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법원 집행정지 사건 유감

현두륜 변호사
발행날짜: 2008-03-31 07:34:13
  • 현두륜 변호사(대외법률사무소)

판사는 판결문으로 말해야 하듯이, 법원의 판결에 대한 문제 제기도 재판 절차를 통해서 하는 게 옳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현재 행정법원 실무에 대해서 아쉬운 소리를 한 마디 하고 싶다. 집행정지 사건에 대한 행정법원의 실무 경향에 관한 부분이다.

의료법 위반으로 인한 면허정지나 국민건강보험법 위반으로 인한 요양기관 업무정지처분에 대해서 행정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때, 그 대상이 되는 행정처분의 효력을 정지해 달라는 신청을 본안 소송과 함께 제기한다. 이를 집행정지신청이라고 한다.

만약, 그 처분의 효력을 정지시키지 않고 소송을 진행한다면, 소송 진행 중에 면허정지나 업무정지기간이 전부 도과되어 나중에 본안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더라도 그 승소판결이 무용하게 될 수 있기 때문에, 집행정지의 인용 여부는 본안 판결에 대한 승패 여부와 마찬가지로 매우 중요하다.

집행정지가 인용되기 위해서는 1) 처분으로 인하여 회복하기 어려운 손해를 예방하기 위하여 긴급한 필요가 있어야 하고, 2) 집행정지로 인하여 공공복리에 중대한 위해가 발생하지 않아야 한다(행정소송법 제23조 제2항, 제3항). 한편, 행정소송법은 집행정지의 요건으로 본안 소송의 승소가능성은 그 요건으로 하지 않고 있기 때문에, 승소가능성이 낮다고 하여 집행정지신청을 기각해서는 아니된다.

물론, 집행정지제도가 신청인이 본안소송에서 승소판결을 받을 때까지 그 지위를 보호함과 동시에 나중에 승소판결이 무의미하게 되는 것을 방지하려는 데 목적이 있기 때문에, 처분에 위법사유가 있어야 함은 해석상 당연하다.

그러나, 위법사유는 신청인의 주장만으로 족하고, 신청인이 위법하다는 점에 관한 소명까지 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현재 행정법원의 실무례를 보면 집행정지의 요건을 지나치게 엄격하게 요구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본안소송 제1심에서 패소한 원고가 항소를 제기하면서 집행정지 연장 신청을 할 경우, 최근에는 집행정지신청이 기각되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에도 진료비 부당청구로 요양기관 업무정지 20일 처분을 받은 원고가 본안소송 1심에서 패소 판결을 받고 항소를 하면서 집행정지 연장 신청을 하였는데, 행정법원은 집행정지 연장 신청을 받아들이지 아니하였다. 이러한 경우에, 행정소송법에 따르면 집행정지 기각결정에 대해서 즉시항고를 할 수 있다.

그러나, 즉시항고를 하여 상급심의 판단을 받기까지는 보통 2주일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위 사건과 같이 업무정지 기간이 20일에 불과할 경우에는 그 사이에 업무정지기간이 전부 도과될 수 있다. 위 사건의 경우에도, 원고는 결국 항소를 취하할 수밖에 없었다.

법원의 집행정지 기각 결정에 따라 원고의 상소권이 사실상 제약되는 결과가 초래된 것이다. 법원이 상소를 줄이기 위하여 의도적으로 집행정지 연장을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까지 들게 한다.

국민의 재판청구권은 헌법상 보장된 기본권이고, 헌법재판소는 재판청구권에는 사건의 경중을 가리지 않고 모든 사건에 있어서 대법원에서 재판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포함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행정법원이 집행정지 연장신청을 기각함으로써 원고가 항소를 포기한다면, 이는 헌법이 보장한 재판청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앞으로 재판청구권의 실질적인 보장을 위하여 현재 행정법원의 실무 관행이 변화되기를 바란다.

매주 의료법률칼럼을 게재하는 현두륜, 최재혁 변호사는 메디칼타임즈 독자들을 위해 법률상담서비스를 실시합니다.<상담 전화:02-3477-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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