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력만이 생존법...대학병원, 후진양성 상품개발 시급
[특별기획]침체된 외과, 국민생명 불안하다외과에 불고 있는 차가운 바람은 개원가를 얼어붙게 만든 지 오래이다.
외과 전공의 기피현상이 급속도로 가속화되고 있다. 미래를 생각하는 의대생과 전공의 등 젊은층에서 외과는 더 이상 필수 진료과가 아니다. 진료과 중 꿈의 성전으로 불리던 외과의 명성은 ‘전공의 모시기’라는 말로 퇴색돼 암울한 고행을 지속하고 있다. 국민의 생명과 직결되는 외과의사의 의술도 열악한 수가체계속에 힘겹게 이어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메디칼타임즈는 대학병원과 개원가, 복지부 등의 현장 목소리를 통해 인공호흡기에 매달린 외과의 현주소를 진단하고 위기극복의 타개책을 고민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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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대학병원 수술현장에 가다.
②개원가 생존 비법은 없다.
③수가개선 만병통치약 아니다.
④정부·의료계 결단에 달려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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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 개원의 중 매스를 들고 치료하는 의사는 찾아보기 힘들다.
그도 그럴 것이 혹시나 모를 의료사고를 어떻게 대처할지, 현 수가체계에서 위험을 감수할 필요가 있는지 등을 반문하며 외과 의사 모두가 수술을 꺼리는 모습이다.
이렇다보니 대장항문 내시경 검사와 하지정맥류부터 비만, 피부미용, 성형까지 경영적으로 생존가능한 모든 방면으로 외과 개원의들의 영역이 다양해지고 있다.
그러나 매스를 들고 외과의사로서 본래의 역할을 수행하면서 환자를 기다리는 지방도시의 한 외과의원이 있어 비바람치는 개원 현실속에 그가 생각하는 외과의 문제점와 대처법을 취재했다.
전주시에 위치한 유방암 전문 ‘유&미 외과’ 김진효 원장(42, 전북의대 98년졸)은 메디칼타임즈의 예고된 방문(?)에 “특별히 말씀드릴게 없다”고 당황해하면서도 거치른 개원현장을 숨가쁘게 살고 있는 자신만의 노하우를 조금씩 풀어냈다.
김진효 원장은 우선, “외과가 비인기과로 전락했다고 하는데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다”라고 전하고 “98년 전북대병원 전공의 시작전부터 외과 정원 채우기가 쉽지 않았다”며 오래전부터 외과 전공의 기피현상이 시작됐음을 설명했다.
김진효 원장은 “외과 분야는 진료과 중 가장 넓은 영역으로 환자군이 제일 많다”며 “예전 선배들은 갑상선부터 유방, 위, 복부, 대장 등 모든 분야를 다뤘으나 이제는 각 분야별로 나눠진 세부과목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말했다.
"매스 들고 환자군 찾기 쉽지 않다“
김 원장은 “외과 개원가에 매스를 들고 있는 의사가 없다고하나 수술을 하고 싶어도 환자군이 없다는 현실”이라고 언급하고 “대학병원, 더욱이 수도권 큰 병원으로 집중되는 환자군으로 서울지역 외사의사는 수술하는 기계로 변화되고 있다”며 개원의가 바라본 외과의사의 상황을 단적으로 표현했다.
그는 “4년전 전북대병원 전임의 생활을 마치고 유방암과 갑상선암 등 스페셜 분야에 도전하기로 결심하고 병원문을 열었다”며 “개원의 특성상 악성종양이 아닌 양성종양을 중심으로 일일 30명의 외래환자와 일주일 10여건의 수술을 하고 있다”고 현 상황을 전달했다.
김진효 원장은 “외과 분야의 수가가 낮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유방암과 갑상선암 양성종양 수술은 대학병원과 의원 모두 동일한 수가로 묶여있어 대형병원은 선택진료비 등 비보험분야로 유지될 수밖에 없다”고 말하고 “시민단체에서 선택진료비 등 비보험분야 폐지를 요구하고 있으나 이러한 수술비로 어떻게 병원이 생존할 수 있을지 그들에게 반문하고 싶다”며 생명과 직결되는 의료의 특성을 무시한 정부와 시민단체의 안일한 사고를 질타했다.
김 원장은 이어 동료 외과의사를 향해 현실에 안주하지 말 것을 조언했다.
그는 “왜 외과의사가 됐는지 예전 전공의 시절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전제하고 “어느 누구도 먹이감을 주는 않는다. 실력을 쌓지 않고 개원가로 나와 외과의사로 살아갈 생각은 하지 마라”며 치열한 경쟁속의 생존법을 공개했다.
김진효 원장은 “개원한 외과 의사로 살아가는 뚜렷한 답안은 사실 없다. 다만, 개원도 사업인 만큼 경영마인드와 병원의 명성이 없다면 환자들이 찾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며 “본인의 전문분야에 대한 자신감만 있으면 외과 영역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유&미 외과의원은 김진효 원장과 방사선사 1명, 간호사 2명, 수납직원 1명 등 총 5명과 입원실(2인실) 1개, 수술실 1개 등의 인력과 시설로 구성되어 있다.
김진효 원장은 “병원의 이름이 알려져 환자군이 늘어나자 주위 외과와 산부인과 개원의들이 유방암 술기를 전수받고 싶다고 찾아오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전하고 “그러나 자신의 노력과 열정이 없으면 외과 전문분야는 쉽지 않아 자칫 1년 동안 번 돈을 한 순간 잘못으로 날릴 수 있다”며 실력없이 전문과목을 표방한 동료의사의 안일한 사고를 꼬집었다.
"수련제 악순환, 교수 당직 멀지 않았다“
이어 그는 추락하는 외과 문제가 대학병원의 나태함과 무관하지 않음을 피력하며 선배들의 인식전환을 촉구했다.
김진효 원장은 “대학병원들이 위기에 빠진 외과를 생각한다면 후배들이 살아갈 길을 열어줘야 한다”며 “각 병원의 틀에 박힌 시스템 속에서 단순하면서도 힘겨운 트레이닝만 받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한 외과 지원자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김 원장은 “지금의 상황이 몇 년 지속되면 대학병원 교수들이 응급실 당직을 서야 하는 때가 올 것”이라고 전망하고 “외과학회가 추진중인 세부전문의도 필요성은 공감하나 대학병원의 돈벌이 수단이나 영역지키기로 국한한다면 외과의 장래는 더욱 암울해질 것”이라며 후배양성을 위한 교수들의 상품개발을 주문했다.
김진효 원장은 “후배들도 외과를 돈벌이 수단으로 생각하지 말고 힘들지만 본인의 선택한 길을 실력으로 지켜간다는 사고를 가져야 한다”며 “전공의나 전임의 마치고 갈 때 없으면 개원하겠다는 생각을 한다면 아예 시작하지 말 것을 권하고 싶다”고 조언했다.
김진효 원장은 끝으로 “외과 전문 과목은 각 분야별로 특징을 지니고 있어 수술이라는 특성상 진단과 치료가 쉽지 않다”고 언급하고 “외과의 상황을 무조건 걱정할 것이 아니라 광활한 영역 중 본인이 선택한 분야에서 실력을 쌓아 인정받는다면 외과의사로서 무한한 긍지와 자부심을 가지고 살아갈 수 있을 것”이라며 외과 선택에 고민중인 후배를 위한 의미있는 삶을 제언했다.
환자 진료와 수술로 인해 의원이 문 닫은 시간인 오후 7시부터 진행된 이날 취재에서 김진효 원장은 기자의 지속된 질문에 시종일관 겸손하면서도 솔직하게 입장을 피력해 전주의 자랑인 한 한정식집에서 3시간가량 밥을 먹어야 하는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