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수의료는 파멸로 가는 지름길이다

미래의료포럼 주수호 대표
발행날짜: 2023-10-23 08:46:24
  • 미래의료포럼 주수호 대표

미래의료포럼 주수호 대표

최근 정부가 의대 입학 정원 확대 방안을 발표한 이후 의대 입학 정원 확대라는 이슈가 블랙홀처럼 온나라의 이목을 끌어 들이는 모양새다.

언론 보도는 물론이거니와 의대 입시와 관련된 사교육시장, 졸지에 학생들을 빼앗기게 된 이공계를 비롯한 학계까지 모든 국민이 의대 입학 정원 확대라는 이슈에 온 신경을 집중하고 있다.

도대체 의대 입학 정원 확대가 어떤 일이기에 마치 전쟁이라도 난 것처럼 온 나라의 시선을 모으게 된 것일까?

정부가 강행하려는 의대 입학 정원 확대는 소멸위기에 빠진 대한민국의 특정 의료를 필수의료라는 잘못된 이름으로 명명함과 동시에 그것을 조금이라도 살려보자는 정책의 일환으로 추진된 것이다.

문제는 필수의료 위기의 원인에 대한 진단이 완전히 잘못되었기에 의대 입학 정원 확대라는 처방은 죽어가는 필수의료를 살리기는 커녕 몰락을 가속화 시킬 것이라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현장에서 필수의료를 담당하는 의사들은 물론이고 대한민국 의료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는 분들은 모두 일관되게 지적하고 있다.

대한민국 의료 몰락은 근본적으로 잘못 설계된 대한민국 의료제도와 왜곡된 의료문화에서 비롯된 예정된 참사이지 의사 수와는 전혀 무관한 것이라고 말이다.

작금 벌어지는 필수의료과 의사들의 탈출러시는 환자를 질병으로 부터 자유롭게 하겠다는 선의로 최선의 진료를 다했음에도 오로지 악결과만으로 의사에게 법적 책임을 묻고자 남발되는 민형사 소송이 첫번째 원인이요, 정상적인 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몸갈아 넣어가며 노력을 쏟아 붓는데 반해 턱없이 적은 보상이 두번째 원인이라는 거다. 이미 대한민국에서 의사에게 명예 존경심, 이런 단어는 사치라 논외로 한다.

여하간에 이렇게 명백한 원인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깨진 독을 수리하기에 필요한 천문학적 비용을 마련키 위해 국민들께 손벌리자니 표가 떨어질 게 두려운 정치권은 깨진 독을 수리할 생각은 안하고 깨진 독에 계속 물을 부어보자는 안일한 생각으로 추진되고 있는 것이 바로 의대 입학 정원 확대라는 것이다.

위에서 기술한 필수의료 몰락의 원인에 대해 굳이 의사가 아니더라도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대한민국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현장에서 필수의료를 담당하고 있는 의사들의 말이 사실이자 증거이기 때문이다. 깨진 독이 문제이니 깨진 부분을 수리해야 한다는 의사들의 말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자 이번에는 엉뚱한 궤변을 펼친다. 독이 깨져도 물을 끊임없이 들이부으면 독에 물이 차고 넘질 것이라며 결국 우리나라는 의사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필수의료의 위기가 온 것이라고 정부와 정치권은 현재 말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의사 수는 정말로 부족한 것일까? 2022년 OECD 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인구당 의사 수는 OECD 국가 중 두번째로 적다. 정부와 정치권에서 전가의 보도처럼 내세우는 통계인데 저 통계대로라면 전세계에서 두번째로 의사를 만나기 힘든 나라가 바로 대한민국일텐데 현실은 그렇지 않다.

우리나라는 국토가 작고 인구 밀집도가 높아 국토면적당 의사 수는 OECD 3위를 기록하고 있으며 전국의 철도 도로망이 발달한 완벽한 1일 생활권의 국가로 모든 국민이 전문의 진료가 당일 가능한 거의 전세계 유일한 국가다.

우리나라는 OECD 국가 중 국민 1인당 외래 진료 횟수 1위와 입원일수 2위를 기록할 뿐만 아니라 진료를 원하는 국민이 당일 진료가 가능한 비율이 OECD국가는 50%에 미달하는 데 우리는 100%에 달한다.

즉, 공무원 신분에 다름없는 유럽에 비해 의사 수는 적지만 환자들이 의사를 만나기는 가장 쉬운 나라가 대한민국이라는 건 여러 객관적인 근거에 의한 팩트이다.

절대적인 의사 수는 현실을 전혀 모른 채 책상에 앉아 논문을 쓰고 있는 의료관리학 교수들에게나 중요한 것일 뿐, 정작 환자들이 중요하게 여기며 보건 의료 지표에서 중요한 것은 의료 접근성이며 우리나라는 바로 이 의료 접근성 측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 거다.

또한, 의료 정책의 성패를 나누는 기준은 의사 수가 아닌 보건의료의 각종 지표들이다. 의사 수는 각국 보건의료 지표 중 하나일 뿐이지 의사 수 자체가 보건의료정책이 달성해야할 목표가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정말로 의사 수가 부족하다면 평균기대수명,영아사망률, 회피가능사망률을 비롯한 대부분의 보건의료지표에서 OECD 최상위권을 기록하고 있는 것을 어떻게 설명할 것인가?

앞에서도 말했지만, 이렇게 저수가 하에서도 의사들의 엄청난 노력에 의해 높은 수준으로 유지되던 필수의료가 망가진 원인은 명백하다. 그 명백한 원인을 해결할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올바른 정책방향인 것이지 의대정원을 확대해서 그 결과로 의사 숫자가 늘어나서 그에 따른 낙수효과로 소멸위기의 필수의료를 구하겠다는 주장은 궤변측에도 못드는 개변에 다름아니라는 거다.

선의에 의한 최선의 진료가 악결과로 나타났다고 의사를 법정구속하고 몸갈아 넣어가며 1년 365일 하루 24시간을 긴장 속에서 살아봐야 고용보장도 노후보장도 안 된다.

의대 입학 정원을 대폭 늘리면 그들이 졸업해서 의사가 넘쳐나면, 법정구속 각오하고 몸갈아 넣어봐야 돈도 안 되는 필수의료로 조금 흘러 들어갈 것이라는 낙수론이라는 궤변을 주장하는 자들이 대한민국 필수의료를 죽이는 자들이라는 거다.

정부와 여야정치권은 대한민국 필수의료를 살리는 첫 번째는 낙수론 같은 궤변을 내뱉는 곡학아세하는 사이비 학자들을 정책 결정 과정에서 내치고 필수진료 현장의 의사들이 피토하는 심정으로 절절이 호소하는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이라는 점을 명심해야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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