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인가 기회인가?

정도언교수
발행날짜: 2005-08-01 09:40:44
  •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정도언 교수

한국 의료를 둘러싼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의과대학 쪽에서는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라는 교육인적자원부의 압력과 현재의 조건으로는 그렇게 할 수 없다는 주요 의과대학들간의 입장이 평행선을 그리고 있다.

국립대학병원들의 경우는 국립대학병원들의 소관부처가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이관될 가능성이 점점 구체적으로 논의되고 있다. 외국의 병원시스템, 좀더 정확하게 말하면 강력한 병원산업이 국내진출을 모색하던 단계를 넘어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소리도 있다.

역사를 돌이켜 보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과 서울대학교병원은 한국의료의 중심에 서서 국가의 중심의료체계로서의 고된 역할을 묵묵히 수행해 왔다. 몇안 되던 의과대학에서 전국적으로 신설된 의과대학 교수진에 그 동안 상당수의 서울의대 졸업생들이 참여해 왔다.

진료의 수준 향상을 위해서도 해외여행이 어려웠던 시절부터 의료선진국에 나가 고생하며 그들의 지식과 경험을 배우고 익힌 후 국내에 도입해 수많은 환자들을 위해 봉사해 왔다. 의학연구의 기본을 세우고 가르쳐 왔으며, 서울대학교 전체 연구발표의 다수를 차지할 정도로 밤을 새우며 연구에 매진해 왔다. 의료계 현안이 있을 때 앞에서 크게, 때로는 뒤에서 조용히 한국의료 발전을 위해 노력해 왔음도 자타가 인정하는 사실이다.

이제 시대가 변해 지금까지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이 수행해 오던 역할을 더 이상 남들이 심각하게 여기지 않는다는 소리와 우리 내부에서도 이제는 더 이상 그렇게까지 고단하게 헌신하고 싶지는 않다는 속삭임이 들려 온다.

서울의대는 현재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을 상당한 불이익을 예상하면서까지 사려 깊은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서울대병원은 교육인적자원부에서 보건복지부로 소속이 옮겨진다면 겪게 될 여파에 대해 그 동안 정부 직영(?) 공공병원들이 경쟁력을 상실해 온 족적을 떠 올리면서 매우 긴장하고 있다. 외국 저명병원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진출할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가에 대한 대비도 아직은 막연한 실정이다.

이러한 모든 상황이 우리에게 기회로 다가오는 것일까? 아니면 위기가 돼 결국 무릎을 꺾을 것인가? 이 질문은 이제 더 이상 막연한 가능성이 아니고 현실로 우리 눈 앞에 바로 닥쳐 있다.해법은 무엇인가? 늘 그렇듯이 신통한 해법은 존재하지 않는다. 평상심을 유지하면서, 신중하게 생각하고, 조심스럽게 관찰하며, 사려 깊게 행동할 수밖에없다. 때로는 얻을 것을 확실하게 얻고 버릴 것은 버리는 용단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모든 일은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 현 집행부의 주관 하에 이루어지지만 전체 교직원의 단결된 힘이 필요한 시점이 닥쳐올 지도 모른다.

그 때는 우리 모두, 직종을 가리지 말고‘붉은악마’와 같은 열정적 응원을 통해 전체 에너지를 집결시켜 현명하게 나아가야 할 것이다. 우리에게 다가온 어려운 현실은 현재만의 문제가 아니고, 선배들이 지켜온 고생스러운 과거와 후배들이 이어 갈 비전 있는 미래를 모두 재정의하게 될 중차대한 문제이다.

개혁의 이름으로 급하게 이루어지는, 결과를 알 수 없는 초보 실험의 한 가운데서 지금까지 한국의료의 중심에서 매진해 온 서울의대와 서울대병원이 갑자기 피험자의 입장에 처하게 되었다. 한국의료의 미래를 어떻게 지켜낼 것인가?이것이 현재 우리에게 주어진 엄청난 도전이다. 과연 이것을 기회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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