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대 6년제, 약사의 일차 진료의화

주수호
발행날짜: 2005-06-20 06:50:02
  • 주수호(주수호 외과의원 원장)

8만 의사의 대표 단체인 의협이 배제된 채 한약정간의 야합에 의해 약대 6년제가 전격 합의되었다는 보도를 접한 것이 벌써 1년이 흘렀다.

그 동안 의협이 여러 경로를 통하여 약대 6년제의 부당함을 주장하였다고는 하나, 우리의 노력이 부족한 탓이었는지 '약학대학 학제 개편방안 공청회'가 개최된다고 한다. 항상 그랬듯이 공청회라는 것이 이미 정부의 의도대로 정해진 결과에 대한 요식행위라는 것을 대한민국의 국민은 누구나 안다.

비록 일부이기는 하나 의료계 내에서 조차 "약사들이 공부 더하겠다는 것을 우리가 막을 명분이 있느냐?"라는 말이 거론되는 등 소극적으로 대처
한 것이 오늘의 사태를 불러 온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 시점이다.

약대 6년제가 거론된 시점부터 복약지도 강화라는 미명하에 공공연히 의사흉내내기를 하겠다는 약사들의 저의를 파악하고 집행부는 더욱 강력하게 이 문제를 파고들었어야 한다.

약사회 집행부 및 약대 6년제를 찬성하고 있는 정부에서는 약대 6년제는 충실한 복약지도 및 제약산업의 발전을 통한 보건의료제도의 선진화를 위한 것이지, 의료계가 우려하는 것처럼 의사 직역의 영역을 침범하고자 하는 의도는 결코 없다고 주장한다.

최근 자주 언급되는 '약료'라는 것이 정의도 모호한 '경질환'에 대한 진료를 약사들이 하고자 하는 의도로 해석될 수 밖에 없다는 의료계의 주장도 기우에 불과하다고 정부 및 약사회에서는 주장한다.

그러나 의약계 인터넷 매체 중 가장 방문자수가 많으며 주로 약사들을 대상으로 하는 모 인터넷 매체의 최근 인터뷰기사는 약대 6년제에 대한 약사회 집행부의 강변과 배치되는 일선 약사들의 약사직역에 대한 기대를 시사한다.

'각종 질환에 대해 의사와 맞먹는 지식이 있어야 출중한 복약지도가 가능해져요'라는 말로 시작되는 '질병과 치료'라는 책을 펴낸 어느 약사와의 인터뷰 기사 중 몇 부분을 발췌해 인용해 본다.

<책을 쓰기 위한 동기에 대해 O 약사는 '일선약사들이 약에 대한 지식에 비해 질병에 대한 이해는 부족한 것이 사실'이라며 '의사하고 만나서 어떤 질병에 대해서라도 토론하고 의견을 나눌 수 있을 정도의 질환지식을 갖추어 환자에게 보다 차원 높은 양질의 복약지도를 제공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렇다고 의사의 진료 및 처방권을 침해하자는 것은 아니다. 높은 질환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만 병원에 보낼 환자와 약국에서 케어가 가능한 환자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 O 약사의 생각이다.>

"높은 질환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만 병원에 보낼 환자와 약국에서 케어가 가능한 환자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 O 약사의 생각이다."

이게 무슨 말인가.

약국에 찾아온 환자를 스크리닝하여 본인이 감당할 수 있겠다고 판단되는 환자는 케어(?)하고 그렇지 못한 환자는 병원으로 refer하겠다는 것 아닌가.

소위 경질환 중질환의 판단을 약사가 하여 경질환에 대해서는 '약료'를 동원하여 직접 치료하겠다는 깜직한 발상이 바로 일선 약사들의 생각이다.

일차진료 중 수술이나 시술이 필요한 외과적 질환을 제외한 대부분의 내과적 치료를 요하는 환자는 약사들이 '약료'라는 모호한 용어를 동원하여 직접 진료하겠다는 것 아닌가?

대부분 약사들의 생각이 상기 약사와 같다면, 도대체 대한민국에서 일차진료를 담당하고 있는 수 만의 내과계 개원의 들은 바보라서 6년간의 의대과정을 마치고도 부족하여 5년간의 수련 및 전공의 과정을 거쳐 개원한다는 말인가?

다시 한번 기사를 인용해 본다.

"그렇다고 의사의 진료 및 처방권을 침해하자는 것은 아니다. 높은 질환에 대한 지식을 갖춰야만 병원에 보낼 환자와 약국에서 케어가 가능한 환자를 구분할 수 있다는 것이 O 약사의 생각이다."

병원에 보낼 환자와 약국에서 케어(?)가 가능한 환자를 구분하여 경질환에 대한 약료가 가능하다면 합법적으로 진단, 처방 및 조제가 가능하여 처방권 밖에 없는 의사들에 비해 더욱 완전한 진료권이 약사들에게 보장되는 것이다.

그래서 "의사의 진료 및 처방권을 침해하자는 것은 아니다."라는 O약사의 주장은 맞는 말이다. 약사들은 진료권 및 처방권을 침해하자는 것이 아니라, 진료의 한 부분인 조제권이 박탈된 의사들에 비해 더욱 완전한 진료권을 보장 받자는 것이다.

약사들의 생각이 이럴진대 약대 6년제는 가당치도 않다.

4년을 배우고 약사가 된 기존 약사들의 생각이 이럴진대, 6년을 배우고 졸업한 약사들의 기대는 더 말해 무엇하겠는가.

정부 및 약사회는 복약지도의 충실 및 제약산업 발전을 위한 약대 6년제 관철 운운을 주장하기 전에, 아직도 만연된 약사들의 불법진료를 근절하라.

제약산업의 발전 또한 기존의 약학계열 대학원의 진학률을 높이는 정책을 지향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의료계의 고언을 경청하기 바란다.

*이 칼럼은 메디칼타임즈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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