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광고 경쟁 치열...1~2년내 폐업 '부지기수'
|특별기획|신도시개원 환상을 벗어라부천 상동 택지개발지구가 특별한 케이스는 아니다. 신도시 개원은 전반적으로 많은 위험 부담을 안고 있다.
신도시, 신택지개발지구는 신규개원입지에 목말라있는 개원 준비의사들에게 관심의 대상이다. 더군다나 정부가 최근 연달아 신도시 개발 계획을 발표하고 있어, 개원준비의사의 발걸음을 분주하게 하고 있다. 그러나 신도시 개원이 장및빛 미래를 보장해 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메디칼타임즈>는 신도시 개원의 실상에 대해 살펴봤다.
------------<<글 싣는 순서>>----------------
① 부천 상동을 가다
②신도시 개원, 위험한 도전
③전략없는 개원은 실패의 지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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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에는 신도시 개원이 '대박 아니면 쪽박'이라고 했지만, 이제는 대박은 찾아볼 수 없는 반면 실패의 가능성은 높아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신도시개원, 대박 아니면 쪽박?
특히 개원가가 신도시에 자리잡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모 신도시에 개원한 이모 원장은 "신도시 지역은 일단 자리만 잡으면 서울보다도 낫다고들 한다"면서 "그러나 문제는 자리잡는 게 쉽지 않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안산시 단원구 보건소>의 협조를 받아 지난 3년간 폐업을 신고한 의원급 의료기관은 총 25곳의 영업기간을 조사한 결과 절반인 12곳이 2년을 채우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특히 1년을 견디지 못한 경우도 6곳이나 됐는데, 개원 한달만에 폐업한 곳도 있었다. 게다가 3년을 채우지 못하고 폐업한 곳 5곳을 포함하면 70%가 3년내에 폐업을 선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많은 신도시들이 기대만큼 목표 인구를 채우지 못하는데 반해 상기비율은 높아 상권활성화가 되지 못하고 있다. 의원급 의료기관 역시 이를 견디지 못하고 폐업을 선택하고 있다.
신도시 개원가의 폐업은 다른 산업의 개폐업률과도 유사한 분포를 보인다. 상권이 활성화 안되는 지역에는 개원가도, 음식점도 모두 어렵기 때문이다.
안산 고잔지구에 개원한 한 개원의는 "주위 상가를 봐도 2~3 번은 주인이 바뀐 것 같다"면서 "아직도 빈 상가가 즐비하다"고 말했다.
폐업의원 절반이 2년을 못 버텨
안산 고잔신도시는 부천상동과 함께 대표적인 난개발 지역으로 꼽힌다. 안산의 경우 공단으로 인해 자급자족형 도시가 될 것이라 기대가 높았지만 결과적으로는 베드타운(bedtown)이 되어 버렸다.
이 지역에서 내과를 운영하고 있는 박성곤 원장은 "고잔신도시 지역은 아직도 목표인구를 채우지 못한 상황이며, 일부 주거지구가 상업지구로 변경돼 상가비율이 높아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2001년에 개원한 박 원장은 높은 상가비율로 인해 부도난 건물을 부지기수로 지켜봤다고 한다. 실제로 안산시 9월 조사에 따르면 고잔신도시 지역의 빈 점포수는 2857곳에 이르며, 공실률은 무려 20.6%에 이르는 것으로 조사됐다.
박 원장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유동인구가 없다보니 신도시 지역내에 버스노선이 거의 없어 회식을 하면 한참을 걸어야 하는 일도 많았다"고 회상했다. 환자들이 병원을 찾는 일이 쉽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경우다.
때문에 안산고잔지구에는 헐값의 임대료만 치뤄도 개원할 자리는 많다고 지역 개원의들은 입을 모은다. 때문에 싼 가격에 개원했다 운영이 안되니 쉽게 폐업하거나 옮기는 사례가 많다고 했다.
역시 안산에 개원한 고완 원장은 "부동산에서 헐값으로 임대료만 내라고 하는 건물도 많다"면서 "그래도 1년도 안돼 그만두는 사람이 많다"고 전했다.
실제로 한 개원컨설팅 업체는 2003년도 안산지역에서 노인병원을 컨설팅할 때 무려 400~500평을 3년간 월50만원만 내라는 건물주의 제의를 받은 적이 있었다고 전했다.(1층은 약국이었음.)
박 원장은 "5년 정도면 자리잡을 줄 알았는데, 아직도 2년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5년이면 자리잡을 줄 알았는데..."
신도시 상황이 이렇다보니 환자를 유치하려는 개원가의 경쟁도 어느 지역보다 극심하다.
안산의 A신문. 이 신문 광고의 상당수는 개원가, 즉 의원급 의료기관의 광고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 10월 18일자를 보면 개원가 광고가 전체 광고 50여개 중 절반에 이른다. 특히 전면광고의 12개 중 8개가 개원가 광고이다. 그러나 이 날은 그나마 양호한 상황. 개원가 광고가 60∼70%를 상회하는 때도 있다.
특히 분당지역에서 지역신문을 통한 병의원의 광고경쟁이 극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의료 컨설팅 관계자는 "모 신도시지역에 안과원장이 모여 자정하자면서 석달간 광고를 안했더니 지역신문 하나가 망했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개원가의 광고 비중이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신도시 개원상황이 녹록치 않자 주택가가 있는 구도시나 해외 진출 등을 고려하는 개원의들이 늘고 있다고 개원컨설팅 업체들은 전했다.
개원114 이성욱 대표는 "신도시 지역은 잘되도 걱정, 안되도 걱정"이라면서 "잘되는 곳이면 다른 병원이 곧 치고 들어오기 때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