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톨릭대 서울성모병원 윤승규 원장
인간이 동물과 다른 점이 있다면 인간은 도구를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역사적으로 인류의 수명을 획기적으로 늘려준 3대 발명품으로 비누, 칫솔 그리고 페니실린을 꼽고 있는데, 이중 칫솔도 엄밀한 의미로 의료기기에 속한다고 볼 수 있다.
근대에 들어서 의료기술의 획기적 발전은 수십 년만에 인간의 수명을 월등하게 연장시켰다. 우리나라의 경우 70년대 이전의 평균수명은 약 62세, 80년대는 약 66세, 90년대는 약 72세, 2000년대는 76세, 2010년대는 약 80세, 2020년대는 약 83세로 연장됐다.
이것은 의학의 발전뿐만 아니라, 그와 함께 성장해 온 의료기기 산업의 고도화 덕택에 얻은 결과라고 볼 수 있다. 특히 과거 사망률이 가장 높았던 심장 및 뇌혈관질환에 대한 다양한 의료기기의 발전은 급성기 사망률을 획기적으로 감소시켜 생명연장에 지대한 공헌을 하고 있다.
인간의 가장 원초적인 본능은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어 하는 것이다. 의료기기의 발전은 다양한 형태와 기능을 가진 장치들을 포함하며, 이들은 질병의 진단, 치료, 그리고 건강 관리에 혁신적인 해결책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인구의 고령화에 따른 만성질환 증가로 인해, 향후 의료기기의 필요성은 더욱 증가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지난 4년간 COVID-10의 팬데믹을 겪으면서 신속한 진단키트의 개발부터 백신과 치료제의 개발 그리고 비대면 의료서비스까지의 시행과정이 단시간 내에 진행된 것을 경험했다. 이처럼 의료기기나 신약 개발에 대한 민간 및 정부의 신속하고 효율적인 움직임이 많은 생명을 구하는 것을 확인하면서, 많은 연구자와 의료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다.
최근 글로벌 시장의 약 70% 이상이 디지털헬스케어 산업인 것으로 보고되고, 의료기기산업의 발전은 각 국가의 중요한 산업으로 그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2023년 글로벌 시장에서 의료기기산업의 규모는 약 5974억 달러, 2032년에는 1조 달러에 육박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의료기기 시장은 지난 10여년 동안 초고속 성장해 2022년 의료기기 생산액은 15조 7374억원으로 역대 최고성장률을 보였다. 국내에서는 2022년부터 디지털헬스케어 서비스산업 육성 전략을 통해 IT와 의료 융합형 개발지원으로 고부가가치 서비스를 창출하고 있다.
현재 우리는 기술혁신을 기반으로 5차 산업혁명의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여기에는 8가지의 핵심기술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들 중 빅데이터, 인공지능(AI), 3D 프린팅, 로보틱스 및 가상현실(VR) 등은의료기기 산업의 혁신과 발전에 필요한 핵심기술이 될 것으로 생각된다.
매년 미국에서 개최되는 국제전자제품 박람회(International Consumer Electronics Show, CES)에는 세계 각국에서 많은 전자제품들을 출시하는데 최근 가장 각광받는 제품들은 단연 헬스케어와 연관된 첨단 의료기기분야이다.
향후 헬스케어 체계에 AI를 이용한 의료기기들은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과 의료산업의 핵심으로 부상할 것임을 예견하고 있어, 이에 대한 IT업계 회사들과 빅데이터를 가지고 있는 병원과의 융합연구가 매우 활성화돼 괄목할만한 연구성과가 지속적으로 보고되고 있다.
최근 서울성모병원에서는 인공지능을 적용해 진료공간에서 이뤄지는 여러 의료행위들을 모바일로 음성기록하면 실시간으로 자동기록이 되는 Voice EMR (Electronic Medical Record)과 Vobile(Voice+Mobile) ENR(Electronic Nursing Record) 시범운영을 하고 있다.
의료행위를 손으로 기록하는 대신 음성인식을 통해 의무기록을 자동화함으로써 의료진들의 시간과 체력소모를 줄여 매우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시스템으로 인정받고 있다.
또한 로봇을 이용한 수술 시스템은 정밀도를 높이고, 수술 중 사람이 실수할 수 있는 요인을 최소화해 안전성과 정확도 확보를 통해 치료 효과를 높이고 있다.
현재 시범적으로 시행되고 있는 원격 로봇수술은 향후 보다 정밀한 방법으로 원격으로 다른 나라 환자의 수술도 가능한 시대가 오리라 예상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초고령화 시대로 전환되면서 향후 점차 증가될 노년기 만성질환은 의료기기산업에 많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생각된다.
예를 들어, 당뇨병과 심장질환과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들에게 무선기술이 적용된 웨어러블(wearable) 기기들은 노령의 환자가 안전하도록 맞춤형 건강관리를 할 수 있고, 위급한 상황을 미리 감지해 즉시 치료할 수 있기에 이들의 생명을 연장하는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암과 같은 난치성 질환은 단순 병리소견에 의한 진단을 넘어 유전자 분석으로 빅데이터 분석에 근거해 맞춤형 정밀치료를 할 수 있어 치료효과를 극대화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해 인간의 질병을 극복하고 생명을 연장시키는데 획기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최근 활발하게 연구하고 있는 바이오 인공장기의 개발은 오래 살고 싶어하는 인간의 욕망을 만족시킬 수 있는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향후 우리가 맞이할 100세 시대를 살아가기 위해서는 각자 자신의 건강에 대한 관심이나 관리도 중요하지만, 다양한 의료기기의 발달이 필수적이라 생각된다.
의료기기의 발전은 질병의 조기 발견과 치료, 안전하고 정밀한 수술과 치료, 개인 맞춤형 건강 관리, 건강한 삶의 질 향상, 그리고 의료 서비스의 혁신을 가능케 하므로 앞으로도 지속적인 연구와 개발을 통해 의료기기의 발전을 이어나가며, 우리의 건강과 복지를 더욱 향상시키는 데에 노력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이처럼 의료기기산업의 발전은 개인의 건강뿐만 아니라 미래 국가 경제 발전에 핵심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된다.
이를 위해서는 산업체-학교-연구소-병원을 잇는 다학제적 융합연구의 활성화가 적극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육성해야 하고, 새로 개발된 의료기기의 임상연구에 대한 정부의 법적 규제나 제약도 합리적이고 유연하게 대처하는 정책을 펴야 향후 우리나라의 의료기기산업에 더 많은 발전을 가져오리라 생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