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집중화 홍보로 대응-병상수 규제 방안 '부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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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부는 31일 “수도권 암센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막대한 예산이 투입중인 지역암센터의 역할과 기능에 문제가 제기돼 첨단 장비와 시설을 토대로 한 대국민 홍보를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복지부 암관리팀은 “올해까지 9개 지역암센터가 건립 운영될 예정이나 삼성, 아산, 세브란스, 가톨릭 등 메이저 병원의 암센터 확충으로 서울로 향하는 환자의 이동이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에 따라 환자들이 선호하는 암 관련 첨단장비를 대폭 지원해 서울 유수병원 못지 않은 지역암센터임을 알리는 홍보에 집중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대형병원의 암센터 현황을 살펴보면, 올해 완공될 삼성서울병원의 700병상을 시작으로 서울아산병원 600병상, 세브란스병원 500병상, 강남성모병원 400병상 등 소위 '빅4' 병원에서만 약 2200개 병상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암관리팀 관계자는 “고급화 추세인 국민정서상 서울로 집중되는 환자를 당분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라고 전제하고 “그러나 수술 후 정기적으로 내원해야 하는 암 질환의 특성상 고속철도라 할지라도 환자와 보호자 모두가 금새 지쳐 버릴 수밖에 없다”며 수도권 집중화에 대한 중장기적인 대책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대학병원간 불붙고 있는 암 경쟁이 어디까지 갈지 끝이 안보인다”며 “자칫 암 환자를 봉으로 여기는 풍조가 형성돼 진료 외적인 문제를 발생시킬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해 암센터 경쟁에 대한 불안감을 내비쳤다.
유수병원의 암 경쟁에 대책을 세우고 있는 곳은 정부가 아니라 감소하는 암 환자 추세를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인근병원과 지역 대학병원이다.
이중 지역주민의 높은 참여도로 암 환자 수요를 유지하고 있는 화순전남대병원도 기대보다 우려감을 떨치지 못하는 모습이다.
화순전남대병원 지역암센터 문재동 암관리부장(산업의학과 교수)은 “지방 암환자들이 무조건 서울로 향하고 있으나 위암과 간암 등 일반적인 암의 진단과 치료는 병원별 큰 차이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복지부가 9개 지역암센터 건립에만 치중하지 말고 종양별 의료기관의 완치율을 공개해 암에 대한 국민적 동요를 방지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암 완치율 공개로 국민 동요 방지해야'
문 부장은 이어 “아무리 교통이 편리해졌다해도 도로에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지출하는 지방 환자들이 수도권 경쟁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하고 “무조건적인 서울행이 암치료를 높일 수 있다는 기대감이 커지는 현 상황에서 또 한번의 소용돌이가 불어닥칠 것으로 걱정된다”며 암 경쟁으로 빚어질 여파에 대한 정부의 대책마련을 촉구했다.
이같은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유수병원의 암병상 증설을 방관하는 정부 정책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복지부는 '민간병원의 병상증설은 현행법으로 규제할 수 없다'며 의료정책의 사각지대라는 입장을 표명했다.
복지부 의료자원팀은 “일부 대학병원의 암센터 등 급성기 병상 확충에 대한 우려를 알고 있으나 이를 대처할 수 있는 법이 없다”며 “매년 지역별 병상확충 조사를 통해 정책적 방향을 수립하고 있으나 증축은 해당시에 병상 변경 신고를 하는 것으로 그쳐 통제방안이 부재하다”고 토로했다.
의료자원팀은 “삼성이나 아산 등 몇 몇 병원이 무조건적으로 병상수를 늘리는 것은 옳지 않다고 판단되나 이를 강제적으로 규제화한다면, 복지부에 강한 비판이 쏟아지게 될 것”고 피력하고 “민간 의료기관에서 자신들의 예산으로 병상수를 늘린다는데 무슨 수로 막을 수 있겠느냐”며 권고수준에 불과한 병상정책의 한계를 내비쳤다.
대학병원의 생존경쟁이 서비스 경쟁에서 암 경쟁으로 변모되는 가운데 지역과 수도권, 중급병원과 상위병원 등에서 거세지는 환자 쏠림현상에도 불구, 마땅한 대책을 제시하지 못하는 정부의 답답한 대처술이 국민 불편과 의료비 지출을 가중시킬 것이란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