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반성하는 지방병원 "환자 이탈은 내 탓"

안창욱
발행날짜: 2008-04-08 07:45:17
  • 대구의료복지포럼 세미나…"지역 차원 질 향상" 공감대

고소득층 환자들이 서울로 이탈하고, 지역의료기관에 대한 불신이 팽배한 상황에서 지방 의료기관들은 어떻게 활로를 모색할 것인가?

대구지역을 대표하는 의료기관들이 이 같은 위기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통렬한 자기반성과 함께 공동 대응책을 마련하는 시간을 가졌다.

박정한 대표
대구의료복지포럼(대표 대구가톨릭의대 박정한 교수)은 최근 ‘대구지역 의료서비스 질의 현황과 개선방안’ 정책세미나를 열었다.

정책세미나에서 대구한의대 정원길(의료경영학과) 교수는 주제발표에서 대구지역 의료기관의 문제점으로 지역민의 불신과 인력 부족에 따른 서비스 질 저하, 낮은 병상 이용률, 서울소재 병원보다 낮은 서비스 품질 인식 등을 꼽았다.

특히 핵심 수익원인 고소득층과 중장년층이 서울지역 병원으로 유출되는 경향이 심화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대구파티마병원 권용숙 간호팀장은 지정토론에서 고객 중심이 아닌 의료인 중심적인 태도를 꼬집었다.

권 팀장은 “환자의 눈높이를 맞추지 않는 의료진 수준의 일방적인 설명으로 인해 이해하지 못한 환자나 보호자들은 들은 적이 없다거나 들어도 잘 모르겠다고 하소연하는 실정”면서 “궁금해 하기 전에 미리 치료계획을 설명하면 만족도가 향상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북대병원 손경애 QA팀장은 “대구지역 병원들이 변화의 속도에 둔감한 것이 사실”이라면서 “고객만족도 조사를 해보면 친절도는 최근 많이 상승하고 있지만 충성도는 배 이상 하락하고 있고, 여전히 대기시간이나 진료절차에 대한 불만은 만성적으로 지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다시 말해 친절에 대한 의료종사자들의 인식이 변하고 있지만 수요자들이 타 지역으로 유출되지 않게 하는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다는 것이다.

대구가톨릭대병원 유은주 기획팀장은 “고객이 왕이라고 표현하지만 아직도 환자들은 병원 문만 들어오면 기가 죽어 저자세가 되는 경우를 보게 된다”면서 “이런 의료서비스라면 0점짜리가 아닐까 자문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별 의료기관의 노력 외에 지역 차원의 대응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적지 않았다.

영남대병원 최선호 대외협력팀장은 대구 병원인의 서비스 능력을 향상시키기 위해 CS 교육을 시행하고, 공동으로 대구의료QI학회나 병원고객만족 향상 세미나, 병원 CEO 포럼 등을 정례화하자고 제안했다.

대구의료복지포럼 박정한 대표는 “병원별로 친절교육이나 QI활동을 하고 있지만 자체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면서 “대구지역의 전반적인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는 공론화하고 공동 노력을 할 필요가 있어 정책세미나 자리를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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