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경영난, 저수가 vs 공급 과잉 '공방'

장종원
발행날짜: 2004-12-07 06:43:31
  • KBS 토론회, 수가인상안·연구신뢰성 등 논의

건강보험료 인상안 어떻게 볼 것인가 토론회
6일 KBS 1라디오에서는 오후 7시20분부터 ‘건강보험료 인상안 어떻게 볼 것인가?’를 주제로 한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토론회에는 국민건강보험공단 이평수 상무,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조재국 박사, 경희대 의료경영학과 정기선 교수,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창보 사무국장, 병원경영연구원 양명생 연구위원이 출연해 건강보험료 인상안과 관련, 열띤 토론을 벌였다.

이들은 수가 인상폭에 대한 적정성, 연구의 신뢰성, 병원경영난의 원인, 감기 본인부담금, 흑자의 요인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을 교환했다.

수가 인상 적정했나
건강보험공단 이평수 상무는 이번 수가 협상을 긍정하며 “보장성을 확대하는 데 재정을 대폭 투입하면 내년도에는 조금 적자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보건사회연구원 조재국 박사 역시 “수가결정이 합의를 통해서 이루어진 점과 보험료를 보장성 강화에 투입한다는 데 큰 의미가 있다”고 지적했다.

건강세상네트워크 김창보 사무국장은 “이번 수가를 통해 100/100 급여와 MRI 등이 개선됐으며 본인부담상한제에 비급여를 포함하는 등 대폭 보장성을 확대한다는 취지에는 동의한다”며 “수가에 대해서는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경희대 정기선 교수는 “5개 단체를 하나로 묶어서 수가 인상률을 정한건 문제가 있다”면서 “병원·약국·의원은 규모나 성격에서 차이점이 많은데 포괄해서 인상률을 정하는 바람에 병원은 손해를 보게 됐다”고 주장했다.

병원경영연구원 양명생 연구위원은 “이번 수가 인상안으로 병원이 얼마나 도산할지 걱정된다”면서 “배분 관계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적게 올랐다”며 병원의 어려움을 강조했다.

어느 연구가 신뢰롭나
이들은 수가 인상과 관련 개별 연구의 신뢰성에서도 의견을 달리했다.

정기선 교수는 “병원협회에서 환산지수 연구를 했지만 결론적으로 상당히 참담한 심정이었다”며 “3개월동안 치밀하게 자신있는 연구자료를 만들었는데, 거의 반영이 안되고 정치적으로 결정됐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모든 토의가 공단 연구자료를 가지고 시작이 되고 다른 단체 연구는 참작이 되지 않았다”며 “매년 이런식으로 정치적으로 할 것인지 의문이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이평수 상무는 “보는 시각이 다른 것 같다”며 즉각 반박했다. 이 상무는 “표본의 대표성과 신뢰성, 연구방법론에서도 객관성이 있어야 하지만 5개 단체 방법론이 다 다르다”며 “공단은 공식적 자료를 이용했다”고 강조했다. 조재국 박사도 “공단의 연구결과가 나쁘지 않았다”며 옹호했다.

김창보 국장 역시 “공단의 연구를 살펴보면 정부의 공식통계를 이용했으며 연구자의 자의적 판단이 개입될 논리가 적은 방법을 택했다”며 공단 연구결과를 존중했다.

한편 참석자들은 내년에는 각 단체들이 공동연구를 벌이기로 했다며 허심탄회하고 같이 연구를 통해 좋은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데 호의를 나타냈다.

정기선 교수는 “공동연구를 통해 자료를 서로 공개 하고, 진짜 인상요인이 있으면 하고 인하요인이 있으면 하는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병원 경영난, 공급 과잉이 문제?
그러나 이들은 병원 경영의 어려움의 원인에 대해서 의견을 달리했다.

정기선 교수는 “약국·의원·병원에는 성격에 차이가 있지만 이를 단일수가로 묶는 것은 잘못이다”면서 “종합병원은 수가가 충분하지 못해 경영다각화를 시도하지만 이러한 방식도 통하지 않는 중소병원은 결국 도산한다”고 강조했다.

김창보 국장은 이에 대해 “병원 경영 어려움은 병상 과잉의 문제가 크다”면서 “특히 수도권에서는 병상 공급이 지나치게 과잉됐지만 지방에는 병원이 없어서 문제”라고 반박했다. 이평수 소장 역시 “내년에만 수도권에 6,000병상이 늘어나는데 이는 인구 200만명 규모이다”며 “이런 상황에서 중소병원이 문을 닫는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설명했다.

조재국 박사는 “1년에 몇 천명의 의사가 나오는 것이 현실”이라면서 “적정한 의료기관과 병원의 수와 의사의 적정한 소득에 대한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명생 위원은 “수도권이 많이 도산되지만 지방의 병원들도 꾸준히 도산하고 있다”면서 “KTX가 개통하고 지방병원들은 서울에 환자를 빼앗기고 있다”고 말했다. 양 실장은 또 “병원의 수가 늘어나는 것은 의원의 경영이 어렵기 때문에 몇 명의 의사가 연합해 조그만 병원을 만드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건강보험 흑자시대 어떻게...
이날 토론에서는 건강보험의 2년 연속 흑자에 대해서도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조재국 박사는 “본인부담금 상한제를 위해 내년에 5,000억을 투입할 예정이라며 ”암이나 고액의 치료비를 부담하는 환자들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연구에 들어가겠다“고 말했다.

조 박사는 특히 “보장성을 1% 올리는데 3,000억이다. 1조 5천억을 확대하면 5%가 높아진다”면서 “지금까지 보험 급여 확대가 무색할 정도로 큰 효과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평수 상무는 “건강보험은 수지 맞추는게 아니며 이번 흑자분은 당연히 보장성을 위해 써야 할 돈”이라며 “선진국처럼 70~80%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6조가 필요하기에 재정을 우선적으로 확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창보 국장은 “보험급여 확대가 안됐을때 국민들에게 더 큰 피해가 갈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야 한다”면서 “이번 수가인상으로 약국·의원을 방문하는 환자들의 비용 증가 우려가 있어 저소득층의 의료이용을 보장하기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반면 양명생 위원 등은 병원계의 희생이 건강보험 흑자시대를 열었다는 주장이다. 특히 낮은 수가와 진료비 삭감이 주역이라는 의견을 표했다.

정기선 교수는 “의료기관의 진료비 삭감도 보험재정 흑자에 상당히 기여를 했다”면서 “노인 치매병원은 삭감 등과 관련해 마찰이 많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는 보험료율은 낮은데 의료 욕구는 상당히 높다”면서 “의료수가 현실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다양한 청취자 의견이 소개됐다. 한 청취자는 “의대를 나오면 잘 살아야 한다는 특권의식을 버려야 한다”고 지적했고 다른 청취자는 “흑자분이 공단의 임금 인상과 연계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건강보험료를 올라간만큼 국민들에게 의료서비스가 제공된다면 문제가 아니다”는 의견과 “감기 환자에 보험료가 과다하게 들어가는 것은 문제”라는 의견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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