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을 가면 호텔 화장실에서 깜짝 놀란다. 화장실 거울 옆에 달린 또 다른 거울때문이다. 두배인지 세배인지 모를 (2X,3X?)거울에 비쳐진 내 얼굴에 내가 놀란다.
지저분해 보이는 검버섯이 얼굴 여기저기에 있다. 지난번 휴가때 탄 얼굴도 벗겨지지 않았다. 2X거울은 있는 그대로를 크게 디테일하게 보여 준다. 집에 가면 꼭 이 거울을 사야지 하면서 매번 까맣게 잊었다.
그러다 동네 다이소에서 2X거울과 마주쳤다. 하나 장만해서 내 책상에 놓았다. 수시로 본다. 수시로 놀란다.
자신의 얼굴을 제일 많이 보는 사람은 자기 자신일까? 아니다.
제일 많이 만나고 있는 사람이다. 제일 많이 만나는 사람이라도 내게 관심이 없으면 흠이 잘 보이지 않는다.
또 흠이 보여도 '흠'이라고 말해주기 어렵다.
정작으로 매일 만나서 그 퇴화나 진화과정이 미미해 안보이는 수도 있다. 어쩌다 만나는 사람에게는 '변화'가 보인다. 만나자 마자 이렇게 말한다.
"어딘가 달라졌네요 뭐지?" " 맞다. 살이 빠졌네요" "좋아 보여요" 등이다. 거의 대부분 늙어가는데도 '실체적진실'을 감춘다. 왜 그럴까?
흠을 얘기하는 것이 '지적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적질'을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관계가 있을까?
두분 계신다. 한분은 배우자다. 나머지 한분은 자신이 필요해서 흠을 얘기해달라고 부탁한 상대방이다.
배우자는 준비없이 '훅'하고 들어온다. '훅'하고 들어와도 잘 받아들이면 금실이 좋은 부부다. Covey의 표현을 빌리면 감정계좌emotional bank account가 만땅인 부부다.
감정계좌가 낮은 부부의 경우는 갑자기 '훅' 하고 들어온 배우자의 '지적질'은 "너도 지난번에 그랬잖아"라는 반사행위가 따른다.
서로 상대방의 흠들을 난사한다. 그러면 부부싸움이다. 심해지면 이혼이다. 매일 보는 부부도 마음 준비가 안 된 상태에서의 지적질은 싫어한다.
개인적으로 나도 덜 성숙한 상태여서 최근까지 마나님의 지적을 꺼려 했다. 마나님의 지적은 계속된다. 이제는 '훅'하고 들어와도 나를 위한 힐난이니 찍소리도 못하고 받아드린다. 의도가 파악되니 일상이 됐다.
'의도'는 좋았는데 결과는 전혀 생각지도 않은 '갈등'상태가 된다.
갈등은 좋은 의도에서 잉태된다. 갈등의 폭은 좋은 의도와 전해지는 말과의 차이다.
흠을 매일 만나는 사람이나 배우자가 얘기해 주지 않는 것은 쓸 때 없는 갈등을 피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자신이 필요해서 흠을 얘기해 달라고 부탁한 나머지 한 분이 있다. 이 분이 말해 주는 것은 스펀지같이 받아드릴 자세가 되어 있는 상태여서 갈등이 없다.
있는 그대로를 얘기해 줄수 있는 거울같은 사람이 있다면 행복한 리더다.
중국역사상 최고의 통치자 Best 5를 뽑으라면 당태종 이세민은 1,2,3안에 위치한다. 이분은 3개의 거울을 장만해 자신을 관리했다.
당태종에게 직언을 일 삼던 명재상 위증이 병으로 죽자 당태종이 “무릇 구리로 거울을 만들면 의관을 단정히 할 수 있고, 옛날로 거울을 삼으면 흥망을 알 수 있으며, 사람으로 거울을 삼으면 득실을 밝힐 수 있다.
짐은 일찍이 이 세 가지를 가져 내 허물을 막을 수 있었다. 지금 위징이 세상을 떠나니, 거울 하나를 잃어버렸도다.”고 애석해 했다. 정관정요(貞觀政要)에 기록된 말이다.
나도 3개의 거울을 장만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