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 갈등에 제약업계도 여파…휴진 등 의료 공백에 기업들 '울상'

발행날짜: 2024-07-05 05:30:00
  • [창간 특별기획⑤] 전공의 사직에 2분기부터 실적 타격 예상
    리베이트 조사에 업계 살얼음판…신약 개발 임상에서도 배제

국민 건강을 책임지는 의료산업에는 의사들의 진료와 함께 수술, 처방 등이 동반된다. 그런만큼 의료계에서 발생하는 이슈는 의약품, 의료기기 등 산업에도 영향을 미친다.

결국 정부의 의대증원 정책의 여파로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과 이에 따른 상급종합병원 등의 진료 공백은 결국 산업계에도 타격으로 돌아왔다.

특히 의대 증원에 반발한 의료계가 휴진까지 결정하는 등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수술, 입원, 처방 등이 줄어들면서 이와 연결돼 있던 제약사, 의료기기업체의 매출 역시 줄어들게 된 것.

여기에 제약사 리베이트 조사 및 관련 임상에도 영향을 미치며 제약업계의 긴장감을 높이고 있다.

이에 관련 현 시점에서 의약품, 의료기기와 관련한 산업계의 상황과 이에 대한 우려 등을 들어 봤다.

종병 대상 의약품·의료기기 타격 불가피…2분기 실적 우려 커

의정갈등으로 촉발된 전공의 사직 직후부터 국내 제약·의료기기 업체는 불안한 시선으로 이를 바라보고 있었다.

이는 의료계에 진료 및 수술의 공백이 생기면 이와 연결된 품목들의 매출에 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일단 1분기 실적에서도 일정부분 영향이 미쳤으나,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2분기 실적부터는 더욱 큰 영향이 미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로 이미 지난 1분기 제약업계의 매출이 감소한 상태에서 관련 사태 해결 시점까지의 영향을 추정한 결과 역시 이와 유사하다.

당시 5월말 사태가 종료된다고 해도 제약업계의 성장률에 영향이 미칠 것으로 분석한 상태. 즉 현 시점까지도 이같은 상황이 이어지면서 그 여파는 더욱 클 전망이다.

국내 대형 제약사 관계자는 "일단 현 시점에서는 실적이 정확히 나오지 않아 매출 감소가 얼마나 됐는지는 파악하지 못했다"면서도 "다만 체감상 매출 하락은 확실하고, 이런 부분이 2분기부터는 더 명확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또다른 제약사 관계자 역시 "사태가 장기화 되면서 관련 매출 하락이나 영업상의 어려움은 다들 느끼고 있다"면서도 "의약품부터 의료기기까지 여러 사업을 하는 경우 이런 부분에서 체감이 더욱 크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의약품의 경우 로컬 등의 영향도 있어 일정부분 감당이 되지만 수술 등에 필요한 의료기기 분야의 경우 매출 하락이 확실시 된 상황"이라며 "2분기 실적이 나와봐야 알겠지만 매출에 큰 영향이 있을 것으로 짐작하고 있다"고 언했다.

이는 수술 등이 축소되고 이와 관련한 입원 환자도 축소되면서 이와 관련한 의약품 및 의료기기 등의 영향이 더욱 두드러지는 것.

이미 증권가 등에서는 수액제 등을 생산하는 업체의 실적 하락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을 내놓는 것도 이와 같은 흐름이다.

중견 제약사 관계자는 "로컬 중심의 제약사의 경우 영향이 없지만 종병급에 들어가는 의약품을 주력으로 한 회사들은 영향이 큰 것으로 알고 있다"며 "항암제 등 관련한 품목을 주력하는 기업들이 더욱 힘들어하는 것 같다"고 언급했다.

여기에 일부 의료기기 업체의 경우 이미 구조조정을 포함한 대응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사태 장기화에 따른 기업들의 영향은 더욱 커지는 상황이다.

영업사원 출입금지…리베이트 조사까지 업계 살얼음판

이같은 매출 감소 뿐만 아니라 신약 등을 위한 임상 등, 매출 외적인 부분에서도 영향도 점차 커지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는 여기에 리베이트 사건 등까지 번지면서 실제 영업사원의 출입을 제한하는 사례까지 나오면서 제약업계의 우려는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앞서 의과대학 정원 증원으로 인한 의료계·정부 갈등이 촉발되면서 보건복지부는 지난 3~5월 '의약품·의료기기 불법 리베이트 집중신고기간'을 운영한 이후부터 본격화 됐다.

경찰은 고려제약 불법 리베이트 사건 관련 의사 100여 명을 입건하는 등 대대적인 수사에 나서고 있으며, 최근에는 리베이트 혐의로 실제 의사가 구속되는 첫 사례까지 나왔다.

결국 병원 등에서는 애초에 제약회사 영업사원의 출입을 금지하는 경우까지 나오고 있는 상태.

이는 불법 리베이트 등에 대한 우려를 덜기 위한 방안이지만 실제 업계에서 느끼는 것은 친분을 쌓는 과정도 불가능해 진 것

이처럼 영업을 진행하기는 점차 어려워진데다, 리베이트 등 조사의 여파가 제약사까지 미치면서 업계는 더욱 긴장하고 있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현재 영업사원의 병원 출입을 금지하는 경우도 나오면서 초창기보다 영업이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매출 감소에 더해 활동 자체가 제한되면서 여러모로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아쉬움을 토로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리베이트의 경우 자주 발생하는 건이긴 하지만, 최근 정부가 강경한 태도를 보이면서 업계 자체의 긴장감이 좀 높아졌다"며 "리베이트 등에 대한 수사가 더욱 확대되면 이에 영향을 받는 기업들도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까지 진행된 국내 임상시험 현황(자료 KoNECT)

"신약 늘어나지만…" 후순위로 밀린 임상현장

그렇다면 글로벌 제약사의 상황은 어떨까.

일단 장기화되고 있는 의료대란 속에서 국내 제약 및 도매, 의료기기 업계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큰 타격은 받지 않았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학병원 중심 처방시장 상황은 좋지 않지만, 올해 상반기 신규 등재되거나 급여 사용범위가 확대된 약제들이 적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오리지널 치료제 위주인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신약의 급여 등재가 중점 사안으로 여겨진 데에 따른 것이다.

실제로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건강보험 약제목록에 신규 등재되거나 급여 사용범위가 확대된 성분 약제는 총 21개로, 글로벌 제약사들의 주요 신약이 이름을 올렸다. 이들 치료제를 급여로 적용‧확대하는 데에만 연간 소요재정만 4790억원이 소요될 정도다.

약제별로는 '엔허투(트라스투주맙 데룩스테칸, 한국다이이찌산쿄, 아스트라제네카)'에 1347억원이, 타그리소(오시머티닙, 아스트라제네카)와 렉라자(레이저티닙, 유한양행)가 각각 920억원과 881억원, 코셀루고(셀루메티닙, 아스트라제네카) 376억원이 투입될 것으로 평가됐다.

이 밖에 케렌디아(피네레논, 바이엘)가 약 100억원의 소요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신약의 경우 이전보다 더 큰 폭의 급여 적용이 이뤄졌다고 봐도 무방하다.

정작 문제는 임상시험이다. 글로벌 제약업계 및 임상현장 모두 의료대란으로 인해 신약 임상시험에서 배제되고 있는 상황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익명을 요구한 글로벌 빅파마 한국지사 임원은 "헤드쿼터에서도 국내 임상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장기간 진료 차질 문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화상 회의 시마다 이 사안이 주요 논제"라며 "신약을 도입하거나 급여 적용이 걸려 있는 상황인 점도 있지만 한국이 아시아 내 주요 임상시험 메카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에 대한 영향을 사전에 파악해서 보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의대 증원 여파로 국내 대학병원에서 교수들의 로딩이 급격하게 늘어나자 글로벌 임상시험에서 국내 대학병원과 교수를 제외하는 후폭풍이 일어나고 있다. 한 때는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에서 신약 임상시험 메카로 여겨졌지만 이제는 후순위로 밀리는 것이 현실화되고 있는 것이다.

한 A대학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는 "글로벌 제약‧바이오업계에서 한국의 상황을 계속 체크하고 있다"면서 "임상시험을 계속 연기하고 있다. 2~3개 제약사로부터 이번 사태가 해결 난 뒤 다시 논의하자는 입장을 전달받았다"고 허탈해 했다.

그는 "제약사에 국내 의료현장의 상황과 무관하게 임상시험을 진행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소용없었다"며 "임상연구는 전공의 사직과는 무관하다. 교수와 임상 간호사들이 진행하는 것이라 무관하다고 설명해도 연기의사를 전달받았다"고 말했다.

임상현장의 더 큰 우려는 글로벌 임상시험에서 후순위로 밀리면서 장기적으로 글로벌 제약사의 신약 허가도 다른 국가와 비교해 후순위로 밀릴 수 있다는 점이다.

서울성모병원 혈액내과 민창기 교수는 "혈액암 뿐만 아니라 여러 임상시험 분야 마다 연기되는 일들이 많이 벌어지고 있다. 우려되는 것은 이런 일이 있으면 회복되는 시간은 두 배가 걸린다는 점"이라며 "글로벌 시장에서 한국의 임상현장의 상황을 다 들여다 보고 있다.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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