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방법을 정책도구로 사용말라'

이윤성 교수
발행날짜: 2005-09-26 06:38:10
  • 이윤성 교수(서울의대 의학교육실장)

지난 8월12일에 보건복지부장관은 교육인적자원부가 요청한 '서브인턴제(sub-internship) 도입 시안'을 의학교육과 의료 단체장에게 검토해 달라는 공문을 보냈고, 거의 모든 단체장들이 ①서브인턴제 자체는 찬성하지만, ②의학전문대학원 제도와 연계할 수 없고, ③선결 과제가 있다는 회신을 보냈다.

학생인턴이란

의학교육학계에서는 서브인턴제이라는 용어보다 ‘학생인턴’이라는 용어를 쓰기로 하였다. 서브인턴이 마치 인턴 밑에 있는 직책으로 들리기 때문이다. 물론 ‘인턴’이라는 용어가 의료계로부터 사회 전반에 퍼져서 ‘견습사원’처럼 사용되고 있고, 마치 고급 인력을 적은 비용으로 이용하고자 하는 의미를 가지고 있으므로, 이 용어조차 사용하지 않기를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

학생인턴제도는 의과대학에서 임상실습을 ‘진료참가형’으로 교육하는 제도이다. 즉 임상실습 방법의 한 형태이다. 기존의 임상실습은 대개 몇 명의 환자를 담당하여 환자의 병적 상태에 대하여 공부하고 보고하는 형식이거나, 교수의 회진을 따라 다니면서 주워듣는(?) ‘견학형’ 임상실습이었다. 그러나 학생인턴은 담당교수나 전공의의 조수로서 진료팀의 일원으로 역할을 하며, Clinical clerkship이라고도 한다.

요컨대 학생은 강의나 실습으로 익힌 의학 지식(knowledge)과 기능(skill)을 바탕으로 진료팀의 일원으로 활동하면서, 미래의 의사로서 갖추어야 할 적절한 태도(attitude)와 같은 진료 능력과 사회적 책무성을 갖추게 된다.

학생인턴이 하는 일

학생인턴에게는 일체의 정규 강의는 없다. 학생인턴은 담당한 3~5명의 환자에 대하여 새로 입원한 환자라면 완벽하게 병력을 듣고 신체검사를 하며, 평가와 진료 계획을 세워야 한다. 그 내용은 진료기록부에 기재하며, 2~3년차 전공의에게 검토를 받는다. 이미 입원하고 있는 환자에 대해서는 on (또는 off) service note를 작성하여야 하며, 간단한 병력, 신체검사 소견, 경과 기록, 문제점, 계획 등을 진료기록부 기록 방법(예; POMR)에 따라 기재하여, 담당 전공의가 검토하여, 연서(cosign) 한다. 간단한 의료행위도 시행한다.

학생인턴은 전공의와 마찬가지로 여러 형태의 컨퍼런스나 워크숍에 참가할 수 있다. 학생인턴의 기간은 과마다 몇 주(최소 2주)씩 순환하며, 수준을 달리하여 2년 동안 시행하기도 한다. 일반적으로 학생인턴에게 보수는 지급하지 않는다. 다만 기숙사나 식권 등의 편의는 제공한다.

기존의 인턴과 다른 점

기본적으로 하는 일은 같지만, 인턴은 의사이고, 학생인턴은 학생인 점이 다르다. 최근에 수련 기간으로서 인턴의 효용성에 대한 비판이 있다. 인턴이 피교육자라는 요소는 무시되고, 저임금 고용자 측면만 강조되기 때문이다. 인턴의 순환은 교육의 목적보다 필요한 ‘일손’의 배치라는 측면이 강하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에서는 인턴제도를 폐지하였다.

학생인턴은 계획한 구조(structured system) 안에서 순환하고 교육을 받아야 한다. 따라서 외래나 내과, 외과, 소아과, 산부인과, 응급의학과, 가정의학과 등 일차진료에 필요한 진료 과를 순환한다.
의료행위는 모두 지도의사(전공의, 전임의 또는 교수)의 지휘와 감독을 받아야 한다. 간단한 의료행위는 지시를 받고 홀로 시행하며, 조금 어려운 의료행위는 지도의사의 감독을 받으면서 시행한다.

우리의 의료법 제25조와 의료법 시행규칙 제21조에는 의과대학생이 지도교수 또는 의료인의 지시와 감독을 받아 실습을 위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하였으므로 법적으로는 제한이 없다.
요컨대 학생인턴의 의료행위는 제한적인 범위 안에서, 의사의 지시와 감독에 따라, 비영리적인 목적으로, 의학교육을 위하여 시행할 수 있다.

교육인적자원부의 의도

앞에서 설명한 것처럼 학생인턴제도는 임상실습으로 훌륭한 방법으로 인정받았으며, 우리 나라에서는 서울의대를 비롯한 몇 대학병원에서 이를 시행하고 있다. 그런데 교육인적자원부는 느닷없이 학생인턴제를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한 대학에서만 인정하고, 이를 이수한 학생에게는 인턴을 면제하고자 한다.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하지 않는 의과대학에 대한 압력 수단으로 사용하려고 한다.

그러나 문제가 있다. 학생인턴제도가 우수하다면 모든 의과대학에 이를 시행하도록 권유하고 이미 시행하고 있는 대학을 부추길 일이지,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전환시키려는 수단으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교육 방법을 정책 시행의 도구로 사용해서는 안 된다.

의학전문대학원과 의과대학을 같이 운영하는 대학은 어떻게 하는가? 같이 임상실습을 돌았는데 졸업한 뒤에 누구는 인턴을 면제 받고, 누구는 인턴을 해야 하는가?

선결해야 할 문제

비록 의료법에서 의과대학생의 의료행위를 제한적으로 허용하였지만, 미리 해결해야 할 문제는 적지 않다. 열거하는 수준으로 마친다.

① 학생인턴을 위한 지원 체제는 갖추었는가?
② 목적에 맞도록 의과대학생에게 허용할 의료행위의 범위는 정하였는가?
③ 당해 의료행위를 하도록 지시하는 방법은 정하였는가?
④ 의과대학생의 의료행위 실시를 어떻게 감독하고 평가할 것인가?
⑤ 의과대학생을 환자 측이 거부하거나 싫어한다면 대처 방법은 무엇인가?
⑥ 의료행위를 하는 사람이 의대생임을 환자나 환자 가족에게 알릴 것인가?
⑦ 의료사고가 발생하였을 때의 예상되는 문제점과 대처 방법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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