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V‧대상포진 분야 주도 불구 매출 제자리…가격 허들 여전
필수 예방접종 공론화 속 경쟁 품목 철수 등 시장 재편 가속화
국내 병‧의원 프리미엄 백신 시장을 주도 중인 가디실9(한국MSD)와 싱그릭스(GSK).
국가필수예방접종(NIP) 포함 여부가 비급여 백신 시장을 주도 중인 두 품목 매출 증가에 있어 핵심 사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고가 백신이라는 '허들'을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대안으로 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공수롭게도 두 백신 품목을 보유한 기업의 입장까지 서로 맞물리면서 NIP 포함 여부에 관심이 더 집중되는 양상이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그동안 임상현장에서 대표적인 고가 프리미엄 백신으로 꼽힌 품목은 한국MSD의 9가 자궁경부암 예방백신 '가다실9'와 한국GSK의 대상포진 예방백신 '싱그릭스'다.
이들 품목은 대상 질환 백신시장에서 큰 매출을 올리며 단숨에 대표 품목으로 자리매김했다.
이 가운데 가다실9은 올해부터 국내 영업‧마케팅 판권에 변화가 생기면서 매출 유지 혹은 상승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기존 HK이노엔이 맡았던 판권을 광동제약이 따냈기 때문이다. 참고로 GSK도 광동제약과 싱그릭스 국내 영업‧마케팅을 협업 중이다.
하지만 가다실9의 경우 매출 정체가 확연해진 상황.
의약품 조사기관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2022년 상반기 가격인상과 함께 분기당 매출 최고치를 경신한 후 최근 들어 매출이 정체현상이 뚜렷해진 모습이다. 지난해 4분기 262억원 분기 매출을 기록한 후 올해 1분기 237억원으로 집계돼 감소세로 돌아섰다.
그래서일까. 한국MSD는 최근 대통령 공약 포함을 계기로 최근 불붙고 있는 NIP 포함 필요성을 적극 강조하고 있다.
질병관리청이 진행한 연구용역에서 NIP 확대 대상 3순위와 6순위에 가다실9이 이름을 올리면서 적극적인 여론 조성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특히 6순위 확대 대상인 12세 남아를 포함해야 한다는 의견을 이비인후과계와 적극 공조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중앙대병원 이세영 교수(이비인후과)는 "OECD국가를 포함한 전 세계 86개국은 남녀 모두에게 HPV 백신 접종을 국가에서 지원한다"며 "적극적인 HPV 예방이 우리 미래 세대의 건강과 국가 보건 증진에 미치는 영향은 다른 나라 사례를 통해 충분히 확인됐으며, 대한이비인후과학회를 비롯한 국내 학계는 남녀 동시 접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돼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 HPV 백신의 NIP 도입 논의가 늦어지고 있다. 올해 상반기에는 도입돼 시행됐어야 한다"며 "NIP 경제성 평가 연구진에 포함돼 있어 조심스럽지만 굉장히 중요한 절차다. 남아 NIP 도입에 있어서는 20~30년 후의 구인두암 예방 효과를 고려해야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변에 여지가 생길 수 있다"고 기대했다.
조스타박스 철수 속 존재감 커진 '싱그릭스'
또 다른 NIP 확대 대상이 있다면 대상포진 백신이다. 질병관리청 연구용역 상 3순위가 HPV 9가 백신이었다면 4순위에 대상포진 '생백신'이 자리했기 때문이다.
여기서 대상포진 생백신으로 임상현장에서 활용 중인 백신은 한국MSD의 조스타박스와 SK바이오사이언스 스카이조스터 두 품목이다.
이 중 조스타박스를 보유한 한국MSD는 올해 연말까지만 백신 물량을 공급하기로 하고 국내 시장 철수를 공식화했다.
주된 이유는 시장 상황이 변화했다는 것.
여기서 시장 상황은 사백신으로 지난해부터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에서 활용이 급증한 싱그릭스로 인해 임상적 수요가 감소했다는 것을 뜻한다. 백신으로서 품질이나 안전성 보다는 효과 면에서 더 뛰어난 제품이 등장한데에 따른 시장 수요를 고려한 선택이다.
한국MSD 관계자는 "이번 결정은 제품의 품질이나 안전성과는 무관하며, 시장 상황 변화에 따른 조스타박스의 임상적 수요 감소와 대체 백신의 가용성을 신중히 평가해 내린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아이큐비아에 따르면, 올해 1분기 국내 대상포진 백신 시장의 경우 싱그릭스가 102억원을 기록해 주도 중이다. 같은 기간 동안 조스타박스는 54억원을, 스카이조스터가 39억원을 기록하면서 싱그릭스가 대상포진 백신 시장을 빠르게 흡수 중이다.
이런 상황에서 질병관리청 연구용역 대로 NIP 논의가 이뤄진다면 사백신인 싱그릭스는 제외된 채 '스카이조스터' 만이 대상이 포함되게 된다. 다만, 임상현장에서는 항체생성률 면에서 생백신과 사백신의 차이가 분명하다는 점에서 생백신 만의 NIP 포함을 두고선 실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박성희 순천향대 부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한국을 포함해 미국, 영국, 호주, 뉴질랜드 등의 주요 선진국에서는 고령층 및 면역저하자에서 대상포진을 예방하기 위해 유전자 재조합 백신인 싱그릭스를 권장하고 있다"며 “영국, 호주 등에서는 NIP를 통해 면역저하자의 대상포진 예방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정책적 지원이 늘어나길 바란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부산 A대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크론병이나 궤양성 대장염 등 염증성 장질환 환자의 경우 면역저하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가격적인 고민이 있지만 필수적으로 대상포진 백신 접종이 이뤄진다"며 "고령자도 마찬가지인 상황에서 임상연구 결과를 근거로 한 접근이 필요하다"꼬 평가했다.
동시에 GSK에서도 고가 프리미엄 백신으로 비급여 접종비가 50~60만원에 달하는 동시에 매출 정체 현상이 벌어지는 시점에서 접종자 확대를 위해서는 NIP 확대가 필수적이라는 평가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최근 질병관리청에서 다양한 질환의 예방백신이 공급 된 데에 따른 실제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사후관리 조사를 돌입하지 않았나"라며 "싱그릭스의 경우 국내 도입된 후 매출뿐만 아니라 활용 물량에서도 이제는 가장 많다. 이런 상황에서 NIP 논의 시 항체생성률이라는 임상적 효과에 근거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