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주로 약물치료에 의존하던 난치성 간질을 수술치료를 통해 완치시킬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국내 의료진에 의해 세계 처음으로 규명됐다.

특히 연구팀은 수술을 통해 장기간 간질발작에 의해 저하됐던 뇌기능도 정상으로 회복된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내 주목을 받고 있다.

성대의대 삼성서울병원 신경과 홍승봉, 주은연 교수팀은 지난 2000년부터 2002년까지 3년간 난치성 측두엽 간질로 수술 치료를 받고 완치된 34명을 대상으로 각각 수술 전후의 뇌기능 상태를 추적, 분석한 결과 이 같이 확인됐다고 9일 밝혔다.

이번 연구결과는 간질수술후 뇌기능 회복을 과학적으로 세계 첫 규명한 것으로 인정받아 임상신경과학 학술지인 ‘Brain’誌에 최근 발표됐다.

국내 난치성 간질 환자 중 70% 이상을 차지하는 측두엽 간질 환자를 대상으로 조사된 이번 연구는 환자의 뇌활동을 양전자방출단층촬영(PET)영상으로 측정, 수술 전후를 비교해 얻어낸 결과다.

홍 교수팀에 따르면 수술을 통해 간질 발작의 원인 부위를 제거하면 반복적인 간질 발작으로 악영향을 받던 전두엽, 두정엽 및 뇌간 등 뇌조직의 기능이 회복돼 정상적으로 뇌기능을 발휘할 수 있게 된다.

즉, 수술 후 종합판단력, 인지능력, 감정처리, 운동능력 등이 일상생활에 장애가 없을 정도로 정상적인 수준으로 회복된다는 것이다.

현재 국내 측두엽 간질수술의 완치율은 70~90%로 매우 높게 나타나고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환자들은 간질수술에 대한 정보가 없고 뇌수술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으로 인해 제때 적절한 수술을 받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홍승봉 교수는 "기존 약물만으로 발작이 잘 조절되지 않는 난치성 간질 환자들의 경우에도 수술치료와 다른 약물치료를 통해 뇌기능 회복과 완치가 가능하므로 적극적으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며 간질 수술치료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한편 측두엽은 기억을 관장하는 뇌부위로 측두엽 간질을 방치할 경우 기억력은 물론 주변의 뇌부위에도 악영향을 미쳐 뇌기능이 전체적으로 저하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