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체성 위기 극복 토론회..."국내 최고 암병원 위상 되찾자"
원자력의학원(원장 이수용)은 최근 의학원이 나아가야할 방향 수립을 위해 각계 전문가들을 초빙해 토론회를 열고 의견을 수렴했다.
이수용 원장은 개회사를 통해 “국내 유일 암 전문병원이라는 원자력병원의 위상은 국립암센터 건립으로 이미 무너졌다”며 “이제는 원자력의학원의 정체성을 확립하는 것이 최우선적 과제”라고 설명했다.
이 원장은 “의학원은 국내 최초로 개원한 암전문병원이라는 틀에 너무 얽매여 안주해 있었던 것이 사실”이라며 “이제는 새로운 비전을 향해 모두가 힘을 모아 다시 뛰어야 할 때다”고 덧붙였다.
이 날 토론회는 그동안의 관행처럼 공개토론회가 아닌 내부적 비공개토론회로 치러졌다.
홍보를 위한 공개적 행사보다는 정말 필요한 의견들을 허심탄회하게 듣기 위한 비공개토론회가 적격이라는 것.
의학원의 바람대로 이 날 토론회에선 적나라한 비판과 진심어린 충고가 많이 오갔다.
정명희 서울대교수는 “현재 원자력의학원의 가장 큰 문제점은 우수 인력을 지키지 못하는 것에 있다”며 “삼성의료원, 서울아산병원 등에 인력을 뺏기지 않으려면 그만큼의 보상을 해줄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등은 그룹이미지로, 국립암센터는 ‘국립’이라는 정부지원 이미지로 각자 이미지를 부각시키고 있지만 현재 원자력의학원은 이미지 자체가 흐릿해져 있는 시점”이라며 “걸림돌이 되는 ‘원자력’이라는 이름을 떼어버리기 위해 연구소와 의학원을 분리시켜야 할 때가 왔다”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문기 과학기술부 원자력국장은 “그동안 의학원이 안주해온 것은 인정하나 정체성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는 만큼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며 “어두운 과거만 보지 말고 밝은 미래를 그려 달라”고 주문했다.
이 국장은 “하지만 의학원도 반성해야할 부분이 있다”며 “정부차원에서 매년 100억이 넘는 금액을 지원하고 있는데 연구실적이 거의 없는 것은 문제 아니냐”고 꼬집었다.
이종욱 원자력의학원 동남권분원개원준비위원회 위원장은 “현재 의학원의 가장 큰 문제는 ‘임상’과 ‘치료’사이의 교류 부족에 있다”며 “진료에서 부족한 점을 교육과 연구로 보충하고 연구로 나온 성과를 진료에 활용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위원장은 "연령이 있는 사람들은 아직까지도 암병원하면 원자력병원을 꼽지만 젊은 사람들에게는 인지도가 거의 없다고 봐도 무방하다"며 "의학원의 이미지를 새롭게 변화시켜 젊은 사람들에게 인식시킬 수 있는 방법을 찾아보라"고 덧붙였다.
이어 노홍인 보건복지부 암관리국장은 “국립암센터와 원자력의학원은 경쟁상대가 아닌 공공의료기관으로써 협력관계가 되어야 한다”며 “암환자는 점점 늘어가고 있고 그런 환자를 위해 공공의료가 해야 할 일을 위해 서로 협력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원자력의학원 관계자는 “좋은 제안들이 많았다. 향후 정책을 수립하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며 “지속적으로 이런 자리를 마련해 의견을 모아 국내 최초 암병원, 국내 최고 암병원의 위상을 다시 찾아갈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원자력의학원은 최상의 암진료를 위한 세부계획인 'KIRAM 비전 2013'을 제정해 실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