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전달체계 정착 시급, 인력·시설 부실한 기관 퇴출
[창간 기획=위기의 요양병원, 위협받는 노인 건강권]요양병원이 과잉공급 상태인데다 요양시설과도 경쟁해야 할 처지에 놓이면서 이중, 삼중고를 겪고 있는 요양병원계.
7월 1일부터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되면서 요양병원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요양병원이 급증하면서 과당경쟁이 빚어지고 있는데다 수가체계 개편에 이어 노인환자들이 요양시설로 옮겨갈 조짐까지 보이고 있지만 옥석이 가져지지 않으면서 공멸설까지 나온다. 요양병원의 운영실태와 문제점, 대안을 심층 취재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편)요양원만도 못한 요양병원…노인만 피해
(2편)생존 경쟁 내몰린 요양시설과 요양병원
(3편)전봇대 없는 요양병원, 불구경하는 복지부
(4편)옥석 가리고, 전달체계 바로잡아야 윈-윈
한림대의료원 한강성심병원 윤종률(가정의학과) 교수는 “지금까지 요양병원들은 병원 간판만 달았을 뿐 요양원 역할을 해 온 것”이라면서 “요양병원 입장에서 보면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기회일 수도 있고 위기일 수도 있다”고 못 박았다.
이번 기회에 노인의료전달체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교수는 “요양병원이 요양원에 보내야 할 환자까지도 입원시키고, 대학병원에서 막상 환자를 보내려고 해도 적정한 인력과 시설을 갖춘 요양병원이 많지 않은 현실을 바로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로부터 요양병원이 형편없다는 소리를 듣고 있는데 이런 악순환의 고리를 끊기 위해서는 스스로 투자해 의료의 질을 향상시켜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개선해 나가면 대학병원과 요양병원, 요양시설이 상호 연계될 수 있고, 노인 환자 입장에서도 비용효과적인 의료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윤 교수의 견해다.
대한노인병원협회 박인수 회장은 “요양병원과 요양시설의 기능과 역할을 조속히 정립해야 한다”면서 “요양보호가 필요하지만 의료적 욕구가 높은 군은 요양병원에서 집중 관리하고, 의료적 안정기에 들어서면서 요양보호가 주된 이들은 요양시설에서 서비스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인력 시설 미비한 요양병원 퇴출
이와 함께 전문가들은 적정한 인력과 시설을 갖추지 못한 요양병원들은 요양시설로 전환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경남의 H요양병원 원장은 “환자 유치를 위한 출혈경쟁이 지속될 경우 적정 인력과 시설을 갖추고,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요양병원까지 도산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의사라고 해봐야 원장이 전부인 일부 요양병원들이 간병료를 포함한 본인부담금을 월 10만~30만원으로 터무니없이 낮춰 환자들을 유인하면서 정상적인 인력과 의료의 질을 제공하는 요양병원들은 도저히 그 가격을 맞출 수 없기 때문에 타격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다.
H요양병원 원장은 “의료법에 정해진 인력과 시설 기준대로만 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관할 보건소부터 감독을 제대로 하지 않고 있다”면서 “본인부담금을 할인하거나 면제하는 방식으로 유인행위를 하는 요양병원들은 법에 따라 처벌해 정화해 나가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요양병원에 입원중인 요양 1, 2등급자에 대해 어떤 방식으로 간병비를 지원할 것인지도 현안 가운데 하나다.
노인병원협회 박인수 회장은 “요양병원 입원 환자에게 간병비를 지원하면 요양시설과 비용부담의 차이가 적어져 환자들이 요양병원으로 전원할 것이란 우려가 있지만 간병비 지원에 대한 인력, 시설 기준을 마련해 시행하면 충분히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박 회장은 “요양병원에 대한 간병비를 노인장기요양보험법에 명시된 대로 지원하거나 건강보험법에 노인들의 일상생활 지원비를 신설, 지원하도록 하는 적극적 방안이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인장기요양보험과 노인인구가 크게 증가하면서 노인전문의제도 도입 여부도 공론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윤 교수는 “미국은 전문의자격을 취득하고 1~2년 추가수련을 받으면 독립된 전문의자격을 부여한다”면서 “우리나라도 어떤 식으로든 전문인력을 양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특히 윤 교수는 “현재의 문제가 약이 될 것”이라면서 “요양병원이 제대로 정착하는 방법은 제자리를 찾는 게 핵심이기 때문에 정신 차려야 한다”고 환기시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