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생존전략상 고가장비 수입 급증, 건보 적용 난망
[기획특집]대한민국은 고가의료장비 열풍많은 암환자들이 1천만원 이상의 치료비 부담에도 불구하고 양성자치료기, 토모테라피 등에 관심을 갖는 가장 큰 이유는 전술했다시피 보다 나은 치료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일 것이다.
최근 몇 년 전부터 수십억원에 달하는 차세대 수술 및 치료장비 도입이 급증하고 있다. 이들 장비를 이용한 시술은 비급여인데다 본인부담이 최소 1천만원을 웃돌지만 환자들의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고가의료장비 도입 실태와 쟁점 등을 분석한다.[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상)대형병원 고가 수술장비 도입 전성시대
(하)두마리 토끼 잡는 첨단장비, 난제는 고비용
민간 암보험시장의 팽창도 고비용 치료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키는데 한 몫을 하고 있다.
모 보험사는 보험을 가입한 지 2년 이후 고액암 판정을 받으면 6천만원을 지원한다. 또 다른 보험사의 암보험 상품을 보면 계약 2년 후 고액암 진단시 최고 4천만원을 보장하고 있다.
6인실 환자도 로봇수술 희망
보험 전문가들은 양성자치료기, 사이버나이프, 하이프나이프, 토모테라피 등의 경우 암보험 수술특약에서 보장하지 않고,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기 때문에 이를 비용을 고려해 보험상품을 선택하라고 권고할 정도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6인실에 입원중인 환자들까지 로봇수술을 받길 원한다”면서 “이는 그만큼 암보험 가입자가 많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국민들의 소득 수준이 향상되면서 ‘삶의 질’을 고려한 치료를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해지고 있다.
의료환경 역시 비급여 시술을 부추기는 측면이 없지 않다.
몇 년전부터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암센터 확장과 병상 증축 붐이 일면서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지고 있다.
또한 저수가 구조와 보장성 강화 정책으로 수익성이 악화되자 의료기관들이 고가의료장비를 이용한 비급여 시술에 눈을 돌리고 있다는 것이다.
고가의료장비 도입은 병원 돌파구
모대학병원 교수는 “대형병원들이 대거 암센터를 확장하면서 무한 경쟁시대를 맞고 있는데 진료를 특화시키지 않고 현상 유지에 급급하다보면 도태될 수도 있다”면서 “첨단 방사선치료 도입이 늘고 있는 것도 경쟁력을 강화해 활로를 모색하자는 측면이 없지 않다”고 설명했다.
다시 말해 고가장비를 이용한 시술은 보다 나은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2~3년만 잘 가동하면 일정한 수익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의료기관 입장에서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 효과를 거두게 되는 셈이다.
이런 이유로 인해 국내 의료기관들이 경쟁적으로 고가장비 수입에 나서면서 공급 부족을 초래한 나머지 가격 상승을 부추기는 게 아니냐는 우려섞인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단점은 고비용, 건강보험 적용 난제
하지만 의료장비 가격이나 치료비 고가 여부를 떠나 환자 입장에서 먼저 생각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립암센터 양성자치료센터 표홍렬 박사는 “방사선장비는 무엇보다 환자에게 절실한 거냐 아니면 과거보다 성능이 좀 더 우수한 거냐는 관점에서 볼 필요가 있다”면서 “과거 장비들은 기술적 한계로 인해 환자들을 살릴 수 없었는데 요즘 나온 장비는 확연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의료기관들이 토모테라피와 같은 고가장비를 경쟁적으로 도입하는 경향이 없다고 할 순 없지만 암환자 입장에서 볼 때 생존율을 높이고, 부작용을 크게 낮출 수 있는 첨단 치료기기는 그 무엇보다 절실하다는 것이다.
물론 치료비가 비싸다는 것은 의료진 입장에서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민간 암보험 가입자가 많다고 하더라도 수천만원의 자비를 털어 로봇수술이나 토모테라피, 양성자치료기 등을 이용할 수 있는 계층은 여전히 소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성모자애병원 계철승 교수는 “좋은 치료일수록 환자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데 토모테라피는 고가치료라는 게 문제”라면서 “환자나 의사나 가격 문제는 딜레마”라고 토로했다.
계 교수는 “과거 CT가 우리나라에 도입된 지 5년 정도 지난 뒤 건강보험이 적용됐다는 점에서 언젠가는 첨단 방사선장비나 초음파장비도 환자들이 적은 부담으로 이용할 수 있는 날이 오지 않겠느냐”고 덧붙였다.
그러면서도 계 교수는 "의료기술은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데 건강보험제도는 따라오지 못해 답답하기만 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