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보의, 실력 무관 섬에 있으면 실력없다 인식 '씁쓸'
[특별기획]공보의를 찾아서⑨ 울릉도 울릉의료원 박신율 공보의.
전국의 어디라고 환자가 있으면 배치되는 공보의. 그들은 열악한 환경에서 어디서도 맛볼 수 없는 보람과 기쁨을 찾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외지 혹은 열악한 환경에서 환자를 진료하고 있는 공보의를 찾아가 봄으로써 그들의 생활을 대해 들여다보는 시간을 마련해볼까한다. <공보의를 찾아서>는 매주 월요일 연재된다. - 편집자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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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울릉도 공보의로 일년 째, 도시에서 지낸 봄 여름 가을 겨울과 너무도 달라 시간이 빠르게 흘렀다.
울릉도는 계절별로 여가생활도 먹을거리도 달라져 매일 매일 새로운 일상이 펼쳐진다.
때묻지 않은 섬 울릉도
박 공보의에게 울릉도는 단순한 관광명소가 아닌 생활터전으로 깨끗하고 한적한 섬 그대로의 모습에서 신비로움을 느낀단다.
"사방이 산과 바다로 둘러싸여 있어 진료 이외 시간에 할 게 많아요. 성인봉도 오르고 속이 다 비쳐 보이는 바다에 뛰어들어 스킨스쿠버도 즐기다 보니 시간이 금새 흘러갔네요."
눈이 많이 오는 겨울이면 간혹 고립상태가 돼 지루한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경사가 많은 지형을 이용해 스키를 타는 재미도 쏠쏠하다.
박 공보의는 도시 생활에서는 맛볼 수 없는 액티브한 여가생활에 헬스장까지 다니다보니 일석이조로 체중까지 많이 줄었다.
섬 의사는 의료기술 없다는 인식 '안타까워'
울릉도의 유일한 병원이자 박 공보의가 근무하고 있는 울릉의료원에는 의과공보의 10명, 치과·한방공보의 각각 1명이 있으며 그중 박 공보의는 응급의학과 공보의로 근무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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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병원 규모가 작고 의료진이 부족하지만 울릉의료원의 의료시설은 수준급이다.
방사선판독은 서울에 있는 기관과 협진해 24시간 이뤄지고 있고 시술에 필요한 웬만한 의료기기는 모두 갖춰져있단다.
또 수는 부족하지만 의료진 대부분 전문의 시험을 마친 직후 내려온 이들이라 실력도 어느 의료기관에 비해 뒤지지 않는다고.
그러나 울릉도에 있는 의사라고 하면 주민뿐만 아니라 관광객까지 일단 '능력 없는 의사'라는 인식을 갖고 있어 박 공보의를 답답하게 만들기도 한다.
"얼마 전에는 의사의 진단과 치료와 관계없이 환자가 판단해 육지로 이송을 요구하는 일도 있었지요. 진단결과 응급한 상태가 아니라고 했지만 책임질 수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이는데 정말 힘 빠지더라고요."
또 육지로 이송한 후에도 문제를 제기하는 경우도 있단다. 특히 결과가 좋지 않을 때는 더욱 그렇다. 반면 결과가 좋을 때는 응급환자도 아닌데 왜 이송을 했느냐, 돈과 시간을 낭비했다며 불만을 제기하기도 한다.
의사를 불신하는 것은 주민뿐이 아니다. 울릉도를 찾은 관광객들은 '섬에 있는 의사가 뭘 알겠느냐'는 식으로 대하는 경우가 많다.
"진료를 하면서 이 같은 대접을 받다보니 무의식적으로 관광객이 오면 전문의이며 공보의로 근무하고 있다는 것을 설명하게 되더라고요. 이렇게 하면 환자와 보호자의 태도가 바뀌고요. 씁쓸한 현실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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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섬 지역 공보의 일부가 근무지이탈을 해서 말이 많았지만 울릉도의 경우는 감히 생각조차 할 수 없는 분위기다.
누군가 나가면 나머지 누군가 환자를 봐야하는 시스템으로 환자들이 외래 진료 유무에 굉장히 민감한 편.
그렇기 때문에 의료원 의사 중 누군가 섬을 나가려고 하면 주민 중 누군가 병원으로 전화해 어디에 가는지 물어볼 정도라고.
특히 응급의학과인 박 공보의는 진료공백 때문에 내과, 정형외과 공보의와는 같이 연가를 쓸 수 없다.
또 한정된 연가(6일) 스케줄을 잡을 땐 주말을 낀 연가를 쓰고 싶어 미리 예약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모처럼 연가를 받아도 날씨가 좋지 않으면 하루 한번 뜨는 배마저도 안뜨기 때문에 하늘만 쳐다봐야 하는 처량한 신세가 되는 일도 비일비재하죠."
박 공보의는 어려움은 많지만 잠시나마 도시에서 벗어나 자연과 함께 호흡하고 섬 주민들과 정을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