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 부진한 의대생 '자기탓 반, 학교탓 반'

안창욱
발행날짜: 2007-06-01 06:39:38
  • 연세의대 전우택 교수 지적.."의학교육, 자기계발 미흡"

“의대 교수들이 가지는 의대생(의학전문대학원생)에 대한 5가지 오해가 있다”

연세의대 전우택(의학교육학과) 교수는 31일 한국의학교육학회, 의대학장협의회, 대한의학회가 주관한 의학교육학술대회에서 ‘의대 학습 부적응자에 대한 이해와 문제제기’ 발표를 통해 현 의학교육 문제점과 해결방안을 제시해 주목받았다.

전 교수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우수한 학생들이 입학하는 의대(의전원 포함)에서 학습부적응을 논의한다는 것 자체가 모순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모순이 아주 뚜렷하게 존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의대교수들이 의대생에 대해 △똑똑하다 △의사가 될 동기가 분명하다 △자기 문제는 어느 정도 잘 해결해 나갈 것이다 △공부에만 전념할 것이다 △경쟁을 시킬수록 공부를 더 잘할 것이다 등 5가지 오해가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학습에 적응하지 못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으며, 이들은 △자기주도적 학습 능력의 부족 △의학교육에 대한 흥미 상실 △자기관리 능력 부족 △학업 이외에서 발생하는 문제 △경쟁과 과도한 학업 부담의 스트레스 등을 호소하고 있다는 게 전 교수의 설명이다.

특히 그는 “학습부진의 원인이 학생들에게 잇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동시에 누가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서도 뚜렷하게 달라진다”면서 의대의 의학교육상 문제를 제기했다.

그는 우선 의대 학습 목표와 내용의 문제를 지적했다.

중요한 내용이라 하더라도 의대에서 가르쳐야 할 것인지, 레지던트나 전문의 취득후 교육할 것인지 먼저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 필요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또 전 교수는 “‘그냥 그런 줄 알고 외워라’는 식의 교육이 아닌, 이것이 왜 중요하며, 이렇게 되는 이유와 기전은 이것인데, 이렇게 외우면 더 효과적으로 환자들을 잘 치료할 수 있다는 식의 교육이 더 효과적이라는 것은 분명하다”며 교육철학과 목적의 문제를 꼬집었다.

그는 의사국시(KMA)와 미국의사시험(USMLE)에 동시합격한 졸업생의 이야기를 소개했다.

이 졸업생은 “KMA를 준비하면서 알게 된 지식이 USMLE 준비에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지만 기초의학 때 배운 내용들이 임상지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는 USMLE 공부를 하면서 비로소 처음 알게 됐다”면서 “그래서 USMLE를 준비하는 게 훨씬 재미있었다”고 말했다고 한다.

특히 전 교수는 “이 졸업생은 왜 우리가 학교에 다닐 때 이런 것을 이렇게 배우지 못했을까 아쉬움이 컸다고 말했다”고 소개했다.

의대에서 학습부진을 겪고 있는 학생들에게 교육 철학과 목적의 변화를 시도해 지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게 하나의 해결방안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와 함께 그는 학생 개개인의 자기개발 지원 부재, 학생 평가 및 전공의 선발 방식의 문제, 의료와 사회를 변화시키려 하지 않고 무기력해지고 있는 의대 교수들의 모습과 삶 등도 학습부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분석했다.

무엇보다 그는 “전체 학생 중 10% 내외의 유급자나 중도탈락자가 학교의 두통거리처럼 인식되고 있지만 더 심각하고 큰 문제는 유급되지 않고, 잘 진급해 KMA에 합격하는 학생들”이라고 꼬집었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거대한 잠재력이 제대로 계발되지 않고 의사가 되어가는 것이 사실은 훨씬 더 큰 의학교육의 문제라고 인식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학생들에 대한 존중에서부터 모든 해결책이 시작되면 좋겠다”면서 “한국 사회가 합리적인 의료제도를 만들어 내지 못하는 이유, 의사들이 한국 사회에서 존중받고 신뢰받지 못하는 이유를 적어도 의학교육 담당자들은 의학교육의 안에서 찾아갈 줄 알아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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