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의료계의 난상토론 기대

홍승권
발행날짜: 2005-12-30 07:52:38
  • 홍승권 교수(서울대병원)

2005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통계연보 2005'를 발간, 한국의 보건 분야 정부지출이 OECD가입 30개국 중 26위에 랭크되었다고 보고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보건 분야 정부지출(26위,2002년)과 평균수명(24위,2001년), 연간 근로시간(1위,2003년)등 '건강권' 삶의 질과 관련된 분야는 최하위권으로 처졌다. 국민의료비는 GDP 대비 6%수준으로 OECD평균 약 7-8%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그리고, 평균수명 증가('03년 77.5세)와 출산율 저하('03년 합계출산율 1.19명)로 세계에서 가장 급속한 인구 고령화가 진행 중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2006년의 의료계 전망은 태풍 전야이다.

찻잔속의 태풍으로 끝날지 찻잔을 깨드려 버릴지는 알지 못한다. 복지부에서 이미 공론화 한 의료기관 영리부대사업, 의료광고 허용 등의 개정 의료법 안이 상정되었으며 영리법인 의료기관 설립 허용에 대한 문제가 해를 넘기게 되었다고 한다. 2006년에는 전면적 영리법인화 허용을 시도하거나 건강보험 당연지정제 폐지가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을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특히 의료시장개방문제가 WTO 도하개발아젠다(DDA) 제 6차 각료회의(2005년12월, 홍콩)를 기점으로 본격적인 협상의제로 다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10월15일 의료선진화 위원회가 발족을 하고 2개 소위원회 5개 분과위원회의 전문위원들이 활동하고 있으며, 보건의료서비스 제도 개선기획단은 의료서비스 분야, 의약품의료기기 분야, 의료의 공공성강화방안 등 3개 분야의 8개 과제를 주요 정책 과제로 삼고 있다. 2005년 내내 장식했던 몇 가지 보건의료의 의제를 살펴보면서 국민적인 합의를 모색할 수 있는 의료계의 난상토론을 기대해 본다.

1. 의료광고 제한 위헌 결정에 대비한 심의기구 설치

서구유럽 국가 중 프랑스와 독일 같은 경우는 의료행위의 상업적 광고를 제한하고 있다. 그 이유는 보건의료서비스가 갖는 독특한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즉 통제, 관리되지 않는 의료광고의 질적인 문제가 국민들의 의사결정에 많은 변수로 작용할 수 있고, 건강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의료법 개정안'이 사실상 의료광고를 전면 허용하는 네거티브 시스템의 방향으로 가닥이 잡힐 전망이다.

현재 의료서비스 및 의료정보의 양적 질적인 변화가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에서 의료광고의 법적인 허용이 불가피해 보인다. 하지만 의료광고 및 정보의 평가 가이드라인, 광고실증제와 같은 제도의 도출이 필요하다. 또한 의료기관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방지하기 위하여 자본의 광고시장 점유에 대한 제한이 필요하다. 특히 자본력이 약한 동네의원과 중소병원은 의료광고 규제 완화시에 불을 보듯이 뻔한 결과가 생길 것이다. 이를 완호하기 위해서는 정부차원의 '의료광고심의기구'를 설치하고, 감시 및 고발기능을 지닌 자율규제 민간 기구가 활성화 되도록 하여야 하며, 구체적인 '의료소비자용 가이드라인'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2. 의료서비스산업화에서 일차의료 강화 정책으로

지속적인 의료비 증가는 참여정부가 주장하는 '국가경쟁력'의 저해 요인이 된다. 따라서 선진국들은 의료의 효과성, 효율성, 비용절감, 형평성, 질의 향상을 위하여, '일차의료 강화'를 의료개혁의 중심에 두고 있다. 향후 의료비 지출의 효율성을 증대시키기 위해서는 일차의료의 강화를 위한 방안이 적극 추진돼야 한다.

정부의 '의료서비스산업화'의 대상에서는 일차의료가 배제되어 있을 뿐 아니라 일차의료의 취약성을 절대적, 상대적으로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의료환경을 변화시키고 있다. 국가 의료정책의 목표를 달성하는데 일차의료가 핵심적이고 효과적인 수단이라는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다. 의사협회, 병원협회 등 의료계 내에서는 의료기관의 경쟁 심화의 극복, 일차의료 강화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형성을 주요 의제로 삼아, 정책 개발을 하는데 힘을 쏟아야 할 것이다.

3. 민간의료보험에 대비한 국민건강보험 보장성강화로

앞으로 민간의료보험회사는 영리병원과 연계된 고가의 상품 판매가 활성화될 것이다. 또한 고소득층의 민간보험 가입자의 경우 국민건강보험보다는 상대적으로 민간보험의 보장을 받게 되므로 건강보험 탈퇴 요구가 강해 질 수 있다. 이는 건강보험 재정에도 큰 영향을 주게 되고, 건강보험 탈퇴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다 해도 건강보험의 보장성 확대에 장애가 될 것이다. 그 대표적인 외국의 사례로 남미국가인 멕시코, 칠레를 들 수 있다.독일의 경우 공보험의 높은 보장성 때문에 민간보험의 가입률(7%)이 낮으나 칠레의 경우 전 국민의 80%이상이 민간의료보험에 가입되어 있다. 그것도 민간보험사의 가입자 고르기 현상에 따라 질병의 위험률이 높은 65세 이상자는 민간보험 가입률이 불과 2%이며 40세 이하의 젊은층이 70%이상을 차지하고 있어 의료수요가 많은 노인들로 구성된 공보험의 재정이 상당히 열악한 상태이다.

공보험의 급여율(47.5%)이 낮은 멕시코의 경우도 비슷하여 부자와 빈자, 질병 위험률이 높은 자와 낮은 자 등에 따른 의료의 양극화현상이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고 국민의 의료비가 국민의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국민건강보험의 약화는 현재의 보장성 수준의 하락을 초래할 수도 있는 것이다. 특히 민간 의료보험에 대한 제약이 거의 전무하고, 외국 보험회사의 국내 진출에 대한 제약이 거의 없기 때문에 외국의 민간의료보험회사나 국내의 보험회사가 국내에 영리병원들로 네트워크를 형성하여, 미국식의 보험상품 판매도 가능하게 된다. 보험 자본이 영리병원에 투자함으로써 영리병원의 경영에 관여하게 된다면, 소득 수준에 따라 국민 전체의 의료이용의 양극화와 건강수준의 양극화가 심화될 것이다. 높은 본인부담의 존재는 "병이 나면 집안이 망하는" 상황을 초래하며, 건강보험이 보험으로서의 기능이 유명무실하게 한다. 보건복지부가 2005년 6월 30일, 암 등 3대 중증환자 건강보험보장성 강화방안과 함께 2006년부터 식대 건강보험 적용, 2007년부터 기준병상 확대, 지정진료제도 개선 등 3대 비급여문제 해결에 관한 방안을 담은 '건강보험보장성 강화방안'을 내놓았다. 이에 대한 강구방안을 장기적인 관점에서 풀어나가야 할 것이다.

최근 한 조사에 의하면 의료보장에 대한 인식에 관한 항목 중 "국가가 모든 국민의 의료를 보장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으며, "국내의료기관의 영리활동 장려"는 가장 낮게 나타났다. 응답자의 79%는 "국가가 모든 국민의 의료를 보장해주는 것이 개인이 책임지는 것보다 바람직"하다고 응답하였다. 건강문제를 개인의 책임에 한정시키지 않고 국가가 보장해야 할 국민의 권리이자 인권의 기본이 되는 것이 '건강권'이다. 왜냐하면 사람은 정신적,육체적,사회적인 '건강권'이 바탕이 되어야 나머지 주요한 인간적인 권리도 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건강권의 개념은 국민을 넘어선 외국인노동자와 장애인, 독거노인,차상위계층, 노숙자 등 건강권을 박탈당한 소외계층의 인권의 문제이기도 하다. 2005년의 의료계는 이러한 '인권'에 관심 갖기보다는 나라 성장 동력의 선택과 집중 대상으로서 '산업화'로 통칭되는 '금권'이 주요 의제였다. 그러나 질병이 생기면 개인의 경제적 능력에 따라 치료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구나 의학적 필요에 따라 국가가 제공하는 질 높은 의료서비스를 충분히 받을 수 있는 합리적인 '의료'가 필요하다. 또한 이러한 최소한의 사회적 안정망이 이루어 질 수 있도록 의료체계를 갖추는 것이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것일 것이다. 의료정책을 다루는 보건의료 모든 이해관계자들은 인간의 기본권인 '인권'을 해결한다는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국민적 통합과 이러한 '인권'의 가치를 위해 , 모든 당사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의견을 조율하며 합리적인 방식으로 해결해 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2006년 의료시장의 현실을 맞닥뜨리고 있는 우리는, 우리세대에서 가장 중요하게 해결해야 할 시대적 과제를 맞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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