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병원 박재일 전공의 대표, 현 의료제도 한계점 일침
"기형적 의료제도 알리고 대책 세워야" 방향성 제시 눈길
"서울대병원 규모의 기업을 가정할 때 1년 동안 적자를 보고 있다는 게 말이 되나?"
서울대병원 박재일 전공의 대표(내과)는 19일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한국 의료제도 속 비급여, 실손보험' 심포지엄에서 한국의료의 한계점을 짚어 눈길을 끌었다.
이날 심포지엄은 필수의료 패키지 중 실손보험과 비급여 관련해 실질적인 대책이 없다고 판단, 전문가들이 머리를 맞대고 대안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였다.
박 전공의 대표는 플로어 질문에서 수십년 째 거론되는 저수가 환경에서 비급여에 의존할 수 밖에 없는 의료현실을 짚었다. 더불어 정부가 고령화시대를 앞두고 우려가 높은 의료비 증가와 관련, 의대증원이 의료비 상승을 부추길 수 있다고 전망했다.
박 전공의 대표는 "정부는 고령화를 맞아 의료수요가 증가하기 때문에 공급자 수도 늘린다는 방침이지만 의료비도 급증하고 있기 때문에 이를 감당할 수 있는 (건보재정)여력을 갖췄는지 여부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먼저 늘어나는 의료비 통제 계획을 먼저 구체화하고 미래 의료수요가 늘어날 텐데 그 수요를 어떻게 선제적으로 대처할 것인지 고민할 것을 제안했다.
이어 고령화로 인해 증가하는 수요를 정확하게 따진 이후 의대증원 여부를 결정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아쉬움도 거듭 피력했다.
또한 비급여와 관련한 의사들의 도덕적해이(모럴헤저드)에 대해서는 조치가 필요하지만, 일단 구조적인 한계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지난 2023년도 서울대병원이 적자를 기록했다. 하루에 수천명의 외래환자가 내원을 하는데 만약 이 정도 규모의 기업이 있다고 가정할 때 1년간 적자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의료비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수가를 인상할 수 있는 건강보험 재원도 없고 (건보료 증가 등)이를 위한 국민적 반발도 크겠지만 의료현장에서 겪는 상황도 굉장히 기형적이라고 꼬집었다. 다시 말해 저수가 상황에서 비급여를 늘려 간신히 병원 운영을 가능하게 하는 현실이 답답하다는 얘기다.
그는 "정부는 이 같은 상황을 깔끔하게 인정하고 얼마나 기형적인 것인지에 대해 국민들에게 알려 미래를 헤쳐 나가야 한다"고 방향성을 제시했다.
박 전공의 대표는 요양병원을 예로 들었다. 가령, 비용이 높더라도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병원의 경우 환자에게 그에 부합하는 비용을 받으려고 해도 합리적인 방법이 없다보니 고가의 비급여 주사를 강제하는 모럴 해저드 행보를 보이는 것을 짚었다.
그는 "일부 의사의 도덕적 해이로만 볼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요양기관 당연지정제 상황에서는 한계가 있다"면서 정책적인 개선 필요성을 언급했다.
이날 좌장을 맡은 서울대병원 방재승 제1대 비대위원장은 "24년전 의약분업 파업 당시 나의 모습과 비슷하다"면서 "24년이 지났는데 (의료현장의 한계점은)거의 달라진 게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또 "모순된 의료를 개혁하는 것은 누구에게 책임이 있는가"라며 "(의료계)우리도 반성을 하지만 정부도 장기간의 대안을 갖고 의료정책을 추진하고, 정권이 바뀌어도 지속적으로 가야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