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팥 없는 간호차등제

고신정
발행날짜: 2007-04-12 06:37:35
이달 진료분부터 입원환자에 대한 간호관리료 차등제가 적용된다. 새 제도의 가장 큰 특징은 간호인력 확보 수준에 따라 수가를 가감지급토록 한 것.

이 제도에 따르면 종합병원과 병원의 경우 간호인력 수준에 따라 1~7단계로 분류된다. 1~5등급으로 분류된 기관들에는 입원료 소정점수의 10~15%가 가산되고, 반대로 최하위등급인 7등급 기관들은 5% 인하된 수가를 적용받게 된다.

다만 종합전문요양기관 및 의원은 1~6등급 유지되며, 6등급이라 하더라도 감산되지 않는다.

복지부, 심평원 등은 이 제도를 통해 병원들이 간호사 고용을 확대, 궁극적으로 간호 질을 향상시키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심평원 관계자는 "간호사 고용이 저조한 기관에 대해서는 패널티를 주고, 고용이 활발한 기관에 대해서는 비용을 보상함으로써, 의료기관들로 하여금 간호사를 고용하고자 하는 동기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복지부와 심평원의 주장이 일견 타당성이 있어 보인다. 입원료 감면이라는 패널티를 피하려면, 기준에 맞게 간호사를 더 고용하면 될 일이니까.

그러나 문제는 상당수 병원들이 제도시행에 참여조차 하지 못했다는데 있다. 심평원에 따르면 지난달 말 1차 마감결과, 병원급 의료기관의 75%가 등급산정 신청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상당수 병원들이 등급기준에 도달할 만한 간호인력을 채우지 못해 등급신청을 아예 포기했기 때문. 여기에는 '간호사 인력수급 대비책'을 제대로 정비치 않은채 간호차등제를 강행한 정부의 책임이 크다.

앞서 중소병원협회 등은 이대로 제도가 시행될 경우 상당수 병원들이 7등급으로 전락할 수 밖에 없다며 제도 시행을 미뤄줄 것을 정부에 건의했으나, 복지부는 이에 대한 뽀족한 대책도 없이 예정대로 제도를 시행했다.

결국 정부의 지원 미비와 높은 문턱으로 인해 간호차등제가 '단팥 없는 찐빵'으로 전락해 버린 셈이다.

간호인력 고용 활성화라는 취지를 본다면 25%의 참여율은 너무 적다. 제도의 올바른 시행을 위해서라도 간호인력을 구하지 못해 제도권안에 들어오지 못하고 속수무책으로 수가인하를 기다리는 많은 병원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는 이제라도 병원급 의료기관 특히 지방·중소병원의 간호인력난을 해갈할 수 있는 특단에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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