험자가 비대화지면서 가격 통제력이 높아지고 의사결정이 느려지고 있다는 점도 짚으며 보험자를 최소 두 개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는 주장도 펼쳤다.
대전협은 "보험자가 두 개 이상이라면 소청과 진료 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라며 "현재 단일보험 체계에서 가격 수준을 결정하는 위원회 공익위원 다수는 정부기관이 임명 또는 위촉하게돼 있다. 의사결정의 불투명성과 위원 구성의 모순으로 의료서비스 공급자가 현재 일방적인 정책 추진에 당해낼 재간이 없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장기적으로는 다보험자 전환을 검토해볼 수 있다. 선진국 사회보험은 대부분 다수 보험자 제도를 채택하고 있다"라며 "독일과 네덜란드는 보험자간 경쟁 원리를 도입하고 있어 참고해볼만 하다"고 덧붙였다.
더불어 기피 분야는 '민간 진료(private clinic)' 검토도 제안했다.
대전협은 "중증응급의료, 소아, 분만 등은 이원화 민간진료를 도입해 기피 분야 공급자에 대한 인센티브를 제공할 수 있다"라며 "중증진료 공급에 대한 지원금 및 유인책을 확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보험자 간 경쟁 부재 속에서 건보공단의 노력만으로 급여 진료 영역 혁신을 필요로 하는 필수의료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다"라며 "배출된 의사가 필수의료 영역에 잘 정착할 수 있도록 제도적 유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사명감을 강조하는 시대는 이미 끝났다. 의사 수를 늘려도 의사의 자율성을 존중하지 않으면 결국 해결할 수 없는 게 현재의 문제"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우리 사회가 의사 수에만 여념 없는 와중에도 소아청소년과 기피 현상은 가속화되고 있다"라며 "정부와 보험자가 필수의료에 대한 투자 의지를 보여주지 않는다면, 진료 제공에서 의사의 자율성을 보장해주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면 모든 것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