릴리, 지난해 8월 허가 후 심평원 조건부 급여 인정
임상현장 치료제 선택지만 6가지…급여기준 주목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간 교체투여 허용이 가시화되면서 해당 신약을 보유한 제약사의 움직임도 분주해지고 있다.
교체투여 관련 제도 개편에 맞춰 속전속결로 급여를 적용 받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10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한국릴리의 중등도-중증 아토피피부염 치료제 엡글리스(레브리키주맙)를 조건부로 급여 적정성을 인정했다.
심평원이 제시한 평가금액 이하 수용 시에만 급여 적정성을 인정,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약가협상을 할 수 있다는 뜻이다.
엡글리스는 아토피 피부염의 주요 원인인 사이토카인 '인터루킨-13'을 선택적으로 차단하는 기전의 새로운 생물학적 치료제다.
지난 2024년 8월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성인 및 12세 이상 청소년(체중 40kg 이상)에서 국소치료제로 적절히 조절되지 않거나 이들 치료제가 권장되지 않는 중등도에서 중증의 아토피피부염 치료제로 허가 받았다.
이후 릴리는 올해 1월부터 정식 출시하며 국내 임상현장 공략에 나선 바 있다.
그 사이 정부는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 선택지가 늘어나면서 교체투여 논의를 가속화하고 있다.
현재 엡글리스까지 추가되면서 국내 임상현장에서 아토피 피부염 치료에 쓸 수 있는 선택지는 총 6가지다. 생물학적 제제(주사제)로 듀피젠트(두필루맙, 사노피), 아트랄자(트랄로키누맙, 레오파마)가 있으며, JAK 억제제(경구제)는 린버크(유파다시티닙, 애브비), 시빈코(아브로시티닙, 화이자), 올루미언트(바리시티닙) 등이 손꼽힌다.
엡글리스를 보유한 릴리 입장에서는 교체투여 허용 전에 급여를 적용 받아 동일한 조건에서 경쟁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놓여진 셈이다.
실제로 최근 심평원은 약평위 논의를 통해 아토피 피부염 치료제들의 교체투여를 허용하기로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건보공단과 추가 약가인하 협의만 남은 셈이다.
따라서 제약업계에서는 릴리가 심평원이 제시한 평가금액을 받아 들여 빠르게 급여를 적용받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만약 정상적으로 약가협상 과정을 마치게 된다면 엡글리스도 상반기 내 급여가 가능하다는 계산이 선다.
제약업계 관계자는 "일정 상 상반기 내 교체투여가 허용 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선택할 수 있는 치료제가 6품목이기 때문에 생물학적 제제와 JAK 억제제 간의 대결이 본격화되는 셈"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임상현장에서는 정부가 필요성을 인정하며 치료제 간 교체투여 허용이 가시화 되자 구체적인 급여기준을 둘러싼 관심이 커지고 있다.
교체투여 시 계열별로 자유롭게 허용할 것인지, 아니면 특정 기준을 세워 단계별로 허용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다.
안지영 국립중앙의료원 피부과 교수는 "주요국 중에 교체투여 시 보험급여를 제한하는 국가는 거의 없는데도, 현재 국내에서는 치료제 간 교체투여 시 보험급여를 받을 수 없도록 돼 있어 효과적인 치료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아토피 피부염은 이질적인 특성이 강한 질환으로 환자마다 자기에게 맞는 치료제를 찾아가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교수는 "면역체계와 연관성이 높은 다른 피부 질환인 건선은 신약들 간의 교체투여 시 보험급여에 제한을 두지 않는다는 점에서 형평성에도 맞지 않는다"며 "환자들이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치료제로 치료를 받고 삶의 질을 회복할 수 있도록 하루빨리 교체투여 보험급여 문제가 해소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