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ㆍ상대적 박탈감' 자살 불러<2>

조형철
발행날짜: 2004-10-19 07:35:46
  • 경영난 가중 적자액 사상최악...정책실패도 한 요인

|특별기획| 벼랑끝에 내몰린 의사들...

-----------<<< 글 싣는 순서 >>>-------------
①의사 자살 건수, '빙산의 일각'
②의사들은 왜 죽음을 선택하나
③의사의 자살과 그 사회적 책임
--------------------------------------------
의사들의 연이은 자살에 대해 경영난과 빚독촉으로 인한 시달림 등 신변비관이 주된 이유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그러나 근본적인 원인은 정부의 정책실패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출 급증에 사채도 '펑펑'...양극화 현상 뚜렷
최근 남서울대학교 보건의료개발연구소에 따르면 건강보험외 진료비 수입이 변하지 않는다는 전제로 자본비용 전액을 반영할 경우 올해 의원들의 평균 적자액은 9563만원을 기록할 전망이다.

또한 의료손익의 분포 범위가 최대 3억9천만원 흑자에서 부터 최저 4억2천만원 적자까지로 의원간 소득의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예상됐다.

더불어 적자율은 2003년 5.0%, 2004년 16.98%을 기록할 것으로 분석됐으며 내년에는 총 누적적자율이 27.05%에 이를 것으로 추계돼, 경영난은 더욱 가중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가능하다.

제2금융권 대출과 사채를 이용하는 의사들도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최근 내과의사회가 하나은행을 통해 입수한 영업분석 자료에 따르면 조사대상 개원의 60%가 기대출자로 두번째 대출을 희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10명중 2명꼴로 기대출 상태에서 사채를 쓰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으며 이중 대부분이 사채나 제2금융권 대출도 마다하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제2금융권 대출알선 업체 관계자는 "올해들어 하루에 10건씩 상담을 받고 있다"며 "부득이한 경우에 한해 제2금융권 대출을 소개하고 있으나 연리 12~14%에 이르는 고이율을 부담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돈을 빌리는 의사들이 예상외로 많다"고 말했다.

제1금융권인 하나은행의 경우 '하나닥터클럽' 대출은 지난해 9,876억원의 실적을 기록했으나 올해는 상반기까지만 13,965억원을 기록해 큰 폭의 증가율을 보였다.

그러나 의원의 수입을 간접적으로 예측해 볼 수 있는 자료인 '상반기 차등수가제로 인한 의원급 의료기관의 진료비 삭감액(2004 심사평가원)'은 총 343억7천174만여원으로 가장 많이 삭감된 의원이 총 1억450만원에 달해 의료계 내에서 부익부 빈익빈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과의사회 관계자는 "개원율이 부진을 면치 못하는 상황에서 대출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것은 빚을 갚기 위한 대출이거나 재투자일 경우가 높다"며 "이역시 의료기관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반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자부심 사라지고 직무스트레스 높아
의료정책연구소의 '의료인력과 타 직업 종사자간 소득비교 연구'에 따르면 의사의 월평균 수입은 398.1만원으로 한의사, 치과의사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의사의 평균 학력은 17.8년으로 타 직종보다 가장 긴 것으로 나타나 학력의 순위가 수입의 역순으로 나타났다.

또한 경북의대 예방의학교실 감 신 교수의 '개원의사와 개원한의사의 전문직업성 직무스트레스 및 직업만족도 연구'에 따르면 자신의 지위가 하락할 것이라고 응답한 의사는 457명중 무려 79%에 달했다.

더불어 직무스트레스에 있어서는 '임상적 책임감 및 판단요인'과 '업무요인'으로 측정했을 때 한의사보다 유의하게 높았으며 개원의사 40.3%가 자신의 직업에 만족하지 못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의사 자살을 둘러싼 외부의 시각
경실련 등 시민단체들은 의사의 자살이 현재 '자살 공화국'으로 불릴만큼 어려워진 사회적 현상의 일부라며 일반인들의 자살과 달리 의사라고 특별히 자살에 대한 다른 이유가 있다고 해석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보고 있다.

또한 의료계 외부에서는 의사 자살 5건이라는 단순한 수치가 유의성을 가지는 의미로 해석되기 위한 판단의 근거가 부족하다며 입장 표명은 어렵다는 설명이다.

경실련 서미성 사회정책팀장은 "요새 전 사회적으로 자살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의사들도 자살이 늘어나고 있다는 소식은 놀랍다"며 "그러나 의사 직종의 자살증가 원인이 의료정책이나 수가에 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정부 고위 관계자 역시 "5건이라는 의미가 어떠한 시각을 가지고 보느냐에 따라 많을 수도 있고 미미할 수도 있는데 이러한 판단을 하기 위해서는 비교 데이터라든지 특수한 의미부여점이 필요하기 때문에 뭐라 말하기가 어렵다"고 설명했다.

언론에서도 의사의 자살에 대해 정확한 원인을 분석하기 보다는 단순한 경영난으로 치부하고 '우리나라 경제 전체가 어려우니 의사도 자살한다'는 식으로 다뤄졌을 뿐이다.

의사 자살 실태을 보도한 모 방송사 기자는 "의사들도 자살하는 실태에 대한 보도는 경제가 어렵다는 것을 반증하는 하나의 사례에 불과했다"며 "의료계의 문제점을 잘 알지 못한채 보다 의미를 두고 분석적으로 접근하는 것은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근본적인 원인은?
의료계 내부에서 자살에 대한 지배적인 시각은 경영난에 의한 압박감과 갈수록 옥죄여 오는 의료제도에 대한 절망감 등이 주요 원인이라는 관점이다.

그러나 가정의학과개원의협의회 윤해영 회장은 여지껏 보고된 의사의 자살은 경영난이라기보다 사채업자의 빚독촉 등 의사로서 견디기 힘든 상대적 압박감이 주된 원인이라고 주장한다.

장기간의 교육과정을 거치면서 사회경험이나 절망적인 상황에 적응력이 부족한 의사들은 빚독촉이나 사채업자의 협박 등을 심리적으로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윤 회장은 "현재 거의 모든 의사들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데 자살에 대한 원인이 단순한 경영난에 있다고 생각되지 않는다"며 "경영난 보다는 의사의 기본적인 직무스트레스와 더불어 빚독촉 등과 같은 심각한 스트레스가 가중되면서 발생시키는 요인으로 생각된다"고 견해를 피력했다.

빚독촉 등과 같은 압박감보다 자살을 쉽게 택할 수 있는 직업적 환경이 경영난과 맞물려 의사의 자살을 쉽게 선택하게 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강북삼성병원 신경정신과 오강섭 교수는 "의사의 진료환경을 보면 극약이나 주사제 등을 쉽게 구할 수 있는 직업적 환경에 놓여있다"며 "심리적으로 절망적인 상태에서 극단적인 선택의 유혹으로 쉽게 빠져들 수 있는 환경은 의사가 자살에 있어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관련기사

정책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