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간섭 단층 영상 통해 삼출성 중이염 등 확인 가능
"100년 넘게 이어진 검사 방식 패러다임 전환 기대"
귀 속을 검사하는 검이경(otoscope)에 광간섭단층영상(OCT) 기술을 접목한 새로운 진단 장비가 나와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100년 넘게 이어진 검이경의 진단 기능을 획기적으로 높였다는 점에서 전문가들은 정밀 진단의 패러다임 전환을 기대하고 있다.
현지시각으로 26일 국제학술지 바이오메디컬 옵틱스(Journal of Biomedical Optics)에는 OCT 기술이 적용된 검이경에 대한 연구 결과가 공개됐다(10.1117/1.JBO.29.8.086005).
현재 이비인후과 클리닉에서는 의사가 직접 눈으로 귀 안의 상태를 살펴보는 고전적인 검이경 검사가 대표적 진단 방법으로 사용되고 있다.
외이를 통해 장비를 삽입한 뒤 의사가 직접 환부를 살펴보는 방식으로 무려 150여년 동안 이어진 진단 방식.
이후 광학 기술의 발전 등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검이경은 촬영을 위한 디지털 카메라 등이 부착되는 것외에는 큰 발전없이 전문의의 시각에 의존해 왔다.
문제는 이러한 방식이 전문의의 숙련도와 귀의 모양 등에 따라 진단율에 크게 영향을 준다는 점이다.
실제로 미국에서 이뤄진 연구에 따르면 소아과 전문의가 이 검이경을 통해 중이염을 성공적으로 진단하는 비율은 51%에 불과한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진단이 의사가 바라보는 시야에 의한 임상적 증상에 근거하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대학병원이나 전문병원 등에서는 CT나 MRI 등의 영상 장비를 사용하지만 이는 대기 시간이 길고 비용이 비싸다는 한계가 있었다.
서던 캘리포니아대학 브라이언(Brian E. Applegate) 교수가 이끄는 연구진이 OCT 기술을 이 검이경에 적용하는 방안을 개발하고 이에 대한 검증에 들어간 배경도 여기에 있다.
OCT란 근적외선을 활용해 환부를 단층으로 검사한 뒤 3D로 구현하는 기술로 안과 등에서는 황반변성이나 녹내장 등 주요 망막 질환을 진단하는데 이미 적용하고 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검이경에 OCT를 통합한 휴대용 OCT 검이경을 개발했다. 이 기기는 7.4mm의 시야와 38 마이크로미터의 해상도를 지원한다.
또한 서던 캘리포니아대 부속병원인 켁 병원(Keck Hospital)에서 2022년 10우러부터 2023년 6월까지 귀의 증상으로 이비인후과를 찾은 100명의 환자를 대상으로 이를 검증했다.
과거 검이경이 고막에 이상이 생겨 불투명해지거나 다른 요인으로 중이를 관찰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이들이 대상이 됐다.
그 결과 휴대용 OCT 검이경은 이러한 환자를 대상으로 중이를 3D로 완전히 구현해 내는데 성공했다. 또한 이를 통해 이상 병변을 찾아내는 성능을 발휘했다.
구체적으로 전문의가 기존 검이경으로 발견하지 못한 고막의 비정상적 조직 성장을 잡아냈으며 마찬가지로 그동안 진단되지 않았던 삼출성 만성 중이염도 확인하는데 성공했다.
이외에도 마주 미세하게 생겨 기존 검이경으로 진단되지 않던 고막 천공도 찾아내는데 성공했으며 고막 수축으로 인해 모루뼈(침골)에 닿아있는 환자도 정확히 진단해 냈다. 보통 모르와 고막이 접촉할 경우 괴사 등이 발생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연구진은 향후 OCT 검이경이 중이의 이상 등을 찾아내는데 큰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고전적인 검이경으로는 발견하기 힘든 증상을 찾아내거나 의사의 숙련도 등에 의존했던 진단 방식을 획기적으로 전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다.
브라이언 교수는 "OCT 검이경은 숙련도와 관련없이 페달을 통해 기존의 워크플로우를 방해하지 않고 짧으면 0.4초, 길어야 몇 초만에 일련의 이미지 수집이 가능하다"며 "특히 고전적인 검이경으로는 볼 수 없는 부분들을 형상화한다는 점에서 정밀 진단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