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 부족한 비만치료제 두고 원내·원외 처방 미묘한 신경전

발행날짜: 2026-04-11 05:30:00
  • 비급여 비만치료제 시장서 개원가vs개국가 이해관계 맞서
    개원가 "환자 불편 우려" 개국가 "의약분업 원칙 유지" 강조

[메디칼타임즈=이지현 기자] 위고비·마운자로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개원가와 개국가 사이에 보이지 않는 신경전이 달아오르고 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표면적으로는 원내·원외 처방 기준을 둘러싼 법리 다툼처럼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급팽창하는 비급여 시장을 향한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맞서고 있다.

보건복지부가 지난해 자가주사 비만치료제의 기준 초과 원내처방에 대해 주의를 당부하는 공문을 발송했지만 현장의 변화는 미미한 상황.

원내 처방 비율이 높은 의료기관이 여전히 상당수 존재하는 가운데, 조만간 경구형 제제와 국내사 제네릭까지 출시될 예정이어서 갈등이 더 넓은 전선으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새어나오고 있다.

비만치료제 공급이 부족한 가운데 원내VS원외 처방을 두고 개원가-개국가 간 미묘한 신경전이 뜨겁다.

"의약분업 취지 훼손"…약사회, 원외 전환 요구

대한약사회 측은 비만치료제의 원내 처방·조제 관행이 의약분업의 근본 취지를 헤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약사회 노수진 홍보이사는 "의사가 처방하고 약사가 조제하는 이원화 구조는 단순한 절차가 아니라, 환자의 다른 복용 약물이나 생활 습관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이중 점검 체계"라며 "비만치료제라고 해서 이 원칙의 예외가 될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약사회가 특히 문제로 삼는 것은 '교육 목적'이라는 명분 아래 원내 처방이 고착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약사법은 주사제의 경우 병원에서 직접 주사하는 경우에 한해 원내 조제를 허용하고 있다.

하지만 일부 의원에서는 자가주사 방법 교육을 이유로 약제를 원내에서 조제해 환자에게 직접 건네는 방식을 이어가고 있다는 것이 약사회의 지적이다.

노 이사는 "처음 주사 방법을 교육하는 것은 병원에서 할 수 있지만, 이후 지속적인 복약 관리와 재교육은 접근성이 높은 약국에서 오히려 더 효과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며 "의약분업의 취지대로 원외 처방으로 전환하는 것이 환자 안전을 위해서도 바람직하다"고 강조했다.

약사회는 논의를 비만치료제에 국한하지 않는다. 노 이사는 "프로포폴 역시 의료사고가 잦은 주사제 중 하나로, 약물 복용 후 운전 같은 사회적 위험까지 발생하고 있다"며 "원외 처방을 통한 이중 점검 체계가 갖춰져야 각종 사고를 예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개원가 "공급 부족 현실 외면한 원칙론"…환자 불편 가중 우려

이에 대해 개원가는 현실론으로 맞선다. 지금처럼 수요가 공급을 크게 초과하는 상황에서 원외 처방을 강제하면 오히려 환자 피해가 커진다는 논리다.

한 개원의는 "원내 보유한 재고만큼 처방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모두 원외로 전환하는 순간 재고와 무관하게 처방전이 무제한으로 발행되고, 환자는 약국을 여러 곳 전전하다 결국 빈손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실제로 일부 의원에서는 "약국에 먼저 재고를 확인한 뒤 오면 처방하겠다"고 안내하는 사례가 나오고 있다. 원내 처방이 공급 부족 상황에서 사실상 수급 조절 기능을 하고 있다는 시각이다.

하지만 조만간 경구형 비만치료제와 JW중외제약 등 국내사의 GLP-1 비만치료제가 출시되면 공급난이 해소되고 약가도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쯤되면 냉장 보관 부담과 재고 리스크를 피하려는 의원들이 스스로 원내 재고를 꺼리는 쪽으로 돌아설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망이다. 고마진의 매력이 사라지면 지금 인슐린이 처한 상황이 비만치료제에도 그대로 재연될 수 있다는 얘기다.

약사회 노 이사는 "의약분업의 원칙이 약가 수준에 따라 달라질 수는 없다"며 선을 그었다. 그는 이어 "지금은 원내에 두면 바로 소진되지만, 공급이 풀리고 약가가 내려가면 결국 병원도 재고 관리를 꺼리게 될 것"이라며 "그 전에 원칙에 맞는 제도적 기준을 명확히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에 대해 한 내과 개원의는 "비만치료제에 대한 관심이 뜨겁고 공급이 부족하다보니 예상치 못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는 것"이라며 "조만한 제네릭이 출시되고 공급량이 늘어나면 상황에 변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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