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계 "심평원 고무줄 심사에 속이 터진다"

안창욱
발행날짜: 2006-12-08 12:04:17
  • "기준 모르고, 절차 안거친다" VS "올리면 삭감하면서···"

심평원이 최근 성모병원의 임의 비급여 사태와 관련, 의료기관이 급여기준에 대해 잘 모르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의신청 절차를 무시하면서 초래된 것이라고 주장하자 의료계가 발끈하고 있다.

심평원 최명순 민원상담부장은 7일 오전 CBS ‘시사자키 오늘과 내일’과의 인터뷰에서 “행위별 수가제도이기 때문에 급여대상 항목이 3만개가 넘는다”면서 “이렇게 급여기준이 많다보니 부당청구 등의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의료계는 심평원이 임의 비급여의 책임을 의료계로 떠넘기기 위해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있다고 꼬집고 있다.

서울의 모대학병원 보험심사팀 관계자는 “우리 병원만 하더라도 보험팀이 내과계, 외과계로 나눠져 있고, 내과만 하더라도 각 분과별로 담당직원을 따로 배치하고 있다”면서 “이들은 모두 경력자인데다 심평원에서 심사업무를 담당했던 직원도 다수 있다”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심사부는 복지부 고시나 요양급여기준, 심평원 심사기준을 매일 모니터링하고 심사에 적용하고 있다”면서 “병원이 심사기준을 잘 몰라 부당청구하고 있다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최 부장이 “병원이 심평원에 의료비 청구를 하면, 조정되는 것이 생기기 때문에 삭감을 우려해 심평원에 청구를 하지 않고, 환자에게 부담을 시키는 경우도 있다. 급여기준 불합리 등의 문제가 있다면 환자에게 우선 청구하기 보다는 정당한 절차를 걸쳐 기준을 개선하도록 하는 것이 맞다”고 말한 것도 도마에 올랐다.

최근 백혈병 환우회는 가톨릭대 성모병원의 임의 비급여 기자회견에서 성모병원이 보험적용이 되는 항목을 임의 비급여로 속여 환자에게 1400만원을 청구했다고 폭로했다.

이후 환자는 심평원에 진료비 확인 민원을 제기했고, 성모병원은 이 환자에게 1400만원을 환급해준 후 공단에 비급여 진료분을 다시 청구해 130만원을 삭감당하고 1270만원을 회수했다.

이에 대해 환우회는 “병원은 130만원을 손해 보기 싫어서 1400만원이란 돈을 고스란히 환자에게 부담시킨 것”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반면 대학병원들은 성모병원이 환자에게 임의 비급여하지 않고 심평원에 진료비를 청구했다면 100% 삭감됐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또다른 대학병원 관계자는 “오죽했으면 심평원에 진료비를 청구하지 않고 환자에게 임의 비급여로 청구했겠느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애초부터 임의 비급여로 환자에게 진료비를 부담시킨 게 아니라 심평원에 진료비를 청구하면 매번 삭감하기 때문에 이렇게 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의료기관이 직접 급여 청구할 경우 100% 삭감하면서 환자가 민원을 제기하면 일부 급여로 인정하는 것 자체도 고무줄식 심사다.

그는 “요양급여기준을 초과한 것이라면 환자가 민원을 넣었다 하더라도 의료기관의 심사청구액을 전액 삭감해야 하는데 민원을 넣으면 진료비를 인정하고, 그렇지 않으면 삭감하는 게 논리적으로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직격탄을 날렸다.

그는 “이의신청 등의 정당한 절차를 거쳐 진료비를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는 원론적으로 맞긴 하지만 심평원은 환자가 민원을 넣어 우는 소리를 하면 떡하나 주는 식의 관행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고백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의신청을 한다 하더라도 구제받는다는 보장이 없고, 이의신청 기간이 길게는 2년이나 걸리는 것도 문제다.

그는 “최초 진료비 청구분이 삭감되면 심평원에 재심사조정청구, 이의신청, 심사청구 등의 절차를 거치는데 이렇게 하다보면 최소 1년 이상, 길게는 2년이 소요되고, 이의신청을 하더라도 회수되는 금액은 절반도 안된다”고 강조했다.

이의신청도 삭감액 전부를 하는 게 아니라 요양급여기준과 심평원 심사지침을 놓고 볼 때 회수 가능성이 높은 것만을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전체 삭감분에서 회수되는 금액은 미미할 수밖에 없다.

그는 “복지부나 심평원은 적정진료를 하라고 하지만 적정성평가 결과 나오는 걸 보면 다 삭감하면서 무슨 소리냐. 속이 터진다”고 맹비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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