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획] 흔들리는 의전원, 정착을 위한 과제

다방면의 의학전문가를 양성한다는 취지로 시행된 의학전문대학원제도가 시행 3년을 맞았다. 현재 41개 의대중 27개 의대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기 전환했거나 전환의사를 밝힘에 따라 의학전문대학원은 새로운 의학교육제도로 자리를 굳혀가고 있다. 하지만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인해 기초의학 붕괴되고 있다는 우려 등 그 효율성에 대한 논란도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메디칼타임즈는 의학전문대학원 시행이래 현재까지의 변화와 문제점을 짚어보고 의학전문대학원이 가야할 바람직한 방향에 대해 짚어보고자 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 졸업생 대부분 개원 희망, 설립 목적 무색
(중) 교육은 뒷전, 신입생 모집에만 혈안
(하) 정착과 안정을 위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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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41개 의대중 27개 의대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되면서 의학전문대학원간 경쟁이 치열해지자 신입생 모집에만 열중한 나머지 학생들의 교육이 부실해지고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특히 각 의학전문대학원들이 경쟁적으로 신입생 모집에 나서면서 과도하게 지원자격을 완화해 수준미달의 학생들이 입학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여기에다 정부가 과도하게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을 강요하면서 준비되지 않은 의대들이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 교육이 부실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입생 확보 위한 지원자격 완화경쟁...'수준 하락' 자초

지난해 경북의학전문대학원의 미달사태를 지켜본 의학전문대학원들은 저마다 신입생 확보를 위한 다양한 전략들을 구상하기 시작했고 이는 보다 완화된 지원자격으로 표면화되기 시작했다.

그동안 과도한 제약으로 지적돼왔던 선수과목에 대한 제한사유가 대폭 완화되거나 폐지됐으며 토플로 지정됐던 공인영어시험도 토익, 텝스로 확대되거나 폐지됐다.

이처럼 의학전문대학원들이 경쟁적으로 완화된 지원자격을 내놓은 것은 신입생 확보를 위한 고육지책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 관계자는 "작년 대폭적인 경쟁률 하락과 일부 대학의 미달사태를 지켜본 의학전문대학원으로서는 신입생 확보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겠냐"며 "수시모집의 도입은 정원을 채우기 위한 의학전문대학원들의 고육지책일 것"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의학전문대학원들이 경쟁적으로 지원자격을 완화하는 것에 대해서는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문턱을 낮춰 많은 학생들에게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과 과거 의대시보다 학생들 수준이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이같은 선택은 도박에 가까운 위험한 결정이라는 의견이 팽팽히 맞서고 있는 것.

전북의학전문대학원의 한 교수는 "지금도 학생들의 수준이 과거 의대신입생들보다 떨어져 고민이 많은데 지원자격까지 낮추게 되면 그 후유증은 말도 할 수 없을 것"이라며 "교내 모든 교수들이 선수과목이수는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일부 사립의대가 선수과목을 폐지하고 있어 울며 겨자먹기로 따라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하지만 가천의학전문대학원의 한 교수는 "의학전문대학원의 설립목적이 다방면의 지식을 습득한 학사들에게 의학의 길을 열어주어 다양한 의학전문가를 양성하자는 것"이라며 "이렇게 막고 저렇게 막아서 의학전문대학원 입문이 입시화되버린 지금의 제도가 옳다고 볼수 없지 않느냐"고 반박했다.

인재 선점위한 수시모집 도입..."준비 안된 무리한 시도"

지원자격의 완화로 시작된 의학전문대학원간 신입생 확보 전쟁은 인재선점을 위한 수시모집으로 이어졌다.

의학전문대학원들이 신입생 확보와 우수인재 선점을 목표로 저마다 수시모집 도입을 발표했고 정시모집보다 완화된 조건에 매력을 느낀 학생들의 폭주로 수시모집은 '7.6:1'이라는 경이로운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시모집의 성공은 향후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큰 변화를 가져올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반신반의하며 도입에 소극적이던 타 의학전문대학원들이 이번 모집결과를 바탕으로 내년도 입시에서 수시모집을 적극적으로 도입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

의학전문대학원협의회 관계자는 "이번 수시모집전형의 대성공은 올해 수시모집을 실시하지 않은 타 의학전문대학원들의 구미를 확실히 당겼을 것"이라며 "내년도 입시에는 수시모집이 의학전문대학원 입시에 큰 부분을 차지할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준비되지 않은 제도의 시행으로 학생들의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각 의학전문대학원들이 급하게 선발기준과 일정을 발표하면서 학생들이 미처 준비기간을 갖지 못했기 때문.

한 의학전문대학원 수험생은 "입시가 불과 몇달 남지도 않은 상황에서 입학정원의 반을 잘라 수시모집으로 선발하겠다고 발표하니 수험생 입장에서는 황당하지 않겠냐"며 "적어도 시행 1년전, 못해도 6개월전에는 발표해줬어야 한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더욱이 수시모집도입을 발표한 후 각 의학전문대학원별로 입시안이 몇번 바뀌었는지 기억도 나질 않는다"며 "도대체 어떻게 수시모집에 지원하라는 것인지 그 의도가 궁금하다"고 비꼬았다.

신입생 확보 둘러싼 경쟁 가속..."교육 뒷전으로 밀려나"

이렇듯 신입생 확보를 위해 의학전문대학원간 경쟁이 치열해 지면서 신입생 확보에만 치중한 나머지 입학생들의 교육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일부 의학전문대학원에서는 의대생들과 의학전문대학원 학생들이 한 강의실에서 수업을 받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문제가 된 바 있다.

A의대 학장은 "지난해 의학전문대학원의 경쟁률이 대폭 하락하면서 각 의학전문대학원들이 긴장한 나머지 타 의학전문대학원과의 신입생 확보전에서 지지 않기 위해 입시전형안을 놓고 경쟁하고 있다"며 "신입생 확보도 중요하지만 기존 입학생들의 교육이 훨씬 더 중요한 일임을 간과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지원 문턱을 낮춰 신입생을 확보해봐야 교육과정에서 더욱더 애를 먹을 것을 알면서 불나방처럼 뛰어들고 있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며 "지금은 경쟁을 위해 힘쓸때가 아니라 내실을 다지기 위해 애써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경쟁 통한 발전 가능성 제기..."발전위한 진통일 뿐"

하지만 의학전문대학원간 경쟁구도는 향후 의학전문대학원의 발전과 안정에 중요한 촉진제가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대학원간 경쟁을 통해 서로의 장·단점을 분석, 배우고 지적하며 서로 발전할 수 있는 기회가 된다는 것.

임인경 아주의대 의학교육실장은 "시행 3년차를 맞는 의학전문대학원제도를 시행 몇십년이 지난 의과대학제도와 비교해 평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며 "의학전문대학원은 서로간의 경쟁과 도전으로 다듬어지고 발전해 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지금의 이 혼돈과 논란, 다툼은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기 위한 진통"이라며 "그 에너지는 추후 의학전문대학원제도의 발전에 밑거름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