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계 "KDI, 국내사 죽이기"…배후설 제기

이창진
발행날짜: 2008-06-10 12:00:43
  • 보고서 분석 후 항의방문 예정…윤희숙 위원 “터무니없다”

국책연구소의 제네릭 약가 거품 주장이 제약계에 일파만파 확산돼 제약협회가 공식적인 해명과 반박자료 준비에 들어갔다.

10일 제약계에 따르면, 제약협회가 한국개발연구원(KDI) 윤희숙 부연구위원이 발표한 ‘보험약가제도 개선을 통한 건강보험 지출효율화’ 보고서의 심층적인 분석 작업에 돌입해 빠르면 이번주 중 검증결과를 토대로 KDI를 항의 방문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윤희숙 위원은 보고서에서 “미국 등 선진국 대부분이 오리지널 대비 복제약이 40% 미만이나 한국은 80%를 상회하는 수준”이라면서 “이같은 보험약가제도는 보험재정을 압박하는 동시에 업계의 낙후성을 온존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다”며 약제비 낭비의 주원인으로 지적했다.

윤 위원은 또한 “음성적인 비가격경쟁으로 국내 제약사 매출액의 약 20%가 의료기관과 의사, 약사를 위한 리베이트로 이용되고 있다”며 “보험재정 효율화를 위해서는 약가거품을 걷어내고 가격경쟁원리를 작동하는 제도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이같은 주장에 대해 제약협회는 “보험제도가 상이한 선진국과의 약가비교는 출발부터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반박하고 “약제비 비율이 높다는 주장도 건강보험율이 한국보다 높은 OECD 국가와 비교할 때 착시현상에 불과하다”며 보고서의 문제점을 꼬집었다.

제네릭에 의존하고 있는 국내사 입장에서는 이번 보고서가 불러올 후폭풍이 위험수위라는 점이다.

업계는 오리지널 대비 80%인 제네릭 약가를 절반 이상 인하해야 한다는 부분과 매출액의 20%가 리베이트로 사용되고 있는 윤 위원의 주장은 국내사를 공멸시키는 행위라며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사 한 임원은 “말도 안 되는 주장으로 국내 업체를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하고 있다”며 “게다가 제네릭의 높은 약가가 약제비 증가의 주요 원인이라는 주장은 가뜩이나 힘든 업체로서 받아들일 수 없다”고 질타했다.

"의료계 일각, 정곡 찔렀다"

제약업계는 더욱이 보고서 내용이 국내사를 타깃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배후설을 제기했다.

제약협회 한 관계자는 “윤희숙 위원이 2006년 8월 한 경제지에 게재한 칼럼에서 협회의 자료제공도 받지 않고 포지티스리스트 제도의 부당성을 알리는 동일한 입장을 표명했고 이번 보고서도 국내 제약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에서 다국적제약사 지원설이 대두되고 있다”며 ‘제네릭 죽이기’라는 국내사들의 불편한 심기를 내비쳤다.

이에 대해 윤희숙 부연구위원은 메디칼타임즈와 전화통화에서 “국책연구소에서 업체의 지원을 토대로 보고서를 작성했다는 것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면서 “그렇지 않아도 전문지 등 여러 곳에서 문의전화를 받았는데 보고서를 세밀히 검토해 그대로 받아들여 주길 바란다”고 답변했다.

현재 제약협회는 윤희숙 위원에게 보고서 작성에 사용된 비공개 데이터를 요구하는 등 심층적인 분석작업에 돌입한 상태이다.

협회는 이번주 결과가 나오는대로 임원진이 위시해 KDI를 방문해 윤 위원 보고서에 대한 해명과 입장을 경청할 것으로 전해졌다.

제약업계의 거센 항의에도 불구하고 의료계 일각에서는 윤희숙 위원의 보고서가 ‘정곡을 찔렀다’는 평가가 회자되며 제네릭 업체 합병설이 힘을 얻고 있어 이에 대한 복지부의 후속조치에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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