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당뇨병협회·심장학회 등 환자 경험 반영 성명 발표
약제 선택 등 치료 계획 수립에 환자와 논의 중요성 강조
미국당뇨병협회, 미국심장학회, 미국질병통제센터 등이 당뇨병 치료에서 환자 경험을 우선시 해야 한다는 내용의 전문가 성명을 발표했다.
이는 최근 주요 의료선진국들이 진료 지침에 환자의 경험 및 선호도에 우선순위를 두는 경향을 반영한 것으로 최근 국내에서 창립된 근거기반의학회도 이같은 변화를 주문하고 있어서 주목된다.
주요 당뇨병 관리 협회 및 학회 등이 참여한 '당뇨병 및 합병증 관리에서 환자 경험의 우선순위 성명서'가 임상 내분비학 저널 JCEM에 21일 게재됐다(doi.org/10.1210/clinem/dgad745).
당뇨병을 포함해 고혈압이나 이상지질혈증과 같은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질환은 적극적인 환자들의 참여가 없으면 지침이 설정한 치료 목표치에 도달하기 어렵다.
고혈압 환자의 80%가 목표 혈압에 도달하지 못하는 것으로 추산되는 것도 환자들의 꾸준한 약제 복용 및 생활 습관 개선 노력 등의 환자의 참여 의사 부재에서 기인한다.
치료 목표 달성은 환자의 개입 의지에 달린 만큼 치료 계획 수립에 있어 환자들의 경험, 선호도의 반영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이번 성명서에서도 ▲진단 시 및 모든 진료소 방문 시 효과적인 환자-제공자 의사소통의 중요성 ▲당뇨병으로 인한 고통을 겪는 환자에 대한 정서적, 심리사회적 도움의 필요성 ▲사용 가능한 치료 옵션을 탐색하고 환자에게 복잡한 요법 설명의 필요성 ▲저혈당 최소화하기 위한 전략 논의 ▲적절한 경우 원격 의료 사용 등에 걸쳐 비슷한 관점을 공유했다.
성명서는 "당뇨병은 당뇨병 환자와 간병인 모두에게 힘든 여정이 될 수 있고 이 질병을 관리하는 데 있어서 공통된 주제가 부상하고 있다"며 "현재까지 환자의 경험은 당뇨병 관리에 대한 권장 사항을 성공적으로 구현하기 위해 완전히 고려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이어 "최적의 건강 결과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의료 서비스 제공자가 환자의 관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환자 중심 치료를 촉진하기 위한 기존 도구가 종종 사용되지 않았다"고 그간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당뇨병은 평생 생활 방식의 변화가 필요한 만성 질환이기 때문에 환자 눈높이에 맞춘 의사소통이 약을 지속적으로 복용하는 것만큼 중요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
성명서는 각 임상 시나리오를 예시로 들어 환자 경험 반영의 중요성을 설명했다.
인슐린을 사용하는 42세 남성의 혈당 수치가 오르자 의료진은 더 높은 인슐린 용량 투여를 권장했지만 그의 아버지는 수년 전 심각한 저혈당 반응을 보인 바 있다. 이에 해당 남성은 인슐린 권장량 대로 투약하지 않고 이후 발열, 심한 탈수증 및 급성 신부전으로 병원에 입원하게 된다.
성명서는 "환자는 약물 변경 이유를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거나 저혈당에 대한 환자의 두려움에 대한 정보는 의료진과 논의되지 않았다"며 "이러한 문제가 진료소 방문 중에 해결됐거나 이후에 후속 조치를 취했다면 입원을 사전에 막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성명서는 "당뇨병 환자, 정상인 사람, 약물 준수, 합병증 예방과 같은 단어는 비환자 중심의 언어"라며 "이를 각각 당뇨병이 있는 사람, 당뇨병이 없는 사람, 약물 복용 행동, 위험 감소 또는 합병증 지연과 같은 환자 중심 언어로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약제 선택에 있어서도 환자와의 공동 논의가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성명서는 "제2형 당뇨병 환자를 위한 치료법 선택에는 환자와 의료 제공자 간의 이용 가능한 치료법에 대한 공동 논의가 포함돼야 한다"며 "논의의 주요 구성 요소에는 약물 선택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혈당 목표 및 동반 질환에 대한 고려가 포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성명서는 "환자나 간병인은 복잡한 약물 요법을 관리하는 데 압도감을 느낄 수 있다"며 "당뇨병 환자에서 다중약물요법은 매우 일반적이기 때문에 환자 중심의 당뇨병 교육은 약물 준수와 최적화된 결과를 촉진하는 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해외에서 이와 같은 환자 중심으로의 저변 확대가 이뤄지면서 국내에서도 비슷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이달 창립된 근거기반의학회 김재규 회장은 "해외의 경향성을 보면 환자가 가이드라인에서 피동적 존재가 아니라 능동적 존재로 개입하는 사례를 볼 수 있다"며 "의료선진국에선 가이드라인 개발에 환자가 직접 참여하는 사례가 많아, 국내에서도 환자의 가치와 선호도를 근거와 연결시키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