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후 의대증원 셈법 복잡…원점 논의vs면허정지 집행

발행날짜: 2024-04-12 05:30:00
  • 의대증원 소강상태 시간 갖는 의·정…의료계는 '신중론' 고수
    "의정, 고집 꺾고 전공의 복귀할 수 있는 계기 만들어주길"

4·10 총선 결과 야당이 압승을 거두며, 대통령실을 중심으로 적극 추진하던 의과대학 2000명 증원 정책이 잠시 소강상태에 접어드는 분위기다.

의료계는 윤 정권이 정권심판을 받아들이고 의대증원 정책을 원점 재논의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긍정론과, 오히려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을 강행하며 강대강 대응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 등이 나왔지만 대다수가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을 견지했다.

서울시의사회 관계자는 "우선 여당의 참패는 의대증원과 관련해 의료계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일로 주변에서도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 많다"며 "윤 정부가 당장 의대증원 의지를 포기하지 않아도 이전과 같은 불통의 자세로 정책을 밀어붙이기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대한의사협회 또한 총선 직후 공식적인 입장 표명을 자제하면서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의협 비대위는 12일 오후 3시 브리핑을 열고 총선 결과와 관련한 입장을 발표할 예정이다.

정부 역시 총선 결과 후 의대증원과 관련한 공식 입장은 아직 발표하지 않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매일 진행하던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브리핑을 지난 11일 돌연 취소했다.

이에 의료계는 정부 차원에서 입장 정리가 되지 않은 것이라고 해석하며, 이전과 같이 의대증원을 강행하기 힘들 것이라 분석했다.

서울시의사회 관계자는 "우선 여당의 참패는 의대증원과 관련해 의료계 입장에서 다행스러운 일로 주변에서도 한숨 돌렸다는 반응이 많다"며 "윤 정부가 당장 의대증원 의지를 포기하지 않아도 이전과 같은 불통의 자세로 정책을 밀어붙이기는 상당히 부담스러운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그는 "다만 지금도 대학병원들은 하루에 수십억 적자를 끌어안으며 파산을 눈앞에 두고 있기 때문에 빠르게 의정협의체를 구성해 대화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의료계는 단일대오를 갖추고 대화 창구를 통일해 2000명 의대증원 원점 재검토를 강력히 요구하고 나서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의 대학병원 외과 교수 A씨 또한 "정부와 의료계가 해결방안을 찾을 수 있는 기회가 다시 한번 주어졌다고 생각한다"며 "양측 모두 고집을 꺾고 대화에 임해 전공의가 병원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계기가 만들어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 "총선 직전 대국민담화 통해 의지 강조…정책 유지 가능성 높아"

윤석열 대통령이 2000명 증원 규모를 끝까지 고집하며 의료개혁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우세했다.

오히려 총선이 끝나고 그동안 유보했던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을 다시 추진하며 강대강 대치에 불을 지필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지난달 25일까지 면허정지 처분 관련 초반 사전통지를 한 전공의 35명의 의견 청취 기한이 지났기 때문에, 정부는 언제든 법 집행을 재개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의료계 관계자 B씨는 "윤 정부가 의대증원 정책을 강행하며 총선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고수해왔는데 총선 직후 입장을 선회하면 그동안 정책을 추진한 정당성을 스스로 지우는 꼴"이라며 "총전 이전 여론조사가 좋지 않았음에도 대국민담화를 통해 의지를 밝힌 모습 등을 보면 정책 방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총선 참패에 대해 책임지며 사의를 표명한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 11일 국무회의를 통해 "국민의 기대에 부족함이 없었는지 국정 전반을 되돌아보며 민생경제 회복과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개혁과제 추진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B씨는 "더 지켜봐야 알겠지만 개혁 과제에 더욱 매진하겠다는 것은 의대 증원을 꺾지 않겠다는 뜻 아니겠냐"며 "총선에서 여당이 패배했지만 민주당 역시 의대증원을 적극적으로 반대하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큰 기대는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사직 전공의 C씨 또한 "정부가 지금까지 보여준 불통의 모습으로 짐작하면 총선 패배로 의대 증원을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2000명 숫자를 고수한다면 전공의는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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