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대문병원 뒤숭숭, 일부 직원들 이직도 고려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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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표가 진행되는 직원식당 앞에는 투표함과 함께 기표소가 설치됐으며 투표 첫날이었지만 이미 상당수 직원들이 투표에 참여한 흔적을 남겨놓고 간 상태였다.
동대문병원 각 외래진료실 앞에는 여느 때와 다름없이 대기환자들이 진료순서를 기다리고 있었으며 의료진과 간호사 등 직원들도 분주하게 오가며 바쁜 모습이었다.
그러나 일부 임직원들과 직접 만나 임금삭감안에 대해 묻자 그들은 곧 경직된 표정을 지었다.
일부 임직원들은 임금삭감안에 대해 말하기조차 싫다고 했고 일부는 "병원 경영이 악화된 게 우리 잘못도 아닌데 임금을 삭감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힘들다"며 하소연하기도 했다.
모 진료과장은 "상당수 조합원들이 일단 병원을 살려야한다는 생각에서 찬성에 표를 던지겠지만 솔직한 심정은 씁쓸할 것"이라며 "특히 일부 의료진 중에는 재임용을 고려해 의료원 측에 반대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인 이들도 안타깝기는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동대문병원 의료진들은 모두 자신의 병원처럼 여기고 타 대학병원에 비해 불리한 입지를 극복하고자 열심히 일해왔는데 이제와서 의료원은 모든 책임을 우리에게 넘기고 있다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며 서글픈 현실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른 의료진은 "현재 목동병원의 일부 임직원들은 '동대문때문에 목동까지 피해를 보게됐다'고 생각하는 것 같아 억울하다"며 "양측 모두 피해자인데 왜 우리가 원인 제공을 한 처럼 비춰져야하는지 모르겠다"고 한숨을 지었다.
이번 임금삭감안이 통과될 경우 이직을 고려하겠다는 직원들도 일부 있었다.
한 간호조무사는 "다른 대학병원에 비해 임금도 높지 않은 상태에 두자릿수가 삭감되면 병원을 그만둘 생각"이라며 "솔직히 능력이 되는 사람들은 각자 다른 자리를 알아보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라고 털어놨다.
또 다른 직원은 "이번 기회에 이직을 고려해볼 수는 있지만 이는 단순히 임금때문은 아니라고 본다"며 "장기간의 병원 재정난에 지쳤고 최근의 뒤숭숭한 의료원 분위기에 지쳐서 떠나는 이들도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