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덕꾸러기 '성형수술'...의료계 자승자박

장종원
발행날짜: 2006-09-20 12:30:50
  • 네탓공방 벌이다 여론에 뭇매, "합리적 대안 마련 시급"

19일 MBC는 의료계의 전문과목 영역파괴현상과 부작용 등을 다뤘다.
의료계의 전문과목 영역파괴 현상과 전문의·비전문의 논란은 언론의 단골 손님이다. 이러한 현상이 의료계 전반에 걸쳐 일어나고 있지만, 내부 다툼이 치열한 성형, 미용 등의 분야가 주로 타깃이 된다.

MBC 은 19일 '의료계 영역파괴-원장님은 성형 공부 중'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전문과목 파괴 현상과 비전문의 시술에 의한 소비자 피해사례를 집중 조명했다.

이날 방송에서는 한 환자가 '성형외과' 의사인 줄 알고 주름제거 수술을 받다 휴우증으로 1년여간을 고생했으나 검찰 심문과정에서 산부인과 전문의인줄 알고 분개하는 장면이 나왔다.

제작진은 이와관련, 진료과목을 표시하는 글자의 크기를 의료기관 명칭을 표시하는 글자 크기의 2분의1 이내로 규정하는 의료법시행규칙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다고 지적했다.

또한 산부인과, 내과 전문의들이 성형·미용 시술을 교육받는 장면도 나왔다. 제작진은 결국 전문과목 파괴현상과 특정과목 쏠림현상이 대학병원 등의 인력 수급난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PD수첩은 "의료소비자들이 의사를 믿고 선택할 수 있는 제도적 정비와 개선이 시급하다"고 지적했지만, 현실적인 대안을 제시하지는 못한 한계를 드러냈다.

비성형외과 전문의가 성형수술 해

비성형외과 전문의가 성형수술을 하는 전문과목 영역파괴현상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이미 수년전부터 계속되어 오던 것인데 방송에 노출되면서 다시금 주목을 받게 됐다.

이를 두고 의료계 일각에서는 '방송의 의사 죽이기', '성형외과의 로비설' 등을 제기하면서 볼멘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대안을 찾지 못하는 이상 계속 문제가 제기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현실적이다.

성남시의 한 산부인과 의사는 "결국 자꾸 큰 사고가 발생하기 때문에 관심이 집중될 수 밖에 없는 것 아니냐"면서 의견을 피력하기도 했다. 그러나 의료사고와 같은 문제가 꼭 비성형외과 전문의에 의해서만 일어나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이 문제가 보건의료의 다양한 문제가 모두 얽히고 설켜 있어 누구하나 의료계 국민 모두가 수긍할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MBC 역시 해결방안을 내놓지는 못했다.

의료법상 의사는 모든 의료행위를 할 수 있다고 규정을 바꾸어야 한다는 과격한(?) 주장도 없진 않지만 현실적이지 못하다. 검증되지 못한 무분별한 술기의 남발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현실적인 대안으로 새로운 술기나 영역을 수행할 때 제대로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어짜피 영역파괴를 막을 수 없는 만큼 배움의 길을 열어줘서 사고를 막자는 것이다.

한 지역 의사회장은 "전통적인 의학에서의 질병개념이 없어지면서 이런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면서 "각 과목별로 새로운 영역을 두고 대립을 벌이는 상황이다보니 해결책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전문영역 논쟁, 대안 찾기 쉽지 않아"

그러나 전문영역에 대한 논쟁은 의료계 전반에서 벌어지는 갈등임에도 '성형'이라는 분야에 대해서만 유독 사회적으로 주목받게 된 것은 의료계 내부의 문제라는 지적도 만만치 않다.

성형외과와 비성형외과 양측이 서로의 영역을 일정부분 인정하면서 정도관리를 통해 질적 수준을 높이려고 노력하기보다 극단적인 '밥그릇 싸움'을 벌인 결과 국민의 불안뿐 아니라 국민의 의료계 전체에 대한 불신을 키웠다는 것이다.

한쪽은 거대한 진입장벽 쌓기에 여념이 없으며, 다른 한 쪽은 이를 뚫기 위한 인정의 자격 남발 등을 비롯한 편법을 동원하면서 극단적인 갈등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정부 역시 진료과목을 표시하는 글자의 크기를 의료기관 명칭을 표시하는 글자 크기의 2분의1 이내로 규정하는 의료법 시행규칙을 만들어놓고도 사실상 손을 놓고 있는 현실이다.

한 정신과 전문의는 "이들 양측의 맹목적인 다툼이 국민을 불안하게 하는 것은 물론 의료계 전체를 욕먹이고 있다"면서 "합리적인 문제 해결을 찾도록 양측이 대승적으로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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