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격증 관리도 허술하게 운영…의학회 반응 냉담
|기획②|인정의, 옥상옥인가 필수인가평소 위염으로 고생하고 있는 이씨는 엄마의 권유로 A내과의원을 찾았다.
인정의 혹은 인증의를 배출하는 학회들이 계속해서 늘어나고 있다. 초기에는 일부학회에서 시작된 것이 이제는 각 학회마다 인정의 배출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의학회와 학회 간에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메디칼타임즈는 ‘옥상옥이다’ ‘시대흐름에 따른 어쩔 수 없는 변화다’ 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는 인정의자격증에 대해 짚어봤다.
<상> 인정의자격증에 몰두하는 개원의들
<중> 과대포장 되고 있는 인정의자격증
<하> 인정의배출에 무관심한 대한의학회
얼마 전 A내과에서 진료를 받은 엄마가 환자대기실에 있는 '위장내시경전문의'자격증에 대해 얘기하며 다른 곳보다 괜찮을 거라며 가볼 것을 권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막상 A내과를 찾은 이씨는 다른 내과의원과 크게 다르지 않은 진료에 실망했다. 이씨는 내시경을 받고 싶었지만 A내과원장은 내시경인정의만 있을 뿐 내시경기기는 갖추고 있지 않았다.
환자들, '인정의'와 '전문의' 구분 어려워
일부 개원의들이 인정의자격증을 진료실에 걸어둠에 따라 환자들에게 혼란을 주는 경우가 발생하고 있다.
즉, 진료실에 걸린 인정의 자격증을 보고 해당 진료에 대해 전문의자격을 취득한 것으로 착각하게 하는 것이다.
실제로 소화기내시경 인정의자격증을 살펴보면 '소화기내시경전문의'라고 표기하고 있다.
전문의제도에 대해 잘 모르는 일반 환자들은 자격증만 보고 해당 의료진을 특정 진료에 대해 별도의 수련과정을 받은 '전문의'로 오인할 수 있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문제는 현재 일부 학회가 배출하고 있는 인정의는 '전문의'라고 표기할만큼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교육과정을 갖추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늘어나는 인정의…질 관리 '글쎄'
일부 학회의 인정의 자격증 취득 자격 요건을 살펴보면 허술하게 운영되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A학회의 경우 인정의 자격증 획득 요건은 연수평점 200평점을 취득하고 본 학회가 주관하는 시험을 통과하면 된다.
이 과정에서 A학회는 학술대회에 참석시 회원들에게 100평점을 부여하고 있어 사실상 학회에 2회 참석하면 시험에 응할 자격이 주어진다고 보면 된다.
반면 대한의학회가 인정하는 순환기내과, 류마티스 내과 등 분과전문의의 경우 자격증을 취득하려면 엄격한 기준을 통과해야한다.
일단 해당 진료에 대해 일정한 수련과정을 거쳐야하며 수련기간 중 연수강좌 및 실습을 통해 10평점을 획득해야한다.
이와 동시에 수련개시일부터 2년이내에 학술대회에서 발표자로 최소한 1회이상 구연 혹은 발표해야하며 학회가 정한 학술지에 1편 이상의 논문을 게재해야만 자격증이 발급된다.
학회에 참석하는 것으로 연수평점을 채우고 시험만 통과하면 되는 것과는 향후 진료의 질에서 엄연한 차이가 있을 수 밖에 없다.
초창기 인정의자격증을 취득한 한 내과 개원의는 "자격증을 본 환자들은 진료에 대한 기대치가 높아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자극제 역할을 하기도 하지만 '전문의'라는 단어에 간혹 내 자신이 그 정도의 실력을 갖췄는가 싶은 생각이 들어 부담스러울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인정의 배출놓고 의학회-학회 '찬반'
이 같은 이유로 대한의학회는 인정의 제도에 대해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대한의학회 김건상 회장은 "인정의배출에 대해 이해할 수도 용납할 수도 없다"며 "인정의자격을 취득하는 교육과정에 대한 전문성에 대해 신뢰할 수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또한 그는 "만약 학회들이 정말 별도의 전문의가 필요하다면 정식으로 커리큘럼을 갖추고 조건을 갖춘 뒤 의학회에서 관리하는 세분전문의로 들어오면 되는 것이지 자체적으로 인정의를 배출하는 것은 인정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인정의제도를 도입한 학회들도 할 말은 있다.
인정의를 배출하는 A학회 이사장은 "인정의자격증에 대해 문제제기하고 있지만 그래도 교육을 안하는 것보다는 하는 게 낫다고 본다"며 "교육과정이나 질 관리는 점차 체계를 잡아나갈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학회 이사장은 "어떤 방법으로든 현재 무분별하게 확산되고 있는 진료에 대해 질 관리가 필요한 상황이고, 인정의자격증은 그나마 일정한 교육을 받은 의료진을 양성해 제대로 된 진료를 실시할 수 있도록 해주는 장치"라며 "만약 '인정의'라는 명칭에 문제가 있다면 이 부분은 얼마든지 수정할 수 있는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