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약학술팀 최선 기자
다양한 의료계 학회들이 새로운 임원진으로 교체됐다. 새 임기를 시작하는 만큼 의욕적인 시도들이 어떤 변화의 바람을 불러올지도 관심사로 떠오른다.
그간 숙원사업과 같았던 수가의 신설이나 수가 정상화, 국가 보건정책의 변화와 같은 거대 담론을 말하는 학회들도 있지만 소소한 변화를 통해 '더 큰 변화'를 예고한 학회도 있기 때문이다.
대한간학회의 경우 지역, 여성의 배려에 방점을 찍었다. 이사진 구성에 있어 지역 임원 비중을 5명, 여성 임원을 2명 배치해 역대 최대 규모의 다양성 포섭이라는 평을 얻은 것.
학회 관계자는 "환자들도 모두 서울, 서울을 외치고 있고 있는 마당에 서울 쏠림 현상을 학회에서라도 완화하고 싶었다"며 "환자가 많으면 이를 기반으로 여러 연구가 나오고 축적된다"고 말했다.
그는 "반대로 말하자면 중증 환자 사례를 접하기 어려운 지방 의료진의 경우 연구 활동에서도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며 "지역의 목소리를 반영하고, 학회 내에서 의견을 낼 수 있는 구조가 확립돼야 서울쏠림 현상이라는 악순화도 개선될 수 있다"고 지역 임원 비중의 확대의 배경을 설명했다.
간학회는 제약사의 임상 의뢰가 들어오는 경우 역량있는 지방 연구자를 발굴, 섭외해 연결시켜주는 방안도 고려 중이다.
여성 이사진 확대의 배경도 비슷하다. 실제 학회의 성별 구성비와 이사진의 구성비가 맞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는 것은 다양성 포섭이나 여러 구성 계층의 의견 수렴 측면에서 부정적이라는 것.
비슷한 현상이 대한소화기내시경학회에서도 나타났다. 올해 소화기내시경학회의 임원진 구성에서는 '특임'이라는 문구가 눈에 띄인다. 말그대로 특별하게 임명했다는 뜻.
박종재 신임 이사장은 "미래를 위한 준비로 회장단 구성 및 인원에 변화를 줬다"며 "그 일환으로 여성의 목소리 반영을 위해 특임 부회장직을 신설했다"고 설명했다.
연간 내시경 세부 전문 합격자의 30% 이상이 여성들이었지만 가정과 일의 병행에 대한 배려나 여성의 목소리 반영이 부족했다는 인식이 특임 부회장직 신설의 배경이 됐다. 학회는 특임 부회장을 통해 소화기 내시경에서의 네트워크, 교육, 멘토링 프로그램을 운영하겠다는 계획.
일부 학회의 경우 여전히 특정 대학 출신, 특정 연구회 출신, 선후배 위주의 알력 다툼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이같은 변화는 귀감이 될 만하다.
지역 임원 확대는 지역 의료 동향과 환자들의 고유한 요구를 잘 이해하며, 지역 사회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의료진들을 통해 연구 활성화 및 의료 서비스의 향상을 촉진할 수 있다. 이는 장기적으로 지역 의료에 대한 인식 개선으로, 궁극적으로는 서울 쏠림 현상 완화로 이어짐은 두 말할 나위가 없다.
사회는 느리게 변화를 수용한다. 그리고 새 변화는 대부분 구시대·구세대와의 절연을 선언한 투쟁의 산물인 때가 많았다. 집행부가 바뀌면 의례 전임 집행부의 흔적 지우기에 나선다는 점에서 학회들의 긍정적인 변화가 향후에도 지속될지 지켜보는 건 '발전적 미래'를 기대하는 이들의 공동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