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간학회 지방간질환질병명 개정위원회, MASLD 제시
질환 이해 제고·부정적 낙인효과 상쇄…"국제적 흐름 동조"
40년 묵은 '비알콜성 지방간질환'(Non-Alcoholic Fatty Liver Disease, NAFLD) 용어가 역사 속으로 사라진다.
음주량을 기준으로 한 질병명이 오히려 질환에 대한 이해를 저해하고, 대사기능 장애를 간과했다는 비판을 반영,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etabolic dysftunc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 MASLD)을 새로운 한글 용어로 대체했다.
28일 대한간학회 지방간질환질병명 개정위원회는 지방간질환의 새로운 한글 용어를 발표했다.
비알콜성 지방간질환 용어는 1980년 미국의 병리학자 루드윅(Ludwig)과 동료들이 처음으로 알콜 소비와 관련이 없는 간 질환을 보고하면서 학계에 도입됐다.
간 조직 검사를 통해 알콜 섭취 없이도 간에 지방이 축적되는 환자들을 발견하고 이를 '비알콜성 지방간질환'으로 명명하면서 NAFLD 및 비알콜 지방간염(nonalcoholic steatohepatitis, NASH)은 간장학 분야에서 40년 넘게 통용돼 왔다.
문제는 '비알콜성'이라는 용어는 단순히 술과 관련이 없다는 정의를 내려 대사 위험 요인의 중요성을 과소평가하는 등 근본적인 병태를 반영하지 않아 질병에 대한 이해를 저해시킨다는 점.
특히 서구권에서는 지방을 뜻하는 'Fatty'가 게으르고 뚱뚱하다는 사회적 낙인 효과를 가지는만큼 새로운 용어가 필요하다고 인식, 3년 전부터 대체 용어를 사용했다.
이와 관련 대한간학회 지방간연구회 장병국 회장(계명의대)은 "NAFLD은 비알콜성이라는 배제적 진단 기준을 사용할 뿐더러 fatty라는 표현이 부정적 뉘앙스를 풍긴다"며 "이미 국제적으로는 2020년부터 대사 이상에 집중해 MAFLD를, 2021년 말에는 지방성간질환(SLD) 및 그 하위 유형으로서 MASLD 용어 사용에 합의를 이뤘다"고 설명했다.
대한간학회 역시 국제적으로 통일되고 정화한 명명의 중요성을 인식해 용어를 새로 정립하고자 올해 2월 지방간질환질병명 개정위원회를 출범, 회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설문조사를 실시한 바 있다.
장 회장은 "광범위한 논의와 수정 끝에 간학회 지방간질환 임상진료가이드라인 제정위원회의 추가 의견 청취를 거쳐 학회 이사회로부터 추인을 받아 대사이상 지방간질환(MASLD)을 새로운 한글 용어로 선정했다"며 "이를 통해 질병 이해를 증진하고 국제적인 흐름에 동조하게 됐다"고 강조했다.
그는 "MASLD는 심장대사 위험 인자와 알콜 소비 범위에 따라 정의된다"며 "이를 통해 환자를 배려하는 의료 환경을 조성하고 환자의 예후를 더욱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