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로 개원의 자살...산부인과 현주소 대변

발행날짜: 2007-09-04 12:07:04
  • 경영난·의료사고 휴유증 견디지 못해 결국 투신

최근 장기적인 경영난과 의료사고 휴유증에 시달리던 수원시 팔달구 A산부인과 B원장이 투신자살 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충격을 던져주고 있다.

특히 투신자살한 B원장은 72세의 고령으로 여느 개원의라면 퇴임 후 평온한 노후를 누릴 시기에 비운의 개원의로 생을 마감해 주위를 더욱 안타깝게 하고 있다.

B원장은 수원시 내 개원한 지 40년쯤되는 수원 토박이 개원의로 과거에는 입원실까지 갖추고 산부인과병원을 운영하며 왕성한 활동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저출산 등 산부인과에 악재가 겹치면서 입원실과 분만실은 폐쇄하고 병원을 의원으로 축소하면서 과거 산과 개원의로서 영화를 누리던 그는 큰 자괴감을 느꼈을 것이라는 게 측근들의 전언이다.

특히 최근에 발생한 의료사고로 경영난은 더욱 심각해지고 심리적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을 것으로 보인다.

수원시의사회 한 관계자는 "B원장님이 의원에 큰일이 있어서 폐업하고 보건소나 모자보건센터에서 일하고 싶으니 일자리를 알아봐달라고 하신 지 불과 한달도 안됐는데 이같은 일이 생겨 너무 놀랐고 안타깝다"며 "아무래도 최근에 발생한 의료사고 영향이 큰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한 의사회 측은 그가 일에 대한 열정과 삶에 대한 애착을 보였던 점을 감안할 때 극단적인 선택을 한 데 대해 문제의식을 갖고 의료사고 관계자로부터 물리적, 경제적인 압박은 없었는지 등을 추가로 확인하고 있는 중이라고 했다.

산부인과의사회 한 원로 관계자는 "다른 사람들은 의사가 정년쯤되면 부유하게 여생을 즐기면 될 걸로 생각하지만 사실 그렇지 않다"며 "특히 산부인과의 경우 빚더미에 놓여있어 정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병원 문을 닫을 수 없는 처지에 있는 개원의들도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산부인과 개원의는 "사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다시 한번 산과 개원의들의 현실을 드러낸 것 같아 씁쓸하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이어 "추측하건데 과거와 현재의 격차가 너무 크다보니 거기서 오는 자괴감에 힘들어했을 것 같다"며 "고인의 명복을 빈다"고 덧붙였다.

한편, 경찰에 따르면 B원장은 지난 3일 저녁 8시 50분 수원시 팔달구에 위치한 자신의 산부인과 건물 7층 옥상에서 뛰어내려 그자리에서 숨졌다.

관련기사

병·의원 기사

댓글

댓글운영규칙
댓글을 입력해 주세요.
더보기
약관을 동의해주세요.
닫기
댓글운영규칙
댓글은 로그인 후 댓글을 남기실 수 있으며 전체 아이디가 노출되지 않습니다.
ex) medi****** 아이디 앞 네자리 표기 이외 * 처리
댓글 삭제기준 다음의 경우 사전 통보없이 삭제하고 아이디 이용정지 또는 영구 가입이 제한될 수 있습니다.
1. 저작권・인격권 등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는 경우
2. 상용프로그램의 등록과 게재, 배포를 안내하는 게시물
3. 타인 또는 제3자의 저작권 및 기타 권리를 침해한 내용을 담은 게시물
4. 욕설 및 비방, 음란성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