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 전문가 "인지 기능 저하 지연시킬 뿐 완치 개념 아냐"
연간 수 천 만원대 약가·ARIA 부작용도 처방 저항대 작용
이달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알츠하이머 치료제 레카네맙(상품명 레켐비)를 정식 승인하면서 사실상 첫 치매 신약이 탄생했다는 평가가 줄을 잇고 있다.
기존에 승인된 아두카누맙이 효과와 부작용 논란에 시달린 것과 달리 임상에서 두 가지 요건을 충족해 임상적으로 활용 가능한 약제로 손색이 없다는 것.
다만 레카네맙은 상대적인 인지 저하 속도 지연에 있어 효과를 증명했기 때문에 '완치' 개념과는 거리가 있고, 일부 유전자형에서 뇌부종 발병률의 상승, 가격까지 변수로 남아있어 과도한 기대는 금물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12일 의학계에 따르면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알츠하이머병 항체 신약 레카네맙 승인한 것으로 확인됐다.
바이오젠과 에자이 사가 공동 개발한 레카네맙은 알츠하이머병 치료를 위한 아밀로이드 베타 항체 기반 치료제다.
알츠하이머병 환자의 뇌속에서는 신경독성을 가진 아밀로이드 베타(Aβ) 축적이 일어나는데 레카네맙은 이런 응집을 막는 방식으로 작용한다.
이번 승인은 3상 임상시험인 CLARITY-AD의 결과를 기반으로 했다. 가벼운 인지 장애 또는 가벼운 치매 단계를 가진 1795명을 대상으로 레카네맙(10mg/kg) 또는 위약을 격주로 18개월 투약한 결과 인지기능 척도인 CDR-SB의 감소에서 레카네맵 투약군은 위약군 대비 27% 지연이 나타났다.
EQ-5D-5L 및 QOL-AD 척도를 사용한 삶의 질 측정 분석 결과에서도 레카네맙 투약군은 18개월 동안 평균 50%의 개선이 나타났다.
문제는 아밀로이드 베타 축적을 근원적으로 막는다는 점에서 레카네맙이 치매를 완치하는 약으로 호도되고 있다는 점. 게다가 저하된 인지 기능을 복원시키는 것이 아닌 저하 속도를 상대적으로 늦춘다는 점도 전문가들이 지적하는 주요 사항이다.
D대학병원 신경과 교수는 "아두카누맙이 첫 치매 신약으로 나왔지만 FDA 내부 위원들까지 승인에 반대했을 정도로 효과 논란이 있었다"며 "승인 역시 치매 치료제가 없는 제한적인 상황을 고려한 임시변통의 의미가 강했다"고 말했다.
그는 "반면 레카네맙은 아두카누맙에서 제기됐던 효과, 부작용 논란에서 어느 정도 자유로운 것은 맞다"며 "그렇지만 이를 완치 개념의 치매 신약으로 접근해선 곤란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CDR-SB 지표상 27% 지연은 위약 대비 상대적으로 효과가 있다는 의미일 뿐 그래프를 보면 두 군 모두 떨어지는 것(악화)은 똑같다"며 "18개월이라고 해 봤자 1년 6개월을 관찰한 것이기 때문에 10년 정도 추적관찰하면 결국 악화의 종착점은 같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현재 치매 치료제로 사용되는 대다수 약제가 증상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기 때문에 보다 근본적인 아밀로이드 베타의 축적을 막는 치료제의 탄생은 상징적인 의미이자 치매 치료제 개발의 시작을 알린다는 것이 그의 판단.
그는 "과거 임상에서 치매 발현 이후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을 제거해도 증상이 호전되지 않아 아밀로이드 베타 가설이 위협받았다"며 "레카네맙은 아밀로이드 베타가 과도하게 축적되기 전 경증 환자를 대상으로 효과를 본 만큼 보다 초기에 투약하는 임상 진행이 필요해보인다"고 말했다.
ARIA 부작용과 가격도 저항대로 작용할 전망이다.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제거 기전 약물에서 공통적으로 ARIA(아밀로이드 관련 부종 영상 이미지) 부작용이 관찰되는데 특히 일부 유전자형에서 발현 빈도가 높다.
ARIA의 대부분의 경우가 경미하거나 무증상이지만, 중증 ARIA는 CLARITY-AD에서 0.7%의 발병률을 나타냈다.
ApoE ε4 대립 유전자 2개를 가진 경우 ApoE ε4 대립 유전자 1개만 가진 경우보다 ARIA 발생률이 훨씬 높고 항응고제 약물을 복용한 참가자들도 레카네맙 투약에서 더 많은 수의 뇌출혈을 경험했다.
FDA 역시 ApoE ε4 유전자형을 가진 환자에서 ARIA 발생률이 높아 레카네맙 처방 정보에 치료 시작 전 ApoE ε4 유전자형에 대한 테스트를 수행토록 했다.
A대학병원 신경과 교수는 "다양한 기전으로 수 많은 치매 신약이 개발되고 있지만 일반인이 기대하는 완치 개념으로 접근하진 않는다"며 "당장 임상 현장에서 기대하는 건 적절한 효과와 부작용, 가격의 절충점을 맞춘 신약"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두카누맙이 처음 등장했을 때 연간 약제비가 약 6600만원으로 책정됐고 이어 반값으로 낮췄지만 상업적 성공은 거두지 못했다"며 "레카네맙의 연간 약제비는 연간 약 3300만원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마저도 효과에 비하면 과도한 측면이 없잖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간 수 천만원을 지불할 능력이 있는 환자군은 많지 않기 때문에 보험 등재 시 약가 조정이 처방 활성화의 관건"이라며 "합리적인 가격으로 국내에 들어온다면 처방 수요는 충분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