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효정 학생(충남의대 본과 2학년)
본과에서 막대한 양의 의학 지식에 대해 공부하다 보면 내가 이것을 공부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생각해보게 된다. 의과대학 학생들은 의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한다. 의사가 되어 임상에서 환자를 보기도 하고 기초 의학자가 되거나 아니면 창업을 하는 등 다양한 길을 갈 수 있지만 의학이라는 범위 안에서 일을 하는 이상 우리는 누군가의 생명과 관련된 일을 하게 된다. 생명과 가장 밀접한 일을 하는 의사이기에 예비 의료인인 의대생에게 생명 윤리에 대한 의식은 중요하다. 의대생의 생명 윤리 의식을 어떻게 키울 수 있을까? 이제부터 의과대학 내에서 인문사회의학 수업을 중심으로 이야기해보겠다.
인문사회의학은 인간의 질병 및 건강과 관련된 제반 측면을 생물학적 관점뿐만 아니라 심리적, 사회적, 문화적 측면 등을 다루는 학문 분야로 우리 사회가 어떤 의사를 요구하는가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에서부터 의학 및 의료와 관련된 철학, 사학, 사회학 및 교육학적 문제를 탐구한다. 충남대는 예과 2학년부터 본과 2학년까지 학기마다 한 과목씩 인문사회의학 수업을 들어 총 6과목의 수업을 통해 의료와 인간, 의료정보, 의료윤리, 의사소통 등을 배운다. 또 본과 4학년 때는 의학 전문직업성, 예방의학, 보건 의료 법률에 대한 수업을 들으며 졸업 후에 의료인으로 필드에 나갈 준비를 하게 된다. 인문사회의학 교육의 중요성이 크게 강조되며 교육과정에서는 조금씩 차이가 있지만 다른 의과대학에서도 대부분 인문사회의학 강의들이 개설되어 있다.
그렇다면 인문사회의학의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할까? 의과대학에서 인문사회의학을 교육하는 목적은 의과대학 학생들이 인문학과 폭넓은 사회과학 지식을 습득해 질병과 그 질병을 가지고 있는 환자의 심리적, 사회문화적 상황을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를 통해 환자가 가진 질병뿐 아니라 질병을 가진 인격체로서 환자를 이해하고 통합적으로 환자에게 접근할 수 있게 한다.
이러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생각해보자. 인문사회의학은 지식적인 내용의 전달보다는 가치 교육에 속하기에 학생의 참여가 극대화되는 방법인 독서와 성찰적 사색, 토론 등의 방법이 효과적이다. 충남의대에서는 팀을 이뤄 의료 인문학적 주제에 대해 서로의 의견을 나누며 발표를 준비하는 활동이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까지 다양한 인문사회의학 수업을 들으며 만족했던 수업들도 있고 아쉬움이 있던 수업들도 있었다.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인문사회의학 수업이 어떤 방식으로 진행되면 좋을까 이야기해보겠다.
첫 번째, 수업 내에서 팀 활동을 할 때에는 한 팀당 적절한 수의 학생을 배치해야 한다. 서로 의견을 나눌 수 있을 만한 4명에서 8명의 인원이 아닌 한 팀에 10명 이상의 학생이 배치되면 팀 안에서 효과적으로 의견을 나누기 어렵다. 충남대는 한 학년당 학생수가 100명이 넘어가기에 한 팀당 인원 구성에서 어쩔 수 없는 면도 있지만 팀 구성원 간 활발한 소통이 중요한 인문사회의학 수업에서는 팀별 인원수가 더욱 중요하게 고려되어야 한다.
두 번째, 각 사람별로 또는 각 팀별로 다양하게 주제를 선정할 수 있도록 독려해야 한다. 인문사회의학 시간에는 의료 윤리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여러 상황에 노출되고 그 안에서 다양한 관점으로 생각해 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모두가 비슷하거나 같은 주제를 선정해 발표가 진행된다면 수업을 통해 학생들이 고민해볼 수 있는 기회가 적어질 수밖에 없다.
세 번째, 개괄적인 내용보다는 각각의 구체적인 사례를 보며 생각해보는 수업이 효과적이다. 인문사회의학 과목 자체가 다양한 학문을 종합한 것이기에 추상적이고 학생의 삶과 거리감이 있다고 느껴질 수 있다. 따라서 구체적인 의료 윤리적 갈등상황을 설정하고 이에 대해 토론하거나 해부학 실습과정 기간에 시신 주인공의 개인적인 삶과 죽음을 묵상하는 시간을 갖는 등 개별적인 내용에 집중하는 수업 방식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의학이란 결국 한 명의 인격체인 환자를 살리는 학문임을 상기시키며 학생들의 삶에 인문사회의학 수업이 다가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인문사회의학 수업은 여러 장점이 있지만 인문사회의학 수업만으로는 공감능력이 부재한 반사회적 인격장애자를 교정할 수 없다는 한계점이 명확히 존재한다. 즉 의과대학 내에서 의료윤리에 대해 가르친다고 하더라도 소시오패스에게 공감능력을 가르칠 수 없다는 말이다. 따라서 반사회적 인격장애를 가진 사람들은 의대 입학 과정에서 철저하게 제한시키는 절차가 필요하다.
의사는 질병을 가진 인격체로서 환자를 대하며 질병과 환자에 대해 올바르게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의과대학은 단순한 의학 지식에 대한 전달을 넘어 사람의 생명을 존중하는 훌륭한 의사를 키워내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 의대생들은 의과대학에서 제공하는 인문사회의학 수업 이외에도 의사가 되기까지 아니 의사가 된 이후에도 어떤 자세로 환자를 대해야 할지, 스스로 어떤 의사가 되어야 할지에 대해 끈임 없는 고찰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