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년도 하반기 전공의 상급년차 선발 결과 '처참'
소청과 4년차 졸업하면 전공의 전무…'가정'도 심각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수련 대가 끊길 위기의 수련병원이 속속 나타나고 있다. 정부가 필수의료 인력을 확충하고자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그 역시 젊은 의사들의 마음을 돌리기엔 역부족이었다.
메디칼타임즈가 27일 접수 마감한 2023년도 하반기 레지던트 상급년차 모집 결과를 확인한 결과 지원자를 찾은 수련병원이 전무했다. 한 병원 관계자는 "상급년차 모집을 통해 전공의를 충원한 전례가 없다. 오히려 지원자를 찾으면 특이할 정도"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이번 상급년차 모집 공고 현황에서 눈에 띄는 것은 단연 소아청소년과. 일부 병원에선 1년차를 제외한 전체 상급년차에서 지원자를 찾았지만 단 한 명의 지원자도 찾지 못했다. 가정의학과 또한 어려운 현실이 그대로 드러났다.
울산대병원은 가정의학과 2~3년차 각각 2명 정원에 소아청소년과 2~4년차 각각 2명씩 정원을 내걸었지만 지원자를 찾지 못했다. 현재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는 1년차 1명뿐. 2~4년차 전공의가 전무한 상태다. 1년차 전공의가 동료는 물론 선배 전공의조차 없는 상태에서 홀로 버티고 있다.
가정의학과는 더 심각하다. 현재 1~3년차까지 전공의는 0명으로 상급년차 모집에 실낱 같은 희망을 걸어봤지만 역시나 지원자를 찾지 못하면서 사실상 전공의 수련 대가 끊겼다.
문제는 울산대병원과 같은 병원이 한두 곳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영남대병원은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4년차 1명이 전부다. 올해 1년차 지원자를 찾지 못했고 2~3년차도 없던 터. 4년차가 졸업하고 나면 전공의 수련이 끊긴다.
건국대병원은 그보다 상황은 낫지만 대를 이어가기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이번 상급년차 모집에서 2~3년차 각각 3명씩 정원을 내걸었지만 지원자는 없었다. 1~3년차 전공의는 0명. 현재 4년차까지만 해도 3명 정원을 모두 채웠지만 최근 2~3년새 급격히 지원율이 감소하면서 전공의가 전멸했다.
아주대병원은 소청과 2년차, 3년차 각각 5명씩 대거 지원자를 찾아 나섰지만 수포로 돌아갔으며 국립경찰병원도 가정의학과 2년차 2명, 3년차 6명 정원 채우기에 나섰지만 찾을 수 없었다.
상급년차 지원율 0%는 소위 빅5병원인 대형 대학병원도 피해갈 수 없었다. 서울대병원은 심장혈관흉부외과 2년차 2명, 산부인과 2년차 2명 모집했지만 지원율 제로 행진을 이어갔다.
삼성서울병원도 심장혈관흉부외과 2년차 2명, 소아청소년과 2년차 1명, 3년차 5명(자병원 정원 포함) 지원자를 찾아봤지만 지원율 제로의 늪을 벗어나지 못했다.
수련병원 한 관계자는 "상급년차 전공의 모집을 통해 지원자를 찾은 전례가 없어 기대도 없다"면서 "이는 타 수련병원도 비슷한 상황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조만간 소아청소년과 전공의를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은 최근 병원계 불고 있는 의대교수 사직 바람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높아 병원계 우려는 더 커지고 있다.
수도권 수련병원 한 지도전문의는 "전공의 수련을 유지하려고 교수(지도전문의) 정원을 어렵게 유지하고 있는데 정작 전공의 지원자를 찾기 힘든 웃픈 상황"이라며 "결국 의대교수의 업무강도가 높아지고 대학병원 교수 이탈현상이 가속화될라 염려스럽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